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발 — 미국 내 대표적 진통제 타이레놀(Tylenol)과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간의 연관성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2025년 10월 2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현재까지 발표된 동물‧혈액‧관찰 연구만으로는 ‘임신기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증을 유발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여전히 상당히 시사적인 데이터가 존재하는 만큼 임신부와 영‧유아는 복용 시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공화당 장악 주(州)인 텍사스가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 제조사 켄뷰(Kenvue)2023년 존슨앤드존슨에서 분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데 이은 발언이라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타이레놀은 수십 년간 미국 가정의 상비약으로 자리 잡았으나, 최근 일부 연구가 ‘임신 중 과다 복용 시 태아 신경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설을 제시하면서 불안 여론이 확산됐다.
■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과 주가 충격
이번 논쟁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9월
“임신부는 과학적 근거가 불확실한 만큼 타이레놀 복용을 피해야 한다”
고 발언하면서 촉발됐다. 의학적 전문 지식이 없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고’는 근거 부족이라는 의료계 비판에도 불구하고 즉각 시장에 반영돼 켄뷰 주가를 일시적으로 끌어내렸다.
켄뷰 측은 “과학적‧역학적 분석 어디에서도 아세트아미노펜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직접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해당 발언이 산모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미 식품의약국(FDA)에 라벨 경고 추가 요청을 거부해 달라고 공식 서한을 제출했고, 최근 마케팅 총괄 신규 영입을 통해 브랜드 방어에 집중하고 있다.
■ 아세트아미노펜이란 무엇인가?
아세트아미노펜(국내 일반명 ‘파라세타몰’)은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소염제(NSAIDs)와 달리 위장 장애‧출혈 위험이 낮아 임신부에게 비교적 안전한 해열진통제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 역학(疫學) 연구에서 ‘고용량‧장기 복용 시 태아의 신경 발달 지표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추론이 제기되면서, 학계와 규제기관은 “안전 역치(safety threshold)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 중이다.
■ 케네디 장관 발언의 함의
케네디 장관은 “인과관계를 확정 짓기 위해서는 대규모 전향적 코호트 연구와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동시에 “임신부에게는 가능한 최저 용량으로, 최단 기간만 복용하라는 기존 정부 권고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과학적 불확실성을 인정하되, 현실적인 ‘리스크 최소화’ 원칙을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미 보건부의 공식 입장이 ‘경고라벨 추가’ 같은 즉각적 규제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한다. 그럼에도 ‘소송 리스크’와 ‘공중 보건 논란’이 지속될 경우 켄뷰의 브랜드 가치, 투자 심리, 보험 청구 건수 등 여러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전문가 시각
워싱턴 소재 조지워싱턴대학 공중보건대학원의 앤절라 매독스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관찰 연구는 상관관계를 보여줄 뿐 인과성을 입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타이레놀 복용이 실제로 자폐 위험을 높인다면, 지난 수십 년간 복용률과 자폐증 진단률 간 추세 연동성이 명확해야 하는데, 아직 통계적으로 설득력 있는 곡선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매독스 교수는 “신경 발달에 취약한 임신 초기(1~12주)에는 어떠한 약물이든 무분별한 복용을 피해야 한다”며, 의료진 상담 후 복용을 권고했다.
■ 투자자·소비자에게 주는 시사점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소송 진척 상황과 FDA의 라벨링 결정이 주가 방향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향후 켄뷰가 임상데이터를 추가 공개하거나, 규제당국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경우 변동성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① 발열·통증 관리 지침 준수, ② 복용 전 주치의 상담, ③ 복합제(시럽·콜드캡슐 등) 중복 복용 금지만 실천해도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실제로 WHO·미국소아과학회(AAP)·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모두 “용량·투여 간격만 지키면 아세트아미노펜은 여전히 1차 선택제”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 향후 일정
텍사스주 소송의 첫 공판 기일은 2026년 2월로 예상되며, FDA 자문위원회는 같은 해 상반기 내 ‘자폐 경고 문구’ 채택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이는 향후 글로벌 시장에도 기준점이 될 수 있어, 국내 제약·유통사 역시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독자적 취재와 분석을 토대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의학적 판단이나 투자 행위를 권유하지 않는다. 의약품 복용 및 투자 결정은 전문의·전문가 상담을 거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