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법원의 ‘관세 권한’ 칼질이 시작됐다: 2026년까지 전개될 무역정책 리셋의 승자·패자와 투자 로드맵
이중석 |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미 연방대법원이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에 대해 구조적 제동을 걸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법원은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의 합법성에 회의적인 태도를 드러냈으며,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관세를 “미국민에게 부과되는 세금”으로 규정하며 이는 “전통적으로 의회의 권한”이라고 지적했다. 하급심은 이미 IEEPA를 근거로 한 상호관세를 위법하다고 판결한 바 있고,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올해 말~2026년 초에 나올 전망이다. 이 경우 800억 달러+에 달하는 환급(이미 거둬들인 상호관세·펜타닐 연계 관세)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 있으며, 향후 대통령의 관세 권한은 무역법 232조(국가안보), 301조(불공정무역 시정), 201조(세이프가드) 등 ‘법률이 명시한 트랙’으로 제한될 공산이 크다.
이 흐름은 최근의 미·중 완화 시그널과 맞물려 파급력이 배가된다. 중국은 핵심 광물·희토류의 대미 수출 규제 일부를 1년간 정지했고, 미국은 중국산 관세 10%p 인하 및 상호주의 관세의 2026년 11월 10일까지의 유예를 통해 휴전에 보폭을 맞췄다. 동시에 ‘중국 기업 과반 지분 자회사까지 제재하는’ 엔티티 리스트 확대 규정의 시행도 연기됐다. 무역 정책이 ‘대통령의 즉흥적 명령’에서 ‘의회·사법의 가드레일’로 복귀하는 과정이 가시화되는 셈이다.
1) 왜 지금 이슈인가—법·정책의 변곡점
이번 대법원 사안의 중요성은 법적 근거의 재정렬에 있다. 지난 10여 년간 미국의 관세는 IEEPA 등 ‘비상권한’을 준거로 확대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는 정책의 가변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키우는 부작용을 낳았다. 대법원이 IEEPA의 남용에 제동을 건다면, 향후 관세는 232·301·201처럼 사전 절차·검증이 명확한 통상 법률에 기대게 된다. 그 결과는 두 갈래다.
- 정책 불확실성 프리미엄 축소: 기업은 공급망·가격정책을 ‘법률 트랙’에 맞춰 재설계할 수 있어, 변동성이 완화된다.
- 관세의 ‘정밀 유도’화: 국가안보(232), 불공정행위(301), 산업 긴급보호(201)별로 증거·절차를 갖춘 표적 조치가 늘어난다.
여기에 최근 셧다운 종료 임박 기류와 연준의 완화적 톤이 겹치며 자산시장에서는 ‘정책 리스크 프리미엄 정상화’가 진행 중이다. 실제로 미국 증시는 셧다운 조기 타결 기대에 급등했고, 금리선물은 12월 -25bp 인하 확률을 60%대 중반으로 반영하고 있다(시장 호가 기준). 샌프란시스코 연은 메리 데일리 총재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2% 부근에 잘 고정” 발언도 금리 상단을 제약했다.
핵심 요지: 대법원의 IEEPA 제한 + 미·중 제한적 휴전 = ‘비상 관세’의 시대를 마감하고 ‘법률 관세’의 시대로 회귀. 기업의 계획 가능성은 커지고, 정책 리스크 프리미엄은 낮아질 공산이 크다.
2) 거시 파급 경로—물가, 마진, 연준, 달러
(1) 물가경로
관세는 직접세와 유사한 성격으로 수입물가에 전가되며, 완화될수록 소비자물가·생산자물가에 하방 압력을 준다. 대법원이 IEEPA에 제동을 걸고, 미·중이 일부 관세를 감축·유예한다면 2026년까지 연속적으로 헤드라인 인플레이션 -0.1~ -0.3%p(누적 기준) 정도의 디스인플레이션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품목·탄력성 가정에 따라 범위 존재). 이는 연준의 완화 경로 정당성을 강화하고, 장기금리의 중립 수준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2) 기업 마진
수입 의존도가 높은 리테일·가전·의복·완구·IT 하드웨어 등은 관세 완화의 순수 수혜다. 반대로 관세로 보호받던 특정 국내 산업은 경쟁 심화에 따른 마진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다만 232/301/201은 ‘증거와 절차’가 필요한 만큼, 무차별적 보호가 아닌 정밀 보호가 제도화된다.
(3) 연준과 금리
인플레 하방 압력 + 성장 탄력 둔화(셧다운 후유증 등) 조합은 연준의 선제적 완화 논리를 보강한다. 연준 내에서도 12월 -50bp 주장(미런 이사)처럼 속도 논쟁이 있지만, 관세·공급 측 압력이 약해질수록 물가-고용 균형은 완화 쪽으로 기울 수 있다.
(4) 달러
정책 불확실성 축소는 리스크-온 환경에서 달러 강세 요인을 약화시키며, 신흥국 통화와 원자재 통화에 우호적이다. 실제로 최근 브라질 헤알 강세가 커피·설탕 선물 가격 행태에 영향을 주었듯, 관세·환율·상품의 3중 상관구조가 다시 작동한다.
3) 산업·섹터별 승자·패자 맵
| 구분 | 수혜 가능 | 압박 가능 | 코멘트 |
|---|---|---|---|
| 리테일/소비재 | 대형 리테일, 의류/신발, 가전, 이커머스 | 국내 보호산업 일부 | 관세 하향은 판매단가·원가 모두에 긍정. 수요 탄력 큰 카테고리 우위 |
| IT 하드웨어/반도체 | PC/스마트폰 조립, 부품 수입 의존군 | 국내 대체율 낮은 보호분야 | 부품 관세 완화 시 BOM코스트 하락. 다만 첨단장비 대중 수출규제는 지속 |
| 자동차/부품 | 글로벌 OEM의 수입 부품, EV 원가 | 관세 보호 효과 누리던 니치 | 배터리 소재 관세/수출규제 완화시 EV 밸류체인 비용 하락 |
| 원자재/소재 | 희토류, 그래파이트 등 핵심광물 수입처 다변화 | 국내 대체 생산자 | 중국의 1년 유예로 공급불안 약화. 가격 변동성 ↓ |
| 해운/물류 | 수입 반등, 물동량 회복 | 보호장벽 약화로 운임 협상력 ↓ | 정책 안정화는 글로벌 물류 플로우에 우호 |
| 은행/보험 | 불확실성 축소에 따른 신용스프레드 안정 | 관세 환급/회계 이슈 노출 기업 여신 | 환급/세무 이슈는 일시적 변동 요인 |
4) 시나리오 플래닝—2026년까지의 경로
대법원 판결과 미·중 조정, 의회의 대응을 조합하면 아래 3가지 경로가 합리적이다.
시나리오 A(기본·60%): IEEPA 제한 + 제한적 휴전 연장
- 대법원: IEEPA 근거 관세에 제동, 232/301/201 중심으로 회귀
- 미·중: 핵심광물 유예 연장 또는 부분 확대, 상호주의 관세 유예 지속
- 시장 효과: 정책 불확실성↓, 인플레 -0.1~ -0.3%p(누적), 장기금리 하락 압력, 달러 약보합
- 자산배분: 수입민감 소비·IT하드웨어 오버웨이트, 터미널 듀레이션 일부 연장, IG 크레딧 비중 확대
시나리오 B(보수·25%): IEEPA 부분 인정 + 232/301 보강
- 대법원: 일부 IEEPA 허용(긴급·범위 제한), 232/301로 보강
- 미·중: 분야별 ‘맞교환’ 지속, 수출통제·관세 부분 상호 유지
- 시장 효과: 불확실성 중간, 인플레 영향 미미, 선별적 섹터 장세
- 자산배분: 팩터 다변화, 이벤트 드리븐(섹터/테마 롱·숏) 병행
시나리오 C(리스크·15%): IEEPA 유지 + 휴전 파기
- 대법원: IEEPA 활용 여지 유지
- 미·중: 수출규제/관세 복원, 엔티티 리스트 확장
- 시장 효과: 불확실성↑, 인플레 상방(수입물가), 변동성 급등
- 자산배분: 방어주·달러·현금성 비중↑, 커버드콜 등 변동성 수취
5) 환급(>800억 달러) 이슈—재무·회계·캐시플로우
대법원이 상호관세 무효를 확정할 경우, 이미 거둬들인 800억 달러+ 환급이 논점이 된다. 세수 환급은 재정·재무부 발행계획에 단기 변동을 유발할 수 있고, 기업은 환급금을 영업현금흐름(OFCF)으로 반영할지, 기타영업외로 분류할지에 대한 회계 판단이 필요하다. 수입업 의존 기업에선 일시적 현금 유입이 부채상환/자사주 매입/CapEx의 재원으로 쓰일 수 있다. 반면, 관세 보호에 기대왔던 공급자 측은 매출·마진에 역풍을 맞을 수 있어, 가격정책의 리모델링이 불가피하다.
6) 커피·설탕·에너지—상품시장으로 번지는 ‘관세-환율-수급’의 3중주
정책 리셋은 상품시장에도 잔물결을 만든다. 최근 미국의 브라질산 커피 50% 관세가 미국 내 ICE 모니터드 재고 급감과 맞물려 아라비카 가격을 지지했다. 관세 권한이 법률 트랙으로 귀속되고 미·중·브라질과의 통상 긴장 완화가 병행되면, 커피·설탕 등 농산물의 정책 리스크 프리미엄이 낮아질 수 있다. 동시에 중국의 핵심 광물 유예는 배터리소재·희토류 가격 변동성을 누그러뜨린다. 에너지의 경우에도 OPEC+·러시아 리스크가 크지만, 미국 정책·환율 요인의 불확실성 축소는 원유 수요·가격의 중립화에 기여한다.
7) 투자전략—정책 정상화에 베팅하는 포트폴리오
(1) 섹터/테마
- 오버웨이트: 대형 리테일(수입민감), 의류/가전, IT 하드웨어(스마트폰·PC·부품), 물류(정책 안정화 수혜)
- 뉴트럴~언더: 관세 보호로 이익 방어해온 니치 국내 생산자(개별 펀더멘털 재검증)
- 선별: 전기차/배터리 소재(중국발 유예 혜택 vs 미 산업정책 조건), 반도체 장비(대중 수출규제 잔존)
(2) 스타일/팩터
- 퀄리티·캐시플로우: 환급 테일바람 + 재고조정 마무리 국면에서 현금창출 우량주
- 듀레이션 탄력: 인플레 하방·금리 상단 제약 시 성장주 프리미엄 재평가 (단, 밸류에이션 상단은 리스크)
- 배당/IG 크레딧: 정책·금리 변동성 완화 구간의 방어적 수익원
(3) 채권·외환
- 미국채 중장기: 인플레 하방·완화 경로 정당화 → 듀레이션 일부 확대
- 달러: 리스크-온 회복 시 약보합, EM 통화·원자재 통화 분산
8) 리스크 매트릭스—무역정책 리셋의 함정
| 리스크 | 설명 | 감시 지표/완충 |
|---|---|---|
| 의회의 역행 입법 | 대법원 제동 이후, 의회가 대통령 권한을 확장하는 법 개정 시도 | 위원회 상정 법안, 초당파 지지 여부 |
| 미·중 휴전 파기 | 핵심광물 유예 종료·관세 복원으로 정책 리스크 재점화 | 중국 상무부 고시, 미 USTR 발표, 엔티티 리스트 업데이트 |
| 환급 집행 지연 | 800억 달러 환급에 대한 행정·법적 지연 | 재무부 공지, 기업 IR/회계처리 가이드 |
| 연준 커뮤니케이션 괴리 | 완화 속도 논쟁(25 vs 50bp)으로 금리·주식 변동성 확대 | 점도표/의사록, 고빈도 물가·노동 지표 |
| 정치 사이클 | 선거 국면에서 통상정책 재정치화 | 여론조사·캠페인 공약·상정 법안 |
9) 체크리스트—앞으로 6~12개월, 무엇을 볼 것인가
- 대법원 일정: 상호관세 위헌성 최종 판단(올해 말~2026초). Amicus Brief 공방 포함
- 미·중 무역행정: 핵심광물 유예 연장/범위 변경, 관세 인하 유예 지속 여부
- 환급 로드맵: 재무부의 환급 지침·타임라인, 기업 회계 반영
- 연준 12월 회의: -25bp vs -50bp, 성명서 내 물가/고용 밸런스 문구
- 재무부 분기 환매(Refunding): 발행 구성/듀레이션, 수급·금리 영향
- 기업 실적/가이던스: 수입민감 업종의 원가·마진 가시성 개선 여부
10) 기자 노트—전략적 통찰
나는 이번 대법원 사안을 정책 불확실성의 구조적 하향으로 본다. IEEPA라는 포괄적 비상권한에 대한 사법적 제동은 통상정책을 증거·절차·예측 가능성의 레일로 되돌린다. 여기에 미·중의 제한적 휴전이 포개지면, ‘관세 유탄’이 잦아든다. 이 조합은 물가 하방 압력을 보태고, 연준의 완화 경로를 지지한다. 달러는 약보합, 크레딧은 스프레드 축소, 주식은 수입민감 소비·IT 하드웨어 중심의 베타 랠리를 재점검할 타이밍이다.
다만 세 가지 경계를 강조한다. 첫째, 선거 주기다. 통상정책은 언제든 정치로 회귀한다. 둘째, 환급 집행 리스크다. 회계·현금흐름 처리의 이질성이 단기 변동성을 만든다. 셋째, 연준 내 속도 논쟁이다. -50bp 서프라이즈는 듀레이션·성장주에 우호적이지만, 밸류에이션 상단은 제한적이다. 전략은 분명하다. 정책 정상화의 승자를 선별해 중립 이상의 비중을 유지하되, 정치 사이클의 변덕에 대비한 옵션형 방어를 병행하는 것이다.
부록: 용어·법적 프레임
- IEEPA(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 1977): 국가비상 사태에서 대통령의 대외경제 제재 권한을 규정. 관세 근거로 쓰는 것은 법리 논란의 핵심
- 무역법 232조: 국가안보 사유로의 수입 제한·관세
- 무역법 301조: 불공정무역행위 시정(지식재산권 침해 등)
- 무역법 201조: 수입 급증 등 산업긴급보호(세이프가드)
주요 수치·사실은 본 칼럼 집필 시점 공개 보도(미·중 핵심광물 유예·관세 조정, 셧다운 조기 타결 기대, 연준 인사 발언, 대법원 심리 동향)에 근거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