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의원들, 델타항공의 인공지능(AI) 기반 항공권 요금 책정 계획에 우려 제기

워싱턴 D.C.—미국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세 명이 델타항공(NYSE:DAL)의 인공지능(AI) 활용 항공권 가격 책정 방침과 관련해 에드 배스천(Ed Bastian) 최고경영자(CEO)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2025년 7월 2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루벤 갈레고(Ruben Gallego)·마크 워너(Mark Warner)·리처드 블루멘탈(Richard Blumenthal) 상원의원은 전날(21일)자로 서명한 서한에서 “델타항공이 추진 중인 개인 맞춤형 요금 정책은 데이터 개인정보 보호 문제뿐 아니라, 가계 지출이 팽창한 상황에서 소비자의 ‘고통 허용 한계(pain point)’까지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은 서한에서 “

델타의 현재 및 계획 중인 차별화 요금 정책은 미국 가정이 이미 상승하는 물가 부담에 시달리는 시점에, 각 소비자가 감내할 수 있는 최대 비용에 맞춰 운임을 인상할 위험이 있다

”고 강조했다. 이들은 델타 경영진에게 ▲AI 알고리즘에 투입되는 소비자 데이터 범주 ▲개별 요금 산정 방식 ▲소비자 개인정보 보호 대책 ▲가격 변동성에 대한 사전 고지 절차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델타항공은 성명을 통해 “델타는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특정 고객에게 맞춤형 항공권 요금을 제시한 전례가 없으며, 현재 테스트하거나 향후 도입할 계획도 없다”고 반박했다. 회사 측은 이어 “당사의 요금 결정 시스템은 고객의 여행 수요, 노선 특성, 계절적 요인 등 집합적 시장 데이터를 사용하며, 개별 고객 식별 정보를 이용해 가격을 차등화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AI 기반 ‘다이내믹 프라이싱’이란 무엇인가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은 실시간 수요·공급, 예약 패턴, 경쟁사 요금 등을 고려해 가격을 계속 조정하는 전략이다. 최근 항공·호텔·공연 티켓 업계는 머신러닝대규모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 이를 고도화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상원처럼 규제 당국은 소비자 차별·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서한에서 언급된 ‘고통 허용 한계(pain point)’는 기업이 소비자의 최대 지불 의향을 파악해 가격을 상향 조정할 수 있는 지점을 뜻한다. 만약 AI 알고리즘이 개인별 구매력·소비 습관 등을 학습한다면, 표면적으로는 합리적 시장 가격이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소비자 잉여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된다.


상원의원들의 구체적 질의 내용

갈레고·워너·블루멘탈 의원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델타 측에 전달했다.

  • AI가 활용하는 데이터 항목 중 개인 신원 식별 가능 정보(PII)가 포함되는지 여부
  • AI·머신러닝 모델이 요금 산정에 반영하는 변수와 가중치
  • 고객의 가격 민감도·결제 능력을 추정하는 논리 구조
  • 가격 변동 정보에 대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사전 공지·투명성 확보 방안
  • 데이터 보호·사이버 보안·모델 편향성 검증 절차

의원들은 또한 교통부(DoT)소비자금융보호국(CFPB) 등 관계 당국에 해당 이슈를 공유할 예정이라고 시사했다.


델타항공의 입장

델타는 “우리가 운영 중인 요금 시스템은 고객 유형별(예: 일반석·프리미엄석) 혹은 시점별(성수기·비수기) 구간을 나눠 설계된 전통적 수익 관리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회사 내부 관계자는 “개별 고객 특성을 기반으로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일은 없다”면서 “그런 정책은 브랜드 신뢰성을 해칠 뿐 아니라 규제 위험도 크다”고 밝혔다.

델타는 최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AI·데이터 분석 투자 계획을 언급했으나, 항공권 값을 개인별 맞춤으로 조정한다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회사 자료에 따르면 투자 초점은 ▲운항 스케줄 최적화 ▲연료 효율 개선 ▲정비 예측 모델 고도화 등에 맞춰져 있다.


업계·규제 지형 전망

미국 항공사들은 팬데믹 이후 급증한 항공 수요와 인력 부족, 유가 변동성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AI 기반 수익 관리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고 있으나, 소비자 단체·정치권의 감시 역시 강화될 조짐이다. 특히 2024년 초 백악관이 발표한 ‘AI권리장전(AI Bill of Rights)’에 따라, 대규모 소비자 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업은 투명성·책임성을 증명해야 할 의무가 커졌다.

항공권 가격은 항공사뿐 아니라 온라인 여행사(OTA), 메타서치 플랫폼, 글로벌유통시스템(GDS) 등 복수의 인터페이스를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그 과정에서 알고리즘의 편향이나 데이터 오류가 발생할 경우, 실제 요금이 예고 없이 변동될 수 있다는 점도 상원의 관심사다.


전문가 해설: 소비자 보호와 혁신 사이

AI·머신러닝이 가격 결정권을 쥐게 된 것은 소매·포털·모빌리티 산업 전반의 트렌드다. 그러나 공정성과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기업은 법적·평판적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항공권처럼 생활·여행 필수재에 대한 차별적 가격 책정은 여론의 거센 반발을 부를 수 있다.

미국에서는 1978년 항공산업 규제완화 이후, 운임 규제 권한이 대폭 축소됐으나, 소비자 보호 관련 조사 권한은 여전히 의회·교통부·공정거래위원회(FTC)에 남아 있다. 이번 서한은 AI 기술 확산에 대응한 새로운 규제 프레임을 본격 가동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정교한 수요 예측이 운임 변동성을 완화하고 좌석 공급 효율성을 높여 장기적으로는 평균 요금 인하와 서비스 품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한다. 결국 핵심은 기술 자체가 아닌 데이터 거버넌스윤리적 설계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