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 미국 연방 대법원은 2026년 2월 23일(현지시각) 전국총기협회(NRA)가 뉴욕 주 금융감독국(Department of Financial Services) 전 국장 마리아 불로(Maria Vullo)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재개를 다시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2026년 2월 23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은 2024년에 이미 일시적으로 원고인 NRA의 소송을 되살렸던 판결을 내린 이후, 하급심이 같은 사건을 다시 기각한 데 대해 NRA가 또다시 상고한 요청을 기각했다.
사건 경위
이 소송은 NRA가 2018년 제기했다. NRA는 불로가 2018년 플로리다주 파크랜드(Parkland) 소재 고등학교에서 발생해 17명이 사망한 총격 사건 이후, 금융회사들과 보험사들에게 NRA와의 거래를 기피하도록 압박함으로써 협회의 헌법상 제1차 수정조항(First Amendment)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NRA는 이러한 행위를 암묵적 검열 체계(implicit censorship regime)라고 규정하며 보복 행위라고 비판했다.
법적 절차와 주요 쟁점
대법원은 2024년 5월 만장일치 판결에서 하급심이 소송을 기각한 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되돌려 보냈다. 당시 대법원은
“제1차 수정조항은 정부 관료가 직접적이든, 여기 주장된 것처럼 민간 중개자를 통해서든, 권력을 선택적으로 사용하여 표현을 처벌하거나 억압하는 것을 금지한다”
고 판시했다. 다만 그 판결은 불로가 qualified immunity(제한적 면책)를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이후 뉴욕에 본부를 둔 미 연방 제2순회항소법원(2nd U.S. Circuit Court of Appeals)으로 되돌아갔다. 2순회는 불로가 면책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하며 소송을 기각했다. 항소법원은 당시 적용되는 법률이 불로의 행위를 분명히 금지한다고 ‘명확하게 확립되어 있지 않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NRA는 재차 대법원에 상고했다.
면책(qualified immunity)과 법리 설명
여기서 쟁점이 된 qualified immunity는 공무원이 직무 수행 중에 민사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위를 했을 때, 그 행위가 당시 명확히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았다면 소송으로부터 면책될 수 있다는 법리다. 이는 법 집행의 신속성과 행정상 결정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설명된다. 다만 비평가들은 이 제도가 공무원의 책임 추궁을 어렵게 만들고 공공권력의 남용을 용인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2순회 항소법원의 판단 내용
항소법원은 판결문에서
“불로의 입장에 있던 합리적인 관료들이 당시 자신이 한 행위가 설득력 있는 설득(persuasion)을 넘어 불법적인 강제(coercion)와 보복(retaliation)의 선을 넘었다고 확실히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고 명시했다. 이와 같은 이유로 항소법원은 불로에 대해 제한적 면책을 인정하며 NRA의 청구를 기각했다.
관련 사실·수치
불로는 파크랜드 총격 이후 은행과 보험사들에게 NRA와의 거래가 갖는 “평판 위험(reputational risks)”을 고려하라고 권고했다고 알려졌다. 또한 불로의 재임 기간 동안 그녀의 사무실은 Lloyd’s of London(로이즈 오브 런던) 및 다른 2개 보험사에 대해 총 1,300만 달러 이상(> $13,000,000)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이는 NRA가 추천한 보험 상품인 ‘Carry Guard’가 뉴욕 보험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상품은 피보험자가 총기사고로 인해 타인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에도 책임보험을 제공하는 내용이었으며, 잘못된 무기 사용(wrongful use of a firearm)까지 보장하는 구조였다. 해당 보험사들은 이후 뉴욕이 불법으로 본 NRA 추천 상품의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합의했다.
정치적·사회적 맥락
NRA는 공화당과 밀접하게 연계된 영향력 있는 로비 단체로서 많은 민주당이 지지하는 총기규제 조치에 반대해왔고, 미국 내 총기 권리를 넓히는 중대한 소송들을 지원해왔다. NRA는 이번 소송에서 뉴욕 주의 ‘블랙리스트’ 캠페인이 NRA를 기본적 금융서비스에서 배제하려 했고, 그로 인해 단체의 옹호 활동을 위축시켰다고 주장했다.
용어 해설
제1차 수정조항(First Amendment)은 미국 헌법의 조항으로,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 등을 보호한다. 본 사건에서 NRA는 불로의 행위가 이 조항이 보호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qualified immunity(제한적 면책)는 공무원이 직무상 행한 행위에 대해 일정 조건 하에서 민사상 책임으로부터 보호받는 법리로, 법이 분명하지 않았을 경우 공무원이 소송에서 면책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시장·금융에 대한 실질적 영향 분석
이번 사건의 핵심은 정부 관료의 규제·권고 행위가 민간 금융기관의 상업적 결정을 어떻게 좌우하고, 그 결과로 금융시장과 보험시장에 어떤 파급효과를 미치는가이다. 다음은 구체적 고려 사항이다.
첫째, 규제 당국의 권고 또는 권력 행사가 민간 금융회사들에게 미치는 평판 리스크는 실제로 자본 배분과 상품 공급에 영향을 준다. 보험사가 특정 상품을 중단하거나 은행이 특정 단체와의 거래를 제한하면, 관련 단체의 비용 구조가 악화되고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단체의 정치활동 자금과 로비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둘째, 이번 사건과 유사한 규제 압박이 확산될 경우, 금융·보험 업계는 규제 리스크를 반영해 보장 범위 축소, 상품 가격 인상(보험료 상승) 또는 계약 조건 강화 등의 대응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소비자와 기업의 보험 접근성에 영향을 미치며, 특정 위험(예: 총기 관련 책임)에 대한 보험시장 내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법원이 공무원에게 폭넓한 면책을 인정할 경우, 향후 규제 당국의 강한 권고나 사실상의 ‘거래 배제’ 전략이 늘어날 수 있다. 반면 면책을 제한하면 금융회사와 보험사는 규제당국의 지시·권고를 거부하거나 법적 대응 가능성을 더 적극적으로 검토할 유인이 생긴다. 이는 규제의 실효성과 업계의 준법 부담 사이의 균형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
넷째, 투자자 관점에서 볼 때 규제 불확실성은 특정 섹터(보험업, 은행업, 핀테크)와 관련 기업의 리스크 프리미엄을 상승시키고 주가·채권 스프레드를 변동시킬 수 있다. 특히 대형 보험사나 글로벌 재보험사(Lloyd’s 등)는 규제 사건의 전개에 따라 자본 배치와 손해보험료 정책을 재검토할 여지가 있다.
향후 전망
대법원이 이번에 상고를 기각함에 따라, 현재로서는 2순회 항소법원의 면책 인정 판단이 유지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 사건은 표현의 자유와 공무원의 법적 책임 사이의 경계를 둘러싼 중요한 법적 선례를 계속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향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대법원이 다시 법리 해석에 개입할 여지가 남아 있고, 의회가 관련 법률을 명확히 정비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결론
이번 판결은 공직자의 권고·규제적 압박과 민간 부문의 상업적 결정 간의 관계, 그리고 공무원의 책임을 제한하는 법리인 qualified immunity의 적용 범위를 둘러싼 논쟁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채 남겨두었다. 법적 불확실성은 금융·보험 시장의 행동과 투자자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규제 행위의 투명성과 책임을 둘러싼 공적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