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 수익률 상승에 힘입어 달러 반등

미 달러화(DXY 지수)가 1.5개월 만의 저점에서 반등하며 0.36% 상승했다. 주식·채권·외환시장에서 T-노트(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오르자 달러의 금리 차별화 매력이 부각됐고, 그동안 누적됐던 달러 매도 포지션이 대거 환매되면서 달러지수는 빠르게 되살아났다.

2025년 9월 10일, 바차트(Barchart)·나스닥닷컴 공동 보도에 따르면, 장 초반 발표된 미 노동부의 고용 통계 수정(프렐리미너리 벤치마크 리비전)이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오면서 달러는 한때 출렁였으나, 이후 채권 금리 급등세가 우위를 되찾게 했다.

수정 통계에 따르면 2024년 4월부터 2025년 3월까지 미국 취업자 수가 기존 발표치보다 91만 1,000명 적었다. 시장 예상치였던 –70만 명보다 낙폭이 컸다. 이는 미 노동시장이 생각보다 약하다는 신호로 해석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를 키웠지만, 동시에 위험 회피 심리를 자극해 안전 통화인 달러 수요를 촉진하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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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준 정책 기대 변화

파생상품 시장(연방기금 금리 선물)에서는 9월 16~17일 FOMC 회의에서 50bp(0.50%p) 전격 인하 가능성을 9% 반영하기 시작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0%로 보던 시나리오다. 25bp 인하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며, 이어지는 10월 28~29일 회의에서도 추가 25bp 인하 확률이 75%(지난주 54%)로 높아졌다. 연말까지 연준 기준금리는 현행 4.38%에서 3.65%로 총 73bp 낮아질 것이라는 가격이 형성돼 있다.

그러나 금리 인하 기대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달러화는 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라는 정치적 불확실성에 압박받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 시 리사 쿡 연준 이사를 해임하려는 계획을 검토 중이며,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선임 고문은 정부 직을 유지한 채 연준 이사를 겸직하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쳤다. 외국인 투자자는 연준의 독립성 약화를 달러 자산 매도 명분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 유로·엔 등 주요 통화 동향

EUR/USD 차트유로/달러(EUR/USD)는 달러 반등에 밀려 0.50% 하락하며 1.5개월 만의 고점을 반납했다. 프랑스 7월 제조업 생산이 전월 대비 –1.7%를 기록, 14개월 만의 최대 낙폭을 보인 점도 유로 약세를 부추겼다. 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미 대부분의 인하 사이클을 마쳤다고 평가하는 반면, 연준은 올해 세 차례 추가 인하가 가능하다고 보는 ‘정책 차별화’가 존재한다.

프랑스 정치 불안도 유로를 압박한다.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가 현지 시각 8일(월) 의회 불신임안 통과로 사퇴했기 때문이다. 스왑시장은 12일 예정된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25bp 인하 확률을 ‘0’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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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D/JPY 차트엔화(USD/JPY)는 뉴욕장에서 0.03% 강세(엔 가치 상승)를 나타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행(BOJ) 내부에서는 ‘정치적 혼란과 무관하게 올해 추가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8월 기계공구 주문이 전년 동월 대비 8.1% 증가해 5개월 만의 최대폭을 기록하면서 엔화 강세에 힘을 실었다. 다만 미 금리 상승이 다시 엔화 매도 압력으로 작용하며 상승폭은 제한됐다.

정치권에서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두 차례 선거 패배로 자민당(LDP)이 상·하원 과반을 상실하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는 재정지출 확대(확장 재정)의 문을 열 수 있어, 향후 엔화 흐름에 변수로 꼽힌다.


■ 안전자산 금·은 가격 혼조

12월물 금 선물(GCZ2)은 온스당 4.80달러(0.13%) 올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고, 최근월물(U25)은 3,670.40달러로 장중 신기록을 세웠다. 반면 12월물 은 선물(SIZ2)은 1.34% 하락했다. 시장은 연준의 연말까지 금리 인하 기대를 가장 큰 매수 동력으로 꼽지만, 동시에 달러 강세와 글로벌 금리 상승이 금 가격 상승폭을 제한한다고 진단한다.

중국 인민은행(PBOC)은 8월 금 보유고를 6만 트로이온스 늘려 7,402만 트로이온스로 만들며 10개월 연속 매입을 이어갔다. 이는 금 시장의 확고한 버팀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은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도 지속된다. 금 ETF 보유량은 2.25년 만의 고점, 은 ETF는 3년 고점을 각각 기록 중이다.

반면 은 가격은 미 노동시장 둔화→산업 수요 둔화 우려에 타격을 받았다. 은은 전기·태양광·반도체 등 산업용 비중이 커 경기 민감도가 높은 특성을 지닌다.


■ 용어·배경 설명

T-노트(10년 만기 국채)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무위험 자산’의 기준으로 통한다. 이 채권 금리가 오르면, 달러 자산을 보유할 때 얻는 수익률이 높아져 달러화에는 긍정적이다.

프렐리미너리 벤치마크 리비전은 매년 발표되는 미국 고용통계 정정 과정이다. 표본 편차 등을 보정해 신뢰도를 높이지만, 발표 시점에는 시장에 충격을 주기도 한다.

스왑·선물시장의 인하 확률은 파생상품 가격을 역산해 계산한다. ‘시장은 ~%를 반영한다’는 표현은 거래자들이 그 정도 확률로 해당 이벤트를 베팅하고 있음을 뜻한다.


“연준이 연내 세 차례 금리를 내리더라도, 정치적 불확실성과 글로벌 중앙은행 간의 스탠스 차이가 남아 있는 한 달러 강세가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이다.” – 뉴욕 소재 자산운용사 관계자

한편, 바차트에 기고한 리치 애스플런드 필진은 기사 작성 시점 기준으로 언급된 상품·증권에 직접적인 투자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