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 에플스타인·맥스웰 사건 대배심 녹취록 공개 요청

워싱턴 D.C. — 미 법무부가 제프리 에플스타인(Jeffrey Epstein)기슬레인 맥스웰(Ghislaine Maxwell)의 형사 사건에서 작성된 대배심(grand jury) 녹취록을 법원에 공개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2025년 7월 18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날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에 두 건의 별도 서류를 제출해 “대배심 증언 기록을 적절한 가림(redaction)을 거쳐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법무부 측은

“미국 국민에게 투명성을 제공하는 것이 본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

라며, 피해자 신원 등 민감 정보를 제외한 나머지 내용을 공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 계정에서 “법무장관 팸 본디(Pam Bondi)에게 ‘법원 승인 하에 모든 관련 대배심 증언을 제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게시물에서 “민주당이 퍼뜨리는 사기극(SCAM)은 지금 당장 끝나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법무부는 불과 2주 전만 하더라도 에플스타인 연방 인신매매 사건과 관련된 추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메모를 내놓으며 “철저한 검토(exhaustive review)를 마쳤다”고 선을 그었었다. 그러나 그 이후 국민적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자, 법무차관 토드 블랭치(Todd Blanche)는 이번 서류에서 “메모란 결론은 유지하지만 투명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배심 녹취록이란 무엇인가?

미국 형사사법 체계에서 대배심(grand jury)은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검사 측 증거를 검토하는 절차다. 이 과정에서 나온 녹취록(transcript)은 기밀로 분류돼 공개가 제한된다. 따라서 녹취록 공개 요청은 피의사실 공표, 피해자 보호 등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법원이 신중히 판단한다.

이번 건의 경우, 법무부가 “피해자 관련 정보”(신상·연락처 등)와 “기타 개인식별정보”를 가린 뒤 공개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이를 즉시 승인할지는 미지수다.

서류 각주에는 “남부 플로리다 연방법원에도 동일한 요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에플스타인은 2008년 플로리다에서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유죄를 인정했으며, 이는 연방 차원의 후속 수사와 별개로 진행된 바 있다.


에플스타인·맥스웰 사건 일지

1992년 파티 현장 영상 캡처

– 2019년 7월: 제프리 에플스타인이 미성년자 인신매매 혐의로 체포됨.
– 2019년 8월: 에플스타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음.
– 2021년 12월: 기슬레인 맥스웰, 미성년자 유인 및 인신매매 공모 혐의로 유죄 평결.
– 2022년 6월: 맥스웰, 연방 교도소에서 20년형 집행 시작.

맥스웰은 에플스타인의 ‘오랜 조력자이자 리쿠르터’로 지목됐으며, 다수의 미성년 피해자를 유인해 성폭행에 노출시킨 혐의를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심리적·육체적 고통을 고려해 중형을 선고했다.


거세지는 ‘에플스타인 파일’ 공개 요구

최근 공화당 지지층 내부에서는 ‘에플스타인 파일’ 전면 공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하원의장 마이크 존슨(Mike Johnson)도 “최대한의 투명성(maximum transparency)”을 요구하고 있다. 상원의원 딕 더빈(Dick Durbin)은 FBI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된 모든 에플스타인 기록에 ‘플래그(flag)’ 표시를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해 논란이 증폭됐다.

이처럼 정치권 공방이 이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대배심 증언 공개 카드를 직접 꺼내들었다. 그는 “에플스타인 관련 가짜뉴스를 근절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법적 절차상 대통령의 지시만으로는 녹취록을 공개할 수 없다. 연방형사절차규정 Rule 6(e)에 따르면 대배심 관련 정보는 ‘법원 명령’ 없이는 공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명예훼손 소송

같은 날 오후,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월스트리트저널 기자 여러 명을 상대로 명예훼손(defamation)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언론은 2003년 에플스타인 50세 생일파티 편지 묶음 중 ‘외설적(bawdy)’인 트럼프 서명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대통령 측은 “서명 자체가 조작됐다”고 부인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법률 전문가들은 트럼프 측의 소송이 ‘대배심 녹취록 공개’ 이슈와 맞물려 언론·정치권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전략적 행보로 해석한다.

“명예훼손 소송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고 다수 관측통이 진단한다.


분석 | 법무부 요청이 갖는 함의

전문가 시각에서 볼 때, 이번 요청은 두 가지 메시지를 던진다. 첫째, 법무부가 자발적으로 대배심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는 ‘투명성 외교’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계산이 깔렸다는 평가다. 둘째, 만약 법원이 녹취록 공개를 허가한다면, 수사 당시 제시된 증거와 증언 일부가 재조명되면서 정·재계 인사들의 추가 연루 의혹이 불붙을 수 있다.

반대로 법원이 요청을 기각하거나 부분 허용에 그칠 경우, 피의사실 공표 논란이 다시 한번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 내 ‘피해자 보호’ 원칙에 비춰볼 때, 가려진 정보의 범위와 기준은 향후 유사 사건에서도 전례로 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향후 절차

맨해튼 연방지법은 검찰·피해자 측 의견을 서면으로 추가 수렴한 뒤 공개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플로리다 남부 연방지법 역시 별도 심리를 거칠 예정이다. 통상 수 주에서 수 개월까지 시간이 소요되며, 항소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최종 결론은 연말을 넘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CNBC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무부·백악관·트럼프 대선 캠프 모두에 추가 논평을 요청했으나, 기사 작성 시점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법무부 요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에플스타인 사건은 다시 한 번 미 사회·정치 전반을 뒤흔드는 핵심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공개되지 않은 인물들의 실명이 나올 경우 후폭풍은 의회 청문회·추가 수사·대규모 민사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용어 설명
Redaction: 법적 문서 공개 시 개인정보·기밀 정보를 검은 칠(또는 삭제)로 가려내는 절차.
Truth Social: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설립한 소셜미디어 플랫폼.
Defamation: 허위 사실을 통해 개인·단체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