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로이터—미국 대법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월 복귀한 이후 그와 행정부 정책을 둘러싼 헌법·행정 소송을 연이어 심리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연준) 독립성, 관세 부과권, 이민·국적 정책, 트랜스젠더 권리, 연방 공무원 해임, 교육·보건·대외 원조 예산 삭감 등 미국 통치 구조의 근간을 흔드는 사안이 망라돼 있다는 점에서 시장과 법조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2025년 9월 3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미 하급심 결정을 뒤집거나 유지하는 방식으로 20건이 넘는 트럼프 행정부 소송의 향방을 좌우했다. 특히 ‘대통령의 해임권’과 ‘의회의 지출권’이 충돌하는 사안이 줄을 잇자 보수 6‧진보 3 구도로 재편된 대법원이 어느 선까지 행정부 손을 들어줄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로 부상한다.
다음은 각 사건별 핵심 쟁점과 진행 상황이다.
1. 연준 이사 해임 시도
9월 18일 법무부는 리사 쿡 연준 이사를 즉각 해임할 수 있도록 하급심 가처분을 해제해 달라고 대법원에 요청했다. 1913년 연준 설립 이후 이사 해임 시도는 전례가 없다. 연준법은 ‘정당한 사유(for cause)’가 있을 때만 대통령이 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구체적 절차를 명시하지 않았다. 워싱턴 D.C. 연방지법 지아 콥 판사는 쿡이 주택담보대출 사기에 연루됐다는 트럼프 측 주장에 “해임 사유가 될 소지가 낮다”고 판단하며 잠정적으로 해임을 막았다.
“통화정책 성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사를 해임할 수는 없다” — 리사 쿡
2.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 해임
9월 22일 대법원은 민주당계 위원 레베카 슬로터의 해임을 잠정 허용하면서 12월 본안 변론을 잡았다. 90년 전 Humphrey’s Executor 판례가 인정한 ‘독립규제기관 위원 임기 보호’를 뒤집을지 주목된다.
3. 트럼프 관세
9월 9일 대법원은 1977년 ‘국제긴급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한 광범위한 관세가 적법한지 심리하기로 했다.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이 “긴급 상황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무효 판단을 내린 데 대한 정부 상고다. 구체적 이해당사자는 5개 중소기업, 12개 주(州), 한 완구업체 등으로 향후 10년간 수조 달러 규모 통관세가 걸려 있다.
4. 출생시민권 제한
9월 26일 법무부는 ‘부모 중 한 명이 시민권자 또는 영주권자’가 아닌 경우 미국 태생 아동의 국적을 부정하는 행정명령 합헌 여부를 대법원에 묻는 상고장을 냈다. 앞서 6월 27일 대법원은 전국적 효력을 지닌 하급심 가처분의 범위를 제한했지만 정책 자체의 위헌성은 판단하지 않았다.
5. 남가주 인종·언어 기반 이민단속
9월 8일 대법원은 “스페인어 사용 여부만으로 불심검문은 위헌”이라 판시한 1심 결정을 보류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급습(raid)을 허용했다. 제4차 수정헌법(불합리한 수색·압수 금지) 적용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계속된다.
6. 베네수엘라인 임시보호지위(TPS) 종료
‘임시보호지위(TPS)’란 내전‧재난 국가 국민에게 미국 체류 및 취업을 한시 허용하는 제도다. 9월 19일 트럼프 행정부는 40만 명 이상의 베네수엘라인에 부여된 TPS 종료를 재차 대법원에 요청했다. 5월엔 대법원이 1심 가처분을 해제하며 트럼프 손을 들어준 바 있다.
7. 이민 ‘패롤(Parole)’ 철회
5월 30일 대법원은 쿠바·아이티·니카라과·베네수엘라 출신 53만여 명의 ‘패롤’(긴급 인도적 사유 임시허가)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가속 추방 절차(Expedited Removal)의 전 단계다.
패롤과 TPS는 모두 ‘추방 유예’ 성격이지만, 전자는 개별 사안 단기 허가, 후자는 국가 단위 지정이라는 차이가 있다.
8. 트랜스젠더 정책
9월 19일 국무부의 성(性)표시 여권 발급 금지 방침이 하급심에서 제동이 걸리자, 행정부는 대법원에 긴급보호를 청구했다. 5월 6일에는 군 복무 금지령이 잠정 인용돼 수천 명의 현역 트랜스젠더 병사가 전역 위험에 놓였다.
9. 행정조직·예산 축소
7월 8일 대법원은 농무부·상무부·보건복지부 등 20여 개 부처의 대규모 감원(RIF)을 허용했고, 7월 14일에는 교육부 폐지 추진을 가로막은 하급심 명령을 해제했다. 8월 21일 NIH의 소수인종·LGBT 연구비 삭감도 그대로 진행되게 했다.
10. 의회 승인 외교원조 집행 보류
9월 26일 대법원은 ‘America First’ 기조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가 승인한 40억 달러 대외원조 지출을 보류하는 것을 허용했다. 이는 헌법상 ‘지갑 권한’(Power of the Purse)을 둘러싼 입법부·행정부 충돌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 전문가 시각
헌법학자들은 “1대통령의 인사권과 행정명령이 어디까지 보호받는지, 2의회가 정한 독립기관 구조가 존속 가능한지, 3이민·안보 명목 긴급권 발동이 남용인지가 이번 회기 대법원의 핵심 시험대”라고 분석한다. 특히 관세·연준·FTC 사건은 금융시장의 거시정책 예측 변수로 꼽힌다.
또한 출생시민권 제한 소송은 14차 수정헌법 해석에 근본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결론에 따라 수백만 명의 시민권 지위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구두변론 일정은 11월 5일(관세), 12월 중순(FTC 해임) 등이 예정돼 있으며, 종국적 판결은 2026년 상반기까지 순차적으로 나올 전망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정책 불확실성 장기화를 감안해 달러 강세, 국채 수급, 방위·사이버·이민 관련 섹터의 변동성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