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G7 외교장관 회의 후 캐나다 온타리오주 해밀턴의 존 C. 먼로 해밀턴 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2025년 11월 12일, 촬영. 사진=맨델 은간 | 로이터 제공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접근법에 비판적인 미 상원의원들이 23일(현지시간) 밝힌 바에 따르면, 이들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통화했고, 루비오는 트럼프 대통령이 키이우에 수용을 압박 중인 평화안이 워싱턴의 공식 제안이 아니라 “러시아의 소원 목록(wish list)”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국무부 대변인은 의원들의 설명이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2025년 11월 23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루비오는 이후 온라인에 글을 올려 자신이 정보의 출처라는 의원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워싱턴이 문제의 제안의 주체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당초부터 모스크바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해당 평화안이 미국 정부가 책임지는 제안이라고 재확인했다. 이 일련의 진술 번복과 엇갈림은 트럼프 행정부의 승인을 받은 평화안의 향배를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핵심 제안의 성격과 논란의 촉발
광범위하게 유출된 미국 지원 28개 조항의 평화안(관련: AP 보도 링크)은 백악관 설명에 따르면 약 한 달간 루비오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가 주도해 마련됐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측의 의견도 반영됐다고 한다. 그러나 이 계획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수십 차례에 걸쳐 명백히 거부해온 러시아의 요구, 즉 광범위한 영토 양보 등을 수용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주 후반까지 우크라이나가 이 계획을 받아들이길 원한다고 밝혔다.
“이 행정부는 현재 형태로 공개된 것에 책임이 없다. 우리는 이를 출발점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라운즈(사우스다코타) 상원의원은 캐나다에서 열린 안보 회의에서 이렇게 말하며, “문서가 처음부터 러시아어로 작성된 것처럼 보였다”고 비판했다.
상원의원들에 따르면, 루비오는 제네바로 이동 중 일부 의원들에게 먼저 연락했고, 그들과 통화한 뒤 계획을 설명했다. 무소속인 앵거스 킹(메인) 상원의원은 루비오가 해당 평화안이 “행정부의 계획이 아니며” “러시아의 소원 목록”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발언은 외교·안보 현안에 정통한 초당적 원로 의원 그룹이 함께 선 자리에서 소개됐다.
현재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겸임하고 있는 루비오는 일요일(현지시간) 제네바 회의에서 워싱턴 제안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 대표단 일원으로 참석할 예정이었다고, 회의 전 참가자 명단을 공개할 권한이 없어 익명을 요구한 한 미 정부 당국자가 전했다.
루비오는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글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평화 제안은 미국이 작성했다. 이는 지속 협상을 위한 강력한 틀(framework)로 제시된다.” “러시아 측의 의견에 기초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의 과거 및 현재의 의견을 토대로 하기도 한다.”
국무부 대변인 토미 피곳 역시 상원의원들이 전한 설명은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고 재차 부인했다.
또 다른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내부 논의를 설명하기 위해 익명을 전제로, 백악관은 일관되게 이 계획이 미국이 작성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의견을 포함한다고 밝혀왔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정부가 이 제안을 지속 가능한 평화안으로 나아가기 위한 유용한 협상 출발점으로 간주해 왔다고 덧붙였다.
의회와 당사국의 반응
의원들은 이날 앞서, 해당 계획이 모스크바의 침략을 보상할 뿐이며 이웃 국가를 위협하는 다른 지도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앵거스 킹 의원은 캐나다 할리팩스 국제안보포럼 토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것은 침략에 대한 보상이다. 너무도 분명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를 주장할 윤리적·법적·도덕적·정치적 정당성은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금요일 늦게 해당 제안을 환영하며,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국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면 최종 평화합의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연설에서 계획을 즉각 전면 거부하진 않았지만, 공정한 대우를 강조하고, “우리 역사상 가장 어려운 순간 중 하나”라 부르며 워싱턴과 파트너들과 차분히 협력하겠다고 했다.
할리팩스 국제안보포럼과 미·캐나다 관계의 그림자
제17회를 맞은 할리팩스 국제안보포럼은 매년 약 300명이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할리팩스의 웨스틴 호텔에 모여 열리는 행사다. 이 포럼에는 군 당국자, 미 상원의원, 외교관, 학자들이 참석해 왔으나, 올해 트럼프 행정부는 할리팩스 국제안보포럼을 포함한 싱크탱크 주최 행사에 미 국방 당국자의 공식 참여를 중단했다.
한편, 올해는 미국과 캐나다의 긴장 관계도 변수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과 캐나다의 미국 51번째 주 편입을 요구하는 듯한 주장으로 인해 캐나다 여론이 악화됐고, 여행을 기피하는 캐나다인이 늘어났다. 이로 인해 국경과 인접한 주, 예컨대 샤힌 의원의 뉴햄프셔와 같은 지역에서 관광 급감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용어와 맥락 설명배경
“소원 목록(wish list)”은 외교 문서에서 상대국에 유리한 요구사항을 나열한 문건을 가리킬 때 쓰는 비유적 표현이다. “프레임워크(framework)”는 최종 합의에 이르기 전, 협상의 구조·원칙·논의 범위를 정하는 협상용 골격 문서를 의미한다. 기사 속 익명 전언은 회의 전 보안 유지와 발언 권한 제한 때문에 이름을 공개할 수 없는 조건으로 제공된 정보를 뜻한다.
의미와 파장분석
이번 논란의 핵심은 제안의 주체와 성격에 대한 인식 차이다. 일부 상원의원들은 루비오의 사적 설명을 근거로 문건이 러시아의 요구를 집대성한 목록에 가깝다고 주장했고, 반대로 루비오와 국무부는 이를 미국이 책임지는 공식 제안이자 “협상의 틀”로 규정했다. 푸틴의 환영 담화와 젤렌스키의 신중한 태도는 당사국 이해가 첨예하게 갈리는 가운데도, 외교적 창구가 완전히 닫히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영토 양보가 포함됐다는 점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국제법 원칙을 둘러싼 논쟁을 재점화할 수밖에 없어, 제네바 회의가 실제 돌파구가 될지, 아니면 출발선에서의 혼선으로 귀결될지가 관전 포인트다.
요컨대, 워싱턴의 단일한 메시지 관리가 흔들리는 모습은 협상 동력에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 그럼에도 “출발점”이라는 공통된 표현에서 드러나듯, 형식적 문안의 교환이 본격화되는 국면에 진입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다음 주로 언급된 키이우의 수용 시한이 임박한 만큼, 제네바 회의에서 문안의 원칙·절차·검증 메커니즘을 둘러싼 구체화가 이뤄질지가 단기적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