미 상원의 ‘정치인 주식 거래 전면 금지’ 법안, 백악관 헌법 우려로 제동

미국 의회정치인의 개별 주식 보유 및 거래를 전면 제한하려는 시도를 두고 공화당 내부 갈등과 백악관의 헌법적 우려가 맞물리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025년 7월 3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조시 홀리(Josh Hawley) 상원의원이 발의한 이른바 ‘PELOSI 법안’(Preventing Elected Leaders from Owning Securities and Investments Act)이 31일(현지시간) 상원 국토안보·정부활동위원회 표결을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은 상·하원 의원뿐 아니라 대통령부통령에게도 개별 주식 거래 금지 규정을 확대 적용하기로 하면서 백악관의 반발을 불러왔다. 특히 백악관 입법국(Office of Legislative Affairs)은 “미국 헌법 제2조(행정부 조항)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고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홀리 의원은 같은 공화당 내에서 란드 폴(Rand Paul) 상원 국토안보위원장에게서 강한 반대에 부딪히자, 민주당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과거 초당적 합의안의 조항 일부를 채택하는 전략을 취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부통령 포함 조항이 막판에 삽입됐지만, 헌법적 정당성 논란이 도리어 커진 모양새다.

백악관 입법국 관계자는 “행정부 수반의 자산 결정권을 입법부가 제한하면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PELOSI 법안’이라는 명칭은 전(前)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Nancy Pelosi)가 의원 재직 중 남편의 활발한 주식 거래로 이해충돌 논란을 불러온 데서 유래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의원들은 개별 종목을 보유·매매할 수 없고, 블라인드 트러스트(blind trust·수탁자에게 운용을 일임하는 신탁 구조)에 자산을 모두 편입해야 한다.

다만 홀리 의원은 “헌법 소송 등 예측 불가능한 변수를 고려해 규제 시행 시점을 차기 의회 임기(2027년 1월)로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계획보다 2년가량 늦추는 수정안으로, 의원들의 ‘소급입법’ 반발을 무마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행정부 포함’ 조항이 왜 쟁점인가?

미 헌법 제2조는 대통령의 권한과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백악관은 “대통령·부통령의 사적 자산을 의회가 직접 규제할 법적 권한이 불분명하다”는 점을 들어 입법 미비·위헌 소지를 제기했다. 실제로 대법원 판례에서도 행정부 고유 권한을 침해하는 입법은 위헌으로 판단된 사례가 있다.

반면 개정안 지지파는 “행정부 수반도 공직자이며, 내부정보 이용(insider trading) 가능성을 차단하려면 동일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생성되는 비공개 정보가 주가에 막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 공화당 내 물밑 신경전

국토안보위원회 위원장인 란드 폴 의원은 “해당 법안에 불필요한 조항이 뒤늦게 끼워 넣어졌다”며 절차적 꼼수를 지적했다. 그는 또 “표결을 지렛대 삼아 본인은 물론 다른 민감 법안까지 신속 처리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폴 의원이 위원장으로서 갖는 의사진행권을 통해 심사 일정을 연기하거나 수정안을 강행할 가능성을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화당 보수 성향 일부 의원도 같은 기류다.


■ 법안 배경: ‘회의적 여론’이 정치권 압박

2020년 팬데믹 초기, 일부 의원들이 정부 브리핑 직후 주식을 대거 매도해 막대한 손실을 피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치인은 개별 주식을 못 하게 해야 한다”는 여론이 급속히 확산됐다. 특히 공화·민주 양당 지지층 모두 ‘찬성률 70% 이상’이라는 여론조사^1 결과가 나와 의원들의 고심이 깊어졌다.

그럼에도 초당적 합의가 번번이 무산된 것은, 의원 다수가 수백만 달러 규모의 개인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도 상·하원 535명 중 약 20%가 개별 종목을 소유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 기자 관전평

PELOSI 법안이 실제로 제도화되려면 ▲위원회 통과 ▲상원 본회의 표결 ▲하원 동의 ▲대통령 서명 등 네 단계를 더 넘어야 한다. 헌법적 논쟁이 붙은 상황에서, 백악관과 의회 지도부의 ‘정무적 절충’ 없이는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정치권이 손을 놓으면, 시장의 신뢰 훼손유권자 반감이 더 커질 수 있다. 대선 주기와 맞물린 여론 악화를 감안하면, 어느 한쪽도 ‘개별 주식 옹호론자’로 비치는 것을 꺼릴 가능성이 높다. 결국 “시점 연기·대상 축소·블라인드 트러스트 의무화” 등 절충 카드가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 담당자·투자자·유권자가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내부정보 거래 방지권력분립 수호라는 두 가치가 어떻게 조율될지가 핵심 변수다.

1출처: 2024년 4분기 퓨리서치센터 미국 성인 4,000명 대상 여론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