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장·비상장 기업들의 현금 비중이 2021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단기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기업 재무책임자(CFO)들이 더 높은 이자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현금·머니마켓펀드에서 미 국채로 자산을 이동한 결과다.
2025년 8월 12일, 로이터 통신이 인용한 투자 관리 소프트웨어 업체 클리어워터 애널리틱스(Clearwater Analytics) 자료에 따르면, 약 800개 미국 기업 고객(운용 자산 총 1조 3,000억 달러)의 포트폴리오 중 현금에 해당하는 자산(현금·머니마켓펀드·만기 90일 국채)의 중앙값(메디안) 비중은 2021년 40%에서 2025년 7월 말 20%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번 수치는 클리어워터 시스템이 집계한 최근 8년 가운데 최저치다. 동시에 초단기물(90일물) 국채를 제외한 미 국채 비중은 같은 기간 3%에서 20%로 급등했다.
왜 현금을 국채로 바꾸는가?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금리 장기화’ 환경 속에서 CFO들은 유동성을 확보하면서도 금리 인하 전까지 최대한 높은 이자를 챙기려 한다.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매튜 베가리 클리어워터 연구 총괄은 “많은 기업이 국채를 만기까지 보유하면서 안정적 수익을 노린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만기가 짧은 T-빌(1년 이하 단기 국채)이 금리 변동에 가장 빨리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지금은 더 긴 만기를 사도 향후 금리 인상 위험이 작다고 판단한다.” — 매튜 베가리
실제 포트폴리오 평균 듀레이션(잔존만기에 수익률 가중치를 고려한 지표)의 중앙값은 2021년 초 0.45년에서 2025년 7월 말 0.61년으로 늘어났다. 듀레이션이 길어질수록 금리 변동에 따른 채권 가격 위험이 확대되지만, Fed가 다음 단계로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리스크 대비 수익률이 높다고 판단한 셈이다.
듀레이션·T-빌이란?*재무 용어 해설
듀레이션(duration)은 채권 투자자가 금리 변동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나타내는 기간(년) 지표다. 숫자가 클수록 금리 변동에 따른 가격 변동폭이 크다. T-빌(Treasury Bill)은 미국 재무부가 발행하는 1년 이하 초단기 국채로, 무위험 자산으로 간주된다.
베가리는 “높은 금리는 차입이 필요한 기업에는 역풍이지만, 이미 현금을 보유한 기업에는 ‘무위험 수익’이라는 순풍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금리가 내려갈 때까지 장·단기 국채를 적절히 배분해 이자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보고서는 미국 기업 재무팀이 통화정책 변곡점을 앞두고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Fed가 금리 인하로 전환하면 현금 비중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당분간은 “현금 → 국채”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결과적으로, 높은 금리 환경이 유지되는 동안 미국 기업들은 현금을 놀리지 않고 국채에 묶어 두며 리스크 없이 수익을 쌓는 전략을 지속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