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첫 두 건의 소송에서 배심원이 메타(Meta)와 알파벳(Alphabet)의 구글(Google)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는 평결을 내리면서 기술기업을 향한 법적 면책(shield) 범위를 둘러싼 대규모 항소전이 예고되고 있다. 이번 판결은 인터넷 플랫폼의 설계 방식과 기능이 이용자, 특히 아동·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중대한 선례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2026년 3월 26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배심은 수요일 메타와 구글이 한 젊은 여성의 우울증과 자살 충동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판결하고, 두 기업에 총 $6,000,000의 손해배상을 명령했다. 배심은 피해자가 어린 나이에 인스타그램(Instagram)과 유튜브(YouTube)에 중독되었다고 진술한 사실 등을 근거로 판결했다. 별개의 뉴멕시코 사건에서는 배심이 메타가 자사 제품의 청소년 사용자 안전성에 대해 이용자들을 오도했고 플랫폼에서 아동의 성적 착취를 가능하게 했다고 판단해 메타에 $375,000,000의 배상판결을 내렸다.
이번 두 판결은 원고들이 1996년 제정된 통신 품위법(Communications Decency Act) 제230조(Section 230)의 보호 논리를 우회한 점에서 주목된다. 원고 측은 기업들이 플랫폼의 ‘콘텐츠’ 자체가 아닌, 플랫폼의 설계·기능성에 관한 결정으로 인해 청소년 이용자들이 해를 입었다고 주장함으로써 제230조의 면책 적용 범위를 좁히려 했다.
“법원들은 플랫폼의 기능성이나 운영행태에 관한 주장을, 제3자 발언에 대한 단순한 책임 부과 주장과 구별하려고 점점 더 노력하고 있다.”
— 그레고리 딕킨슨(University of Nebraska College of Law 조교수, 테크와 법 교차영역 연구)
메타와 구글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부인했으며, 두 회사 모두 청소년 보호를 위해 조치를 취해왔다고 밝혔다. 메타 대변인은 두 건 모두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구글도 로스앤젤레스 사건에 대해 항소 의사를 표명했다. 양사는 제230조에 따른 면책을 근거로 사건 각하를 주장했으나 각 사건을 담당한 판사들은 이 주장을 기각하고 재판으로 사건을 넘겼다.
소송 확산과 집단 절차 현황
메타, 구글 외에도 스냅(Snap Inc., 스냅챗 운영사)과 바이트댄스(ByteDance, 틱톡 운영사) 등 여러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청소년 및 청년층의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해 수천 건의 소송에 직면해 있다. 연방법원에서는 2,400건 이상의 사건이 캘리포니아 연방법원 단독 판사 앞으로 집중화(centralization)되었고, 캘리포니아 주법원에도 수천 건의 소송이 통합된 상태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하급심에서 제230조의 해석을 좁게 보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여러 하급법원은 플랫폼의 설계·기능적 선택은 제230조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으나, 아직 항소법원 이상의 상급법원이 일관되게 판시한 적은 없다.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판결은 결국 항소법원과 그 이상의 법원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사회 전반과 다른 플랫폼에 대한 영향
법률 전문가들은 제230조에 관한 항소심 판단이 소셜미디어를 넘어 아동이 사용하는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예컨대 인기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Roblox Corporation)를 상대로는 연방법원에 130건이 넘는 소송이 제기되어 있는데, 이들 사건은 플랫폼이 아동 대상의 성적 착취를 방지하는 데 실패했다는 주장이다. 로블록스 측은 이러한 주장들을 부인하고 있다.
“인터넷 전체가 재판대에 오른 셈이다. 만약 이러한 이론이 통용된다면 다른 분야에도 곧바로 적용될 것이다.”
— 에릭 골드먼(산타클라라대학 고등기술법연구소 공동소장)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
항소심에서 제230조 해석이 확정되면 이 쟁점은 주(州) 차원의 항소법원을 거쳐 궁극적으로 연방 대법원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미국 대법원은 2023년 구글의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와 관련된 사건을 심리했으나, 인터넷 기업에 대한 법적 보호 범위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는 않고 회피한 바 있다. 2024년에는 텍사스의 한 10대가 스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되살리려는 청원을 대법원이 기각했는데, 이때 클랜스 대법관(Clarence Thomas)과 고서치(Neil Gorsuch) 대법관이 반대 의견을 내며 조속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들의 반대의견에는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이 점점 더 제230조를 무죄방면 카드로 사용하고 있다”는 우려가 담겨 있다.
“적절한 사건이라면 대법원이 지금쯤 이 문제를 다룰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본다.”
— 미틸리 자인(Tech Justice Law Project 디렉터, 테크기업 대상 소송 수행)
법적·시장적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
이번 판결들은 단기적으로 해당 기업들의 법적 비용과 잠재적 배상액 규모에 대한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다. 항소심 및 추가 소송을 통해 판결이 뒤집히지 않는다면, 기업들은 설계 변경, 안전성 검증, 콘텐츠·사용자 행태에 대한 알고리즘 조정, 인력 확충 등 상당한 수준의 준법·규제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비용은 광고주 정책 변화와 사용자 참여도(engagement)에 영향을 미쳐 광고 수익 구조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법적 리스크의 실질적 확대로 인해 주가 변동성 확대가 예상된다. 다만, 판결이 항소를 통해 뒤집히거나, 대법원이 법리적 한계(예: 플랫폼 기능과 제3자 발언의 구분)를 명확히 정립하면 장기적으로 불확실성은 축소될 수 있다. 보험사고에 해당하는 법적 책임 증가가 현실화되면, 기업의 손해보험료 상승과 함께 신규 투자자들의 가치평가(valuation)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규제·법적 리스크를 이유로 가격조정(valuation discount)이 발생하거나, 반대로 기술적 안전장치를 보유한 기업이 인수 대상으로 부각될 수 있다.
정책적 관점에서는 의회의 법 개정 움직임이나 규제기관의 감독 강화 가능성이 커진다. 제230조 자체의 수정·보완 논의가 재점화될 수 있으며, 이는 산업 전반의 운영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꿀 요소이다. 만약 대법원이 제230조에 대해 플랫폼의 설계·기능 선택을 포함하는 보다 제한적 보호 원칙을 확립하면, 플랫폼 기업들은 제품 설계 단계부터 법적 기준을 고려하는 ‘프라이버시·안전 우선 설계’로 전환할 여지가 크다.
용어 설명
제230조(Section 230)는 1996년 제정된 미국 연방법 조항으로, 일반적으로 온라인 플랫폼이 이용자가 올린 게시물 등 제3자가 생성한 콘텐츠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도록 보호한다. 다만 이번 소송들에서 원고들은 플랫폼의 기능성 또는 설계상 결정이 직접적 해악을 초래했다고 주장하며 제230조 적용을 제한하려는 법리적 전략을 택했다. 이 점이 법적 쟁점의 핵심이다.
결론 및 향후 전망
이번 메타·구글 사건의 항소 결과와 연방 및 주 항소법원의 해석은 인터넷 공간에서 플랫폼과 이용자 간 책임의 경계를 재정의할 수 있다. 항소심과 가능성 있는 대법원 심리를 통해 제230조의 적용 범위가 보다 명료해지면, 기술기업의 제품 설계, 규제 대응, 자본 조달 비용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당분간은 항소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해당 기업들의 법적·재무적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