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 금리 하락 여파로 달러지수 1.5주 만에 최저…유로화·엔화 강세

달러화가 다시 약세를 보이며 글로벌 외환시장이 요동쳤다. 23일(현지 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지수(DXY00)는 전일 대비 -0.47% 하락해 1.5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 10년 만기 국채(T-note) 수익률이 하락한 것이 달러 매도세를 자극했다.

2025년 7월 23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날 달러 약세는 미국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이하 리치먼드 연은)이 발표한 7월 제조업 지수 급락이 결정적이었다. 해당 지수는 전월보다 12포인트 떨어진 -20을 기록해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시장 예상치가 -2 상승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어닝 쇼크’에 준하는 결과다.

마켓 참가자들은 리치먼드 연은 지표 부진을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추가 완화 가능성 신호로 해석했다. 실제로 연방기금선물(FF선물) 가격에 반영된 7월 29~30일 FOMC에서의 25bp(0.25%포인트) 금리 인하 확률은 5%, 9월 16~17일 회의에서는 58%로 집계됐다. 금리 전망이 완화적으로 기울면서 달러는 구조적으로 약세 압력을 받았다.


재닛 베센트 재무장관 발언이 낳은 미묘한 지지력

다만 달러화 낙폭은

“제롬 파월 의장이 당장 사임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는 재닛 베센트 미 재무장관의 발언으로 일부 제한됐다. 최근 일부 정치권에서 제기된 파월 의장 해임설은 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로 외국인 투자자의 달러 자산 이탈 불안을 키워 왔다. 베센트 장관의 발언은 이러한 공포를 완화해 달러에 기저 지지력을 제공했다.

그러나 지표 충격에 따른 매도세가 워낙 거셌던 탓에 달러 반등은 단명했다. 달러지수는 결국 1.5주 신저가 부근에서 장을 마감했다.


유로, ECB 동결 기대 속 2주 최고치…그러나 무역 갈등 리스크는 여전

같은 날 유로/달러(EUR/USD) 환율은 +0.47% 상승해 2주래 최고치를 찍었다. 달러 약세 효과가 컸지만, 25일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유로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스왑시장은 ECB가 이번 회의에서 25bp를 인하할 확률을 불과 2%로 반영하고 있다.

다만 ECB 분기별 은행대출조사(Bank Lending Survey)가 “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불확실성과 무역 긴장으로 대출 수요가 여전히 약하다”고 지적함에 따라 유로 상승폭은 제한됐다. 추가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EU산 제품에 15~20%의 최소 관세(minimum tariff)를 추진한다는 보도가 지속되는 점도 유로존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엔화, 안전자산 선호 속 1주 최고…일본 정치 리스크는 상존

엔/달러(USD/JPY) 환율도 -0.58% 하락(엔화 강세)해 1주 고점을 경신했다. 달러 약세 외에도 미 국채 금리 하락이 엔화 매수를 부추겼다. 앞서 일부 언론은 일본은행(BOJ)이 다음 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0.5%로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는데, 이는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늦춰질 것이라는 의미다.

단기적으로는 LDP(자민당)의 참의원 의석 상실로 재정지출 확대·감세 가능성이 커지면서 일본 국가재정 악화 우려가 엔화 강세를 제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은 가격 5주·14년 최고…안전자산·실물수요 결합

상품시장에서는 금 8월물은 온스당 37.30달러(1.09%) 올라 5주 최고를 터치했고, 은 9월물은 0.221달러(0.56%) 상승해 근월물 기준 1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달러 약세와 글로벌 채권금리 하락이 귀금속 매수세를 지탱한 가운데, ECB 대출조사 결과가 통화완화 전망에 힘을 실어 금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특히 금 ETF 보유량이 전날 기준 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늘어난 점이 펀드매수 심리를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산업용 수요 비중이 큰 은 가격은 리치먼드 연은 제조업 지수 급락이 경기 둔화 우려를 부각시켜 상승폭이 다소 제한됐다.


기자가 보는 향후 전망

첫째, 달러 약세 트렌드의 연속성이다. 연준이 9월까지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하할 가능성이 축적되는 한편, 유럽 및 일본 통화정책이 대체로 동결 기조를 보이는 현 상황에서는 상대적 금리차 축소가 달러 약세를 지지할 공산이 크다.

둘째,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외환·귀금속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변수다. 미국과 EU 간 관세 갈등, 미국의 전방위적 관세 인상 경고 등은 유로존 경기뿐 아니라 미국 내 물가와 경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 투자자들이 헤지 수단으로 금·은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일본 정치·재정 변수이다. 일본 정부가 선거 패배 후 경기 부양책을 병행할 경우 국채 발행 확대와 동시에 엔화 약세 요인이 발생할 수 있어, 단기적 엔화 강세가 장기 추세로 이어질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용어 설명

*달러지수(DXY): 달러의 상대가치를 6개 주요 통화(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달러, 스웨디시크로나, 스위스프랑) 대비 지수화한 것.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미국 정부가 발행한 10년 채권의 시장금리로, 글로벌 자금의 위험선호 및 성장 전망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
*FOMC: 연방공개시장위원회(Federal Open Market Committee)의 약자로, 미국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를 결정하는 회의.
*FF선물: 연방기금금리 선물로, 향후 정책금리 방향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가격에 반영한 파생상품.
*ECB 은행대출조사: 유럽중앙은행이 분기마다 실시하는 조사로, 유로존 은행들의 대출 기준·수요·전망을 파악하는 자료.


ⓒ 2025 Barchart.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