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 수익률 상승에 달러 지수 1.5개월 저점서 반등

달러화(DXY)가 미 국채 금리 상승에 힘입어 1.5개월 만의 저점에서 빠르게 되돌림을 보였다. 10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 인덱스(티커: DXY00)는 전일 대비 0.36% 상승하며 약세 흐름을 일단락했다. 장중 일각에서는 고용 지표 하향 수정이 달러를 눌렀으나, 미 10년물 국채(T-note) 수익률 급등이 금리 차 확대를 재점화하면서 달러 매도세를 되돌렸다.

2025년 9월 1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 노동부가 발표한 ‘벤치마크 고용 수정치(Preliminary Benchmark Payroll Revisions)’는 2024년 3월부터 2025년 3월까지의 취업자 수가 종전 집계보다 91만1,000명 적은 것으로 잠정 수정됐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였던 70만 명 감소보다 훨씬 큰 폭이며, 미국 노동시장 쇠퇴 신호로 해석된다. 그러나 같은 시점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상승해 달러-엔드 수익률 스프레드를 넓힘에 따라 환시 참가자들은 달러 쇼트(매도) 포지션을 대거 청산했다.

■ 연준 완화 기대 확산, 달러 상단 제한
시장 참가자들이 연말까지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를 세 차례나 점치는 만큼 달러의 중장기 상단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꾸준히 제기된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16~17일 FOMC에서 50bp(0.5%p) 빅컷이 단행될 가능성은 9%로 전주 ‘0%’에서 확대됐고, 10월 28~29일 회의에서는 또 한 차례 25bp 인하가 단행될 확률이 75%로 뛰었다. 연말 연방기금금리 선물은 총 73bp 하락한 3.65%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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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적 독립성 논란, 달러에 이중 악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셸 쿡 연준 이사를 해임하려 한다는 보도가 외국인 투자자의 달러 보유 심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아울러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의 스티븐 미랜이 현직을 유지한 채 연준 이사직에 도전하려 한다는 소식 역시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우려로 연결돼 달러 매력을 제한했다.


■ 유로화, 프랑스 제조업 부진ㆍ정치 리스크에 약세
같은 날 유로/달러(EUR/USD)는 1.5개월 최고치에서 반락해 0.50% 하락 마감했다. 원인은 달러 반등 외에도 7월 프랑스 제조업 생산이 전월 대비 -1.7%로 14개월 새 최대 폭으로 줄어든 데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사실상 금리 인하 사이클을 끝냈지만, 연준은 세 차례나 인하할 것”이라는 중앙은행 간 정책괴리가 유로에 초반 상승 탄력을 줬으나, 거시지표 부진과 프랑스 정치 불확실성(바이루 총리 불신임 사퇴)으로 매도가 재개됐다.

스와프시장은 9월 11일(목) 예정된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을 ‘0’으로 보고 있다. 이는 ECB가 ‘더 이상의 도구가 제한적’이라는 메시지를 줄 것이라는 의미다.

■ 엔화, 추가 금리 인상 전망에 장중 3주 최고…그러나 소폭 상승 마감
달러/엔(USD/JPY)은 -0.03% 내렸으나, 원화와 달리 낙폭은 미미했다. 블룸버그는 “일본은행(BOJ) 내부에서 정치 불안정과 무관하게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8월 일본 공작기계 주문이 전년 동월 대비 8.1% 증가하며 5개월 만에 최대폭을 기록, 엔에 매수 요인을 더했다. 다만 국채 금리 급등 여파로 엔 강세는 제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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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면에서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참ㆍ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LDP)이 과반을 잃자 사퇴를 선언했다. 시장은 이를 ‘확장적 재정정책’의 길이 열릴 신호로 간주, 엔화 약세 요인으로 해석한다.


■ 금·은 시황: 금 사상 최고 경신, 은은 조정
12월물 금 선물(GCZ2)은 4.80달러(+0.13%) 올라 계약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최근월물(U25)은 $3,670.40/온스라는 사상 최고가에 안착했다. 반면 12월물 은(SIZ2)은 1.34% 밀렸다. 연준 완화 기대와 중국 인민은행(PBOC)의 10개월 연속 금 매입(8월 6만 트로이온스 추가)이 금 가격을 지지했으나, 달러 강세와 글로벌 금리 상승이 상승폭을 억제했다.

산업용 수요가 높은 은은 ‘고용 부진→산업 금속 수요 둔화’ 공포로 압력을 받았다. 다만 ETF 자금 유입은 여전히 견조하다. 금 ETF 보유량은 2년 3개월 만의 최고치, 은 ETF는 3년 만의 최고치를 각각 기록했다.

■ 용어 풀이
• T-note(트레저리 노트): 만기 2~10년 사이의 미국 국채로, 국내에서는 ‘미 중기채’로 불린다.
• 벤치마크 고용 수정치: 매년 2월 발표되는 미 노동부 통계로, 표본 오류를 바로잡아 고용 데이터를 ‘정합화’한다. 이날 공개된 ‘잠정치’는 향후 최종치 발표 전 투자자들에게 선행 정보를 제공한다.
• FOMC: 연방공개시장위원회로, 미국의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를 결정하는 기구다.
• 스왑 시장 확률: 금리 스왑 가격을 통해 참여자들이 금리인하 혹은 인상 확률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를 수치(%)로 제시한 것.

■ 기자 관전평
괴리 확대는 언제나 자본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연준의 기조가 바뀌는 순간, 달러는 추가 조정이 불가피하지만, 그 이전까지는 ‘수익률 차’라는 분명한 명분이 달러 방어막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유로·엔처럼 정치·거시 변수에 취약한 통화는 달러 오름세의 ‘재료’가 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금 가격은 ‘정책 피봇’+‘정치 리스크’라는 두 축을 동시에 받고 있어 당분간 고평가 논란을 비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은과 달리 산업 수요 의존도가 낮은 금은 ‘실질금리 방향성’에 극도로 민감하므로, 미 노동시장 둔화 정도와 중장기 금리 궤적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