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항소법원 판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충돌한 제임스 보스버그(James Boasberg) 연방법원장에 대한 미 법무부의 사법권위 위반 고발을 각하했다.
2026년 1월 31일, 로이터 통신(Nate Raymond 보도)에 따르면, 연방항소법원의 한 판사는 엘살바도르로의 베네수엘라인 추방 조치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와 충돌한 워싱턴 D.C. 소재 연방법원장 제임스 보스버그에 대해 미 법무부가 제기한 사법권위 위반(judicial misconduct) 고발을 기각했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팜비치 출신으로 알려진 당시 주(州) 검찰총장이었던 팸 본디(Pam Bondi)는 지난해 7월 이례적으로 워싱턴 D.C. 연방법원장 제임스 보스버그에 대한 고발을 발표했다. 본디는 보스버그 판사가 사법정책 기구인 미국 사법회의(United States Judicial Conference)의 비공개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심리한 제퍼리 서튼(Jeffrey Sutton) 6연방항소법원(6th Circuit) 수석 순회법원장(Chief U.S. Circuit Judge)은 2025년 12월 19일자로 공개된 명령문에서, 설사 그러한 발언이 실제로 있었더라도 그것이 사법윤리 규정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토요일 보도자료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보스버그 판사는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명한 판사로 알려져 있으며, 보스버그 본인도 이번 사안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다.
사건의 발단은 보스버그 판사가 베네수엘라인들이 엘살바도르의 교도소로 추방된 조치와 관련해 법무부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 절차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직후였다. 본디는 이 발표로부터 며칠 뒤 보스버그에 대한 고발을 제기했다.
보스버그 판사는 2025년 4월 연방법원 심리에서, 행정부가 2025년 3월 15일에 세 차례의 추방 항공편을 급히 편성한 것은 "악의적 의도(bad faith)"로 보일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당시 보스버그는 긴급 법원 심리를 진행하며 이 조치의 적법성을 판단하고 있었다.
법무부의 고발은 보스버그가 3월에 열린 미국 사법회의 회의에서 존 로버츠(Chief U.S. Supreme Court Justice John Roberts) 대법원장과 다른 참석자들에게 행정부가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헌법적 위기(constitutional crisis)”를 촉발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고 보수 매체 The Federalist가 보도한 발언을 근거로 삼았다.
법무부는 이러한 발언이 사법윤리규정에 저촉되며 보스버그 판사가 베네수엘라인들에 관한 소송에서 자신의 신념을 근거로 부당하게 행동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베네수엘라인들은 적국 외국인법(Alien Enemies Act)에 따라 미국에서 추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D.C. 지역에 판사 간의 잠재적 이해충돌이 존재한다는 점을 이유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이 고발 사건을 신시내티 소재 제6연방항소법원(6th Circuit)의 사법위원회(Judicial Council)로 이송했다.
서튼 판사는 법무부가 보스버그가 실제로 그러한 발언을 했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또한 설령 발언이 있었다 하더라도 사법회의의 비공개 회의 맥락에서는 부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서튼 판사 판결 일부 인용: “이러한 자리에서 판사가 행정부의 사법명령 준수 여부에 대해 불안감을 표명하는 것은, 그 불안이 정당한 우려이든 아니든, 사법회의에서 통상 논의되는 주제인 사법의 독립(judicial independence), 사법 안전(judicial security), 정부 간 관계(inter-branch relations)와 크게 동떨어진 것이 아니므로 사법윤리규정을 위반하는 정도에 이르지 않는다.”
용어 설명
미국 사법회의(United States Judicial Conference)는 연방 사법부의 정책을 심의·권고하는 기구로, 연방 대법원장(Chief Justice of the United States)이 주관한다. 이 회의는 일반적으로 비공개로 진행되며, 판사들 사이의 정책·보안·제도적 문제를 논의한다.
사법위원회(Judicial Council)는 지역 연방항소법원이 소속된 관할구역 내에서 판사들의 윤리·행정 관련 문제를 심사하는 기구다. 본 사건에서는 워싱턴 D.C.와 관련된 이해충돌 가능성 때문에 사안이 신시내티의 제6연방항소법원 사법위원회로 이송됐다.
적국 외국인법(Alien Enemies Act)은 전시 또는 국가 간 대립 상황에서 특정 외국인의 체류·추방 등을 규정하는 연방법으로, 이번 사건의 베네수엘라인 추방 근거로 언급됐다. 국내 일반 독자에게는 다소 생소한 법률로, 국제·안보적 맥락에서 사용되는 조항이다.
법적·제도적 의의
이번 판결은 몇 가지 중요한 선례적 의미를 지닌다. 첫째, 사법정책 논의의 비공개성(private deliberations)과 판사들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사법윤리 규정에 의해서도 보호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둘째, 사법부와 행정부 간 긴장 상황에서 행정부가 사법부 인사에 대한 징계적 조치를 취하는 데 있어 높은 입증 기준이 요구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셋째, 판사들이 행정부의 법원 명령 준수 여부에 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경우 이를 도덕적·윤리적 위반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법적 기준이 제시됐다.
정책적 함의는 다음과 같다. 사법부의 독립성과 내부 의사표현의 자유는 법원의 기능적 역할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번 결정은 사법부 구성원들이 외부 압력이나 정치적 보복을 우려하지 않고 제기할 수 있는 우려의 범위를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반대로 행정부 입장에서는 법원 판사의 공개적 우려 표명이 행정부의 합법적 집행 권한을 약화시키는 등 정치적 긴장 요소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향후 행정부와 사법부 간의 소통·절차적 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경제·시장에 미칠 잠재적 영향
직접적인 금융시장 반응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이번 사안은 주로 사법·행정 관계의 법리적 해석과 내부 절차의 문제에 국한되어 있으며, 특정 기업·금융자산의 가치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칠 만한 사안은 아니다. 다만, 법치주의, 규제 예측 가능성, 정부 정책의 집행 안정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장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사법·행정 갈등이 심화되어 정무적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규제 관련 업종(법률 서비스업, 방산·안보 관련 산업 등)과 해외정책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는 불확실성 프리미엄이 추가될 수 있다.
금융시장 분석 관점에서는 이번 판결이 향후 유사한 행정부-사법부 충돌 사례에서 ‘사법부의 내부 논의 보호’가 선호되는 법리적 근거로 반복 인용될 수 있으며, 이는 정책 리스크 평가에서 행정부의 일시적 강경 대처보다 사법부의 절차적 안정성에 무게를 두는 시장 심리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
결론
이번 6연방항소법원 판결은 사법회의에서의 발언은 특정 조건 하에서 사법윤리 규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중요한 원칙을 확인했다. 이는 사법부의 독립성과 내부 논의의 자유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향후 행정부와 사법부 간의 관계 설정 및 내부 규범 적용에서 참고되는 판례적 지침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으로는 이번 사건이 향후 행정부의 법원 판결 준수 여부와 관련된 긴장 국면에서 법적·정책적 논쟁의 잣대가 될 것이며, 이러한 제도적 견제 구도의 변화가 장기적으로는 공공정책의 예측 가능성 및 투자 심리에 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