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Reuters)가 전한 바에 따르면, 미국 보건복지부(HHS·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산하 고위 보건 당국자들이 임신 중 COVID-19(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인한 잠재적 유해 사례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이를 대중에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해당 작업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장관 체제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임신부와 태아의 건강·안전을 둘러싼 우려가 정책 논의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2025년 9월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Marty Makary 식품의약국(FDA) 국장 및 Vinay Prasad 백신·생물학제제 최고 책임자는 임신부 대상 임상 및 사후감시 자료에 적용된 개인정보 보호 장벽을 완화해 보다 구체적인 통계를 공개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당국은 “백신과 특정 임신 합병증 사이에 잠재적 연관성을 의심할 만한 신호(signal)*”가 발견될 경우, 관련 데이터를 투명하게 제시해 공적 신뢰 회복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 의학·역학 용어로 ‘신호’는 아직 인과성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이상 패턴을 가리킨다.
보도에 따르면, 양 기관이 정보 공개 범위를 확대하면 임신 중 ▲유산 ▲조산 ▲태아 성장지연 등 각종 임상 결과와 백신 접종 시기·용량·제조사 간 상관관계를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FDA 측은 “일반화된 인과관계 판단은 무작위배정 임상시험(RCT) 및 장기 추적 연구가 병행될 때에만 가능하다”며, 자료 공개가 곧바로 ‘백신 위험성 확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에크르토믹베(Pregnancy Exposure Registry)·VAERS(Vaccine Adverse Event Reporting System) 등 기존 정부·민간 감시 데이터베이스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다. 특히 의료기관 전자의무기록(EHR)과 보험 청구 데이터를 AI 알고리즘으로 연계해, “잠재적 고위험군”을 선제적으로 식별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한편 HHS 대변인실은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WSJ는 “개인정보 보호 규정이 완화될 경우, 구체적 임상 사례·수치가 대중에 공개돼 백신 안전성 논쟁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배경 및 맥락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2025년 1월 HHS 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백신 투명성’을 핵심 어젠다로 내세워 왔다. 그는 환경·건강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해 온 사회운동가 출신으로, 시민 참여 확대와 데이터 공개를 통해 정책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입장을 반복해 왔다. 이번 임신부 데이터 공개 검토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공교롭게도 케네디 장관은 지난 8월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 위원 15명 중 6명을 새로 임명했다. 새 위원들은 오는 9월 18일 첫 공식 회의를 열어 ▲B형 간염 ▲MMRV(홍역·볼거리·풍진·수두)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백신 접종 지침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ACIP는 CDC·FDA와 함께 미국 내 모든 ‘공식 예방접종 일정’을 좌우하는 자문 기구로, 정책적 파급력이 크다.
WSJ 관계자는 “임신 중 백신 안전성은 과학적·정치적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민감한 이슈”라며 “정부가 데이터 접근성을 높이면, 연구자와 일반 국민 모두가 증거를 직접 검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해설 및 시사점
기존 연구에 따르면, mRNA 백신은 임신 초기·중기·후기에 관계없이 대체로 안전한 것으로 평가돼 왔다. 그러나 ‘출시 후 감시(Post-marketing surveillance)’ 단계에서 일부 희귀 이상 사례가 보고되면서, 임신부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불안감이 남아 있다. 데이터 공개 확대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동시에, ‘백신 주저(Vaccine hesitancy)’를 줄이는 정책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
또한 개인정보 규제 완화는 의료 빅데이터 산업에 기회와 과제를 동시에 제시한다. 데이터 품질·표준화 문제와 사생활 침해 방지를 둘러싸고 새로운 기술·가이드라인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학계·민간 기업이 윤리적 AI 및 프라이버시 보존 기술(PETs)을 공동 개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편집자 주 | 본 기사에서 다루는 ‘잠재적 부작용’은 아직 인과성이 확정되지 않은 초기 단서 단계의 정보다. 독자는 발표되는 통계·연구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으며, 개인적 의료 결정은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 상담 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