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무부, 철강·알루미늄 파생제품 407개 품목에 50% 관세 부과 결정

[워싱턴] 미국 상무부가 2025년 8월 19일(현지시간) 철강·알루미늄 파생제품 407개 품목을 추가로 관세 대상에 포함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도입된 이른바 ‘파생(derivative) 제품 관세’ 제도를 확대 적용한 것으로, 해당 품목에는 일률적으로 50%의 관세가 매겨진다.

2025년 8월 19일, 로이터통신을 인용한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상무부는 “이번 조치에는 풍력 터빈 및 구성 부품, 이동식 크레인, 불도저 등 중장비, 철도 화차, 가구, 압축기, 펌프를 비롯해 수백 개의 파생 철강·알루미늄 제품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해당 품목들이 국내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판단해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고 설명했다.

◇ 관세율 50%의 의미
미국이 일괄적으로 50% 관세를 적용했다는 점은 세계무역기구(WTO)가 허용하는 일반 세율 범위를 크게 상회하는 강경 조치다. 특히 해당 품목을 생산하거나 조립해 미국에 수출하는 국가들은 가격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어, 최종 소비자 가격 상승 및 공급망 재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파생 제품(derivative products)’이란?
파생 제품은 철강 또는 알루미늄 원자재를 가공해 만든 2차·3차 제품을 의미한다. 예컨대 풍력 터빈 블레이드의 하우징, 알루미늄 프레임을 사용한 가구, 철강 레일을 기반으로 제작된 화차 차체 등이 대표적이다. 2018년 3월 도입된 ‘섹션 232’ 관세는 철강(25%)·알루미늄(10%) 원자재를 겨냥했으나, 2020년 2월부터는 원자재를 가공한 파생 제품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됐다.

◇ 배경: 무역수지·국가안보 논리
석션 232는 미국 무역확대법 232조에 따른 조치로,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고율 관세나 수입 쿼터를 부과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철강·알루미늄 산업이 군수·인프라에 필수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보호무역 정책을 지속해 왔다. 이번 407개 품목 추가 역시 같은 논리를 적용한 것이다.

◇ 주요 품목 분석

“오늘 조치에는 풍력 터빈, 중장비, 철도 화차, 가구, 압축기, 펌프 등 수백여 개 제품이 포함된다.” — 미국 상무부 성명

풍력 터빈: 친환경 전력 확대에 따라 글로벌 수요가 급증 중인 분야다. 관세가 부과되면 유럽·중국 업체들의 미국 프로젝트 수주 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
중장비·건설장비: 불도저·모바일 크레인 등은 북미 인프라 확충 계획과 직결되기 때문에, 향후 현지 생산·조립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철도 화차: 미국 화물 운송 체계에 필수적인 철도 부문 역시 가격 인상 압력을 받을 수 있다.

◇ 시장·산업 영향

이번 조치로 글로벌 철강·알루미늄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 확대를 검토할 가능성이 커졌다. 관세 50%는 단순 가격 경쟁력을 넘어 전체 프로젝트 예산을 뒤흔들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풍력 터빈 업체 베스타스(Vestas), 지멘스 에너지(Siemens Energy) 등 유럽계 기업과 중국의 골드윈드(Goldwind)·엔비전(Envision) 등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외교·통상 지형

동맹국과의 마찰도 예상된다. EU와 일본·한국은 이미 2018년 원자재 관세 국면에서 일부 품목에 대한 면제를 받아냈으나, 파생제품 리스트는 면제 폭이 제한적이었다. 이번 407개 품목 추가로 협상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 기자의 시각

이번 조치는 미국이 공급망을 자국 내로 회귀시키려는 ‘리쇼어링(reshoring)’ 전략이 한층 공세적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50%라는 이례적으로 높은 관세율은 단순한 무역 장벽을 넘어, 해외 기업의 생산 거점을 미국으로 이전하도록 압박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이 제시한 ‘보조금+규제’ 패키지 전략과 맥을 같이한다.

또한 2026년 대선을 앞두고 양당 모두 ‘산업정책·노동자 보호’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관세 카드가 정치적 레버리지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동맹국 간 공급망 협력 구도는 복잡해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철강·알루미늄 파생제품은 현대 산업 전반에 광범위하게 쓰여, 단일 품목이 아닌 다층적 가치사슬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단순히 수출 감소 문제를 넘어, 글로벌 제조업 생태계 재편을 가속화할 변곡점으로 평가된다.

◇ 국내 기업에 주는 시사점

한국의 조선·플랜트·건설장비 업체들은 미국 프로젝트 수주 시, 현지 조립이나 합작 생산을 택하는 방안을 서둘러 검토해야 한다. 동시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인플레이션 감축법’ 하위 규정에서 파생제품 예외를 추가 확보하기 위한 정부·산업계 공조가 요구된다.

결론적으로, 407개 품목에 대한 50% 관세는 미국 보호무역주의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정책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방증한다. 글로벌 기업 및 투자자들은 관세 리스크 관리와 함께, 정책 주기·정치 스케줄을 상수로 반영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