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 장기물 금리, 관세발 인플레이션·국채 대량 발행 우려로 완만한 상승 전망—로이터 설문

BENGALURU/로이터—미국 국채 시장에서 장기물(10년물 이상) 금리가 향후 수개월 동안 완만하게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관세 인상에 따른 물가 압력과 사상 최대 규모에 가까운 신규 국채 발행이 맞물리면서다. 반면 단기물 금리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재부상하면서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2025년 8월 1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장·단기 금리 간 엇갈린 흐름은 지난 6~11일 실시된 로이터 설문(응답자 50명 내외)의 공통된 결론이다. 설문에 참여한 채권 전략가들은 올 3분기에만 약 5,000억 달러어치의 새 국채가 시장에 쏟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월 중순 이후 2년물과 10년물 금리는 나란히 0.25%p가량 하락해 시장 참가자들에게 혼란을 안겼다.

이번 금리 하락의 상당 부분은 미 노동부 고용통계 대폭 하향조정 이후 발생했다. 수정된 통계가 경기 둔화 우려를 키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노동통계국(BLS) 국장을 해임했고, 이는 통계 신뢰도와 정책 독립성에 대한 논란을 증폭시켰다.

9월 연준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사실상 확정적이라는 시각도 힘을 얻었다. 금리선물 시장은 연말까지 추가로 ‘거의 두 차례’의 금리 인하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이는 고용시장 둔화 우려와 함께 정치권이 통화정책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경계심 때문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지표가 예상보다 조금만 부진해도 시장은 곧바로 추가 완화 가능성을 과도하게 반영한다. 우리는 이런 과잉 반응에 일정 부분 선을 긋고 있다.” — 장 보뱅(Jean Boivin) 블랙록 투자연구소 소장

보뱅 소장은 또 “연준은 완화적 편향을 유지하겠지만, 물가가 쉽게 잡히지 않는 이상 실제로 공격적인 인하를 단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세발(發) 인플레이션과 ‘터름 프리미엄’

현재 미국 평균 관세율은 대공황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다수 시장 참여자는 이를 ‘일시적 물가 자극’으로 평가하지만, 또 다른 상당수는 연준 목표치(2%)를 이미 웃도는 물가 상승세를 더욱 장기화할 위험 요인으로 본다. 8월 12일 발표될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역시 전월보다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

설문 중간값에 따르면 10년물 금리(현재 4.27%)는 3개월 후 4.30%로 소폭 상승한 뒤, 내년 1월과 같은 해 중에도 비슷한 수준에서 거래될 전망이다. 반면 정책금리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향후 6개월 내 3.60%, 1년 후 3.50%로 각각 15bp, 25bp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가팔라지는 장·단기 금리차

2년물과 10년물 스프레드는 현재 약 0.50%p에서 1년 뒤 0.80%p까지 벌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수익률곡선(이자율 곡선) 스티프닝이란 표현은 바로 이 현상을 가리킨다.

“무역정책 불확실성과 재정 불안, 그리고 이에 따른 대규모 국채 발행이 10년물 등 장기금리를 다소 높게 유지할 것이다.” — 콜린 마틴(Charles Schwab 고정수익 전략가)

마틴 전략가는 “이 모든 요소가 수익률곡선을 더 가파르게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터름 프리미엄(term premium)’이란 장기채를 보유한 대가로 투자자가 요구하는 추가 수익률을 뜻한다. 미국 정부가 재정적자 축소 계획을 마련하지 못하는 한, 더 많은 채권 발행과 함께 이 프리미엄이 높아져 장기금리 상승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로이터 설문에 따르면, 향후 분기별 대규모 국채 발행은 장기물 금리를 ‘의미 있게’ 낮추기 어렵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다.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둔화한다 해도, 수급상 균형을 맞추려면 결국 투자자에게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정적자 해결책이 없다는 사실이 시장에 이미 반영돼 있다. 우리는 더 높은 금리를 통해 정부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수익률곡선 스티프닝은 현재 우리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확신하는 구조적 베팅이다.” — 비샬 칸두자(Morgan Stanley IM)

전문가 해설: ‘수익률곡선 스티프닝’이란 무엇인가

일반 투자자에게는 다소 낯선 개념일 수 있다. 수익률곡선은 만기별 국채 금리를 연결한 곡선이다. 스티프닝은 단기금리는 하락하거나 안정된 반면, 장기금리가 상승해 곡선이 가팔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경기 회복 기대보다는 재정 불안, 인플레이션 리스크, 정책 신뢰도 저하 등 구조적 요인이 크게 작용할 때 발생한다.

편집자 시각

이번 설문 결과는 시장이 ‘물가-재정-정책 독립성’을 삼중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대규모 국채 발행이 예고된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터름 프리미엄은 쉽게 낮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필자는 연준의 완화적 의도가 현실화되려면 물가 데이터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거나, 의회가 재정건전성 확보에 나서는 정책 시그널이 동반돼야 한다고 판단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장기물 금리가 완만하게나마 상승 추세를 이어가며 자산가격 전반에 부정적 압력을 가할 공산이 크다. 이는 달러 강세, 신흥국 자본 유출, 그리고 글로벌 유동성 환경 악화로 확산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