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는 캘리포니아 거주 중국 국적자 두 명이 미국의 수출 통제 규정을 위반하고 수천만 달러 규모의 엔비디아(Nvidia) 인공지능(AI) 칩을 중국으로 불법 수출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밝혔다.
2025년 8월 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건으로 체포된 인물은 파사데나에 거주하는 쑤안 겅(Chuan Geng·28)과 엘몬테에 거주하는 양스웨이 양(Shiwei Yang·28)이다. 두 사람은 캘리포니아주 엘몬테에 설립된 회사를 활용해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중국으로 반출하면서 연방 허가 절차를 밟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 법무부는 “피고인들은 엔비디아가 설계한 H100 AI 가속기를 포함해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개발 및 구동에 필수적인 최첨단 그래픽처리 칩을 다수의 선적 과정을 통해 중국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GPU와 AI 가속기란 무엇인가?
GPU(Graphics Processing Unit)는 원래 3차원 그래픽 연산을 위해 개발됐으나, 대규모 행렬 계산에 최적화된 구조 덕분에 딥러닝·머신러닝 작업에서 CPU보다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특히 엔비디아의 H100 시리즈는 4나노 공정 기반으로 초당 최대 1페타플롭스(PFLOPS) 이상의 연산을 지원해, 챗GPT와 같은 대형 언어모델(LLM) 훈련 및 추론에 널리 쓰인다.
이처럼 첨단 GPU는 국가 안보·경제 경쟁력과 직결되는 전략 물자로 분류되기에,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특정 국가로의 수출을 엄격히 제한한다. 한국·대만 등의 우방국은 일반 라이선스 절차로 허가를 받을 수 있지만, 중국·러시아 등은 개별 심사를 거쳐야 하며, 경우에 따라 완전 금수 조치가 내려지기도 한다.
적용 법률: 수출통제개혁법(ECRA)
수출통제개혁법(Export Control Reform Act)은 2018년 제정돼 Cold War 시대부터 이어져 온 수출관리규정(EAR)을 현대화했다. 동 법은 미국 내에서 재화·소프트웨어·기술을 해외로 이전할 때 국가안보·외교정책·인권·방위산업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개인은 최대 20년 징역 및 막대한 벌금, 법인은 미 달러 기준 100만 달러 또는 거래액의 5배 중 높은 금액까지 처벌받을 수 있다.
겅과 양에게 적용된 혐의 역시 ECRA 위반이다. 미 연방 검찰은 “피고인들은 상품 설명서를 조작하거나 목적지를 은폐하는 방식으로 BIS 감시망을 피해 왔다”며 의도적 범행 사실을 강조했다.
엔비디아 H100의 전략적 가치
H100은 2022년 9월 출시된 고성능 AI 가속기 칩으로, TSMC 4N 공정을 채택해 데이터센터·슈퍼컴퓨터에서 폭넓게 사용된다. 세계 최대 대형 언어모델 훈련용 칩으로 꼽히며, 주요 빅테크 기업과 연구소가 수만~수십만 장 규모로 주문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중국의 AI 경쟁력 강화를 견제하기 위해 2023년 10월부터 H100과 A100 등 고성능 제품을 포괄적으로 통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H100 한 장의 시장가는 25,000~40,000달러 선이다. 이번 사건에서 적발된 “수천만 달러 규모”라는 표현은 최소 수백 장 이상의 H100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갔음을 암시한다.※정확한 물량은 미확인
향후 법적 절차와 파장
겅과 양은 로스앤젤레스 연방지방법원에 출석해 초동 심리를 거쳤으며, 유죄가 확정될 경우 각각 최대 20년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형사 절차와 별도로, 미 관세국경보호청(CBP)과 산업안보국은 관련 법인·협력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에 나설 전망이다.
이번 체포는 워싱턴이 추진하는 대중(對中) 기술 패권 경쟁과 깊이 맞물려 있다. 미국은 2022년 발표된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이후, 첨단 반도체와 AI 칩에 대한 대중국 수출 제한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책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각종 불법·우회 수출 시도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한편, 엔비디아 측은 “수출 라이선스 요건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으며, 정부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미 법무부도 국가안보에 중대한 잠재적 위험이 확인된 사안인 만큼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실무자 유의사항: 대기업·스타트업·연구기관 등에서 고성능 GPU를 구매·활용할 경우, 최종 사용 국가·사용처·재수출 여부에 대한 엄격한 내부 통제가 요구된다. 수출 또는 재수출 계획이 있을 때는 반드시 BIS 승인을 먼저 받아야 하며, 서류 미비나 허가 누락 시 형사·민사 책임을 동시에 질 수 있다.
“이번 기소는 미국이 첨단 기술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얼마나 강력한 집행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보여 주는 사례다.” — 미 법무부 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