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 암호화폐 송금 규제 기소 방침 완화…“단순 코드 작성은 범죄 아니다”

미국 법무부, 암호화폐 규제 기조 전환

크리스 프렌티스(Chris Prentice) 기자의 로이터(Reuters) 원문을 번역‧재구성한 기사다.

2025년 8월 2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DOJ)는 범죄 의도가 없는 탈중앙화(Decentralized) 암호화폐 전송 플랫폼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머니 트랜스미터 미등록’ 혐의로 기소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지난 몇 년간 강화돼 온 규제 기조에서 한발 물러난 조치로, 암호화폐 산업에 우호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법무부 형사국의 매슈 갈레오티(Matthew Galeotti) 차관보 대행은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암호화폐 서밋 기조연설문에서 “악의를 갖지 않은 단순 코드 작성행위는 범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는 ‘머니 트랜스미터 라이선스 미등록’만을 이유로 개발자를 기소하는 사례를 줄이고, 명백한 자금세탁 공모나 사기 행위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1. ‘머니 트랜스미터’란 무엇인가

머니 트랜스미터(Money Transmitter)웨스턴유니온(Western Union), 벤모(Venmo) 등처럼 고객을 대신해 자금을 이체·정산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미국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 규정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주(州)·연방 차원의 면허를 취득하고, 고객신원확인(KYC)과 의심거래보고(STR) 체계를 갖춰야 한다.

그러나 탈중앙화 거래소(DEX)는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자동으로 거래가 체결되기 때문에, 전통적 의미의 ‘사업자’가 존재하지 않거나 거래 내역에 대한 가시성이 제한된다. 이 때문에 라이선스 의무 적용 여부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이어졌다.


2. 사건의 배경과 전환점

올해 8월 초, 암호화폐 믹싱 서비스 ‘Tornado Cash’의 공동 설립자 로만 스톰(Roman Storm)이 배심원단으로부터 ‘무허가 송금업 운영 공모’죄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 토네이도 캐시는 거래 추적을 어렵게 만들어 ‘자금세탁 온상’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스톰은 단순히 오픈소스 코드를 올렸을 뿐”이라며 기소 자체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해당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자금세탁’ 및 ‘대이란 제재 회피’ 혐의에 대해선 평결 불성립(Deadlock)으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 같은 논란이 거세지자, 법무부는 ‘개발자 책임 범위’를 재검토할 필요성을 인식했다고 풀이된다.


3. 정치적 환경 변화

이번 기조 전환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2~2024년에 추진된 강경 규제 정책과는 대조적이다. 당시 뉴욕 남부 연방검찰(SDNY)은 다수의 암호화폐 스타트업과 임원들을 증권법·자금세탁·제재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2025년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새 행정부는 암호화폐 산업 육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트럼프 일가 역시 NFT·거래소 등 관련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규제 환경 변화에 ‘정책적 동기’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법무부는 올해 3월, 내부 ‘가상자산 단속 전담팀(NCET)’을 해체했고, 증권거래위원회(SEC)도 다수의 민사소송을 자진 철회하거나 중단한 바 있다.


4. 시장·산업에 미칠 영향

전문가들은 이번 방침이 ‘개발자 범죄화’ 리스크를 완화해 미국 내 혁신 생태계를 되살릴 수 있다고 평가한다. 동시에 명백한 사기·피싱·랜섬웨어 연루 프로젝트에 대한 처벌 강도는 유지 혹은 강화될 전망이다.

갈레오티 차관보 대행은 “건전한 기술 혁신을 장려하되, 범죄 행위에는 단호히 대응하겠다”라며 균형적 접근을 강조했다.

업계 단체인 코인센터(Coin Center)블록체인협회(Blockchain Association)는 즉각 환영 성명을 내고 “오픈소스 개발자는 표현의 자유를 행사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등 시민단체는 “자금세탁 우려가 커질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5. 용어 풀이 및 핵심 체크포인트

  • 탈중앙화 거래소(DEX): 중앙 운영 주체 없이 스마트컨트랙트로 거래를 자동 매칭·정산하는 플랫폼.
  • 믹싱 서비스: 여러 이용자의 암호화폐를 섞어 출처를 숨기는 프라이버시 도구. 토네이도 캐시가 대표적.
  • KYC/AML: 고객신원확인(Know Your Customer)·자금세탁방지(Anti-Money Laundering) 규정.
  • NCET: National Cryptocurrency Enforcement Team. 2021년 출범, 2025년 3월 해체.

6. 기자의 시각과 전망

규제 리스크 완화는 미국 내 IT 개발 인재의 이탈을 막고, 해외에 비해 뒤처진 탈중앙금융(DeFi) 혁신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특히 젊은 개발자층의 ‘코드 자유’ 보장이 명확해지면서, 스타트업 투자·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믹싱 서비스·프라이버시 코인 같은 익명성 강화 기술을 둘러싼 정부·의회·시민단체 간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또한, 각 주(州)가 보유한 면허·세제 권한이 그대로 유지되는 만큼, 연방 차원의 완화가 현장에 즉각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시장은 ‘규제 명확성(Regulatory Clarity)’과 ‘금융범죄 예방’이라는 두 목표를 어떻게 조화시킬지 주목하고 있다. 미국이 이번 정책 전환을 통해 글로벌 가상자산 패권을 되찾을 수 있을지, 향후 입법·사법 동향이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