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악관 특사 “러시아, 우크라이나에 나토 5조 유사 방위보장 수용”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 인터뷰 영상

스티브 위트코프(Steve Witkoff) 미 백악관 평화특사는 17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 종식을 위한 조건으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나토(NATO) 집단방위 조항인 ‘제5조(Article 5)’와 유사한 수준의 안전보장을 제공하는 방안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2025년 8월 17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위트코프 특사는 “이는 러시아 측이 해당 수준의 보장에 처음으로 동의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열망하는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제5조 보호”라며 이번 양해가 역사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알래스카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푸틴

나토 제5조란 무엇인가

나토 조약 제5조는 “회원국 가운데 한 국가가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이를 모든 회원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각 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조치를 통해 방어에 나선다”는 집단방위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일종의 ‘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 조항으로, 실질적 군사 개입까지 포함하는 가장 강력한 동맹 방어 체계로 꼽힌다.

따라서 ‘제5조 유사 보호’는 나토 가입이 이뤄지지 않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미국·유럽이 공격 시 자동 개입에 준하는 대응을 약속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는 모스크바가 그간 공개적으로 반대해 온 ‘서방의 군사적 개입 확대’와 배치되는 것으로, 러시아 입장 변화가 사실이라면 전쟁 향배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우리는 러시아로부터 처음 듣는 양보를 이끌어냈다.” —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은 이날 AP통신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새 방위보장을 환영하며, EU도 몫을 다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 X(옛 트위터)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 안전보장에 공식 참여할 준비가 됐다는 것은 역사적 결정”이라며 “지상·공중·해상에서 실질적인 보호가 작동해야 하며, 유럽의 참여도 필수”라고 적었다.

알래스카 정상회담 이후

위트코프 특사의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알래스카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지 불과 며칠 만에 나왔다. 미 행정부는 해당 회담을 “생산적”이라고 자평했지만, 구체적 합의 내용은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이전부터 ‘신속하고 장기적인 휴전’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 왔다. 그러나 정상회담 직후 휴전 합의가 도출되지 않자, 우크라이나와 유럽 주요국 사이에서는 미국이 목표에서 물러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끝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적인 평화협정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밝혔으며, 위트코프 특사 역시 “양 정상은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주요 쟁점의 대부분을 논의했다”면서도 구체적 사안은 공개하지 않았다.

“평화협정까지 갈 길 멀다” —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미국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는 ABC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러시아는 추가적인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그는 “강력한 추가 제재를 즉시 부과하면 대화가 중단될 수 있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루비오 장관은 NBC 인터뷰에서도 “평화협정은 아직 멀었다”면서 “영토 경계, 전후 재건 방안 등 핵심 의제에서 여전히 큰 이견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영토·안전보장 놓고 여전한 난제

크렘린은 평화협정의 전제 조건으로 “분쟁의 근본 원인 해결”, 즉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와 나토 가입 포기를 주장해 왔다. 또한 이미 합병을 선언한 크림반도와 동부 지역에 대한 국제적 인정도 요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젤렌스키 대통령이 도네츠크·루한스크(통칭 ‘도네츠크 분지’)를 양도한다면 평화협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헌법은 영토 양보를 허용하지 않는다”며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X에 “힘으로 국경을 변경해서는 안 된다는 데 모두가 동의한다”며 “핵심 문제는 우크라이나·미국·러시아 3자 형식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망

만약 푸틴 대통령이 ‘제5조 유사’ 안전보장을 공식 수용한다면, 이는 “나토 확장 반대”를 들어 침공을 정당화해 온 기존 논리를 스스로 뒤집는 셈이다. 국제 관계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실질적인 주권 보장을 전제로 한 타협에 나선 신호라면 전황이 중·장기적으로 급변할 가능성”을 언급한다. 그러나 러시아가 요구하는 영토 인정과 우크라이나가 요구하는 완전한 주권·안전보장 사이 간극은 여전히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젤렌스키 대통령, 이어 유럽 지도자들과 만나 협상 진전을 모색할 예정이다. 향후 회담 결과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배와 유럽 안보 지형이 결정적 변곡점을 맞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