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 금리 상승 여파로 뉴욕증시 하락…AI·반도체주 중심 매도세 강화

뉴욕증시가 국채 금리 반등에 다시 한 번 압박을 받았다. 10일(현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 대비 -0.28% 하락한 반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52% 떨어지며 1주일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나스닥100 지수 역시 -0.15% 내렸다. 장 마감 후 거래되는 12월물 E-미니 S&P 선물은 -0.30% 밀렸고, 12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도 -0.16% 떨어졌다.

2025년 10월 1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증시 조정의 직접적 계기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2bp 상승해 4.14%를 기록한 데 있다. 채권 수익률 상승은 주식의 상대적 매력을 떨어뜨려 롱 리퀴데이션(long liquidation)보유 중이던 주식을 이익·손실을 불문하고 청산하는 매도 행위을 부추겼다. 특히 반도체AI 인프라 종목에서 매도 압력이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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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개별 종목 중에서는 델타항공(Delta Air Lines)이 연간 조정 EPS(주당순이익)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4% 넘게 급등했고, 펩시코(PepsiCo)도 3분기 순매출이 예상을 상회해 4% 이상 상승했다. 이러한 선전에도 불구하고 지수 전체는 채권 금리 쇼크를 극복하지 못했다.


AI·연준·미 정부 셧다운…엇갈린 재료 속 변동성 확대

이번 주 초 S&P 500과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상승세를 나타냈다. 인공지능(AI) 분야의 구조적 성장과 이에 따른 기업 이익 개선 기대가 핵심 호재였고, 견조한 미국 경제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완화 가능성도 주가를 떠받쳤다.

그러나 연준 고위 인사들의 발언은 혼조 양상을 보였다. 매파적 색채가 강한 마이클 바(Michael Barr) 연준 부의장은 “추가 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며 관세 인상이 지속적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 뉴욕 연은 총재는 실업률이 4.3%를 웃돌고 물가가 3% 수준으로 안정된다면 “올해 안에 금리 인하를 지지하겠다”고 밝혀 시장에 다소 완화적(비둘기파) 시그널을 줬다.

“노동시장과 고용에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을 완화한다.” —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미 연방정부 셧다운이 2주째로 접어들며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정부 업무 중단으로 인해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8월 무역수지, 비농업부문 고용보고서 등 핵심 경제지표 발표가 줄줄이 연기됐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64만 명의 연방 공무원이 무급휴직에 들어갈 경우 실업률이 4.7%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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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 선호…금・비트코인 강세 지속

정치적 불확실성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비판, 프랑스·일본의 정치 변수 등 복합 리스크로 안전자산인 금과 비트코인이 강세를 보였다. 금 가격은 온스당 $4,000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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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투자자들은 관세·무역 협상 및 셧다운 해소 여부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0일 발표 예정인 미시간대 10월 소비심리지수는 54.0으로 전월 대비 1.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실적 전망: 작은 폭의 증가 속 ‘어닝 서프라이즈’ 기대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S&P 500 구성 기업 중 22%가 3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했는데, 이는 1년 만에 최고치다. 다만 3분기 순이익 증가율은 +7.2%로 2년 만의 최저폭이며, 매출 성장률도 5.9%로 2분기(6.4%)보다 둔화할 전망이다.

시장은 10월 28~29일 FOMC에서 25bp(0.25%p) 금리 인하가 단행될 확률을 95%로 반영하고 있다.


해외 증시 및 금리 동향

유럽 스톡스50 지수는 -0.43% 하락한 반면, 춘절 연휴 후 개장한 상하이 종합지수는 +1.32% 올라 10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일본 니케이225도 +1.77% 상승하며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 국채 12월물 10년물(T-Note)은 4틱 하락했고, 수익률은 2.7bp 오른 4.144%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기대를 나타내는 10년물 BEI(Breakeven Inflation Rate)가 1주 최고치인 2.374%로 오르며 채권 가격을 눌렀다. 다만 30년물 국채 입찰은 응찰倍率 2.38로 10회 평균과 동일해, 수급은 균형을 이뤘다.

독일 10년물 분트(Bund) 금리는 2.4bp 상승한 2.703%를, 영국 10년물 길트(Gilt) 금리는 3.6bp 올라 4.745%를 각각 기록했다. 독일 8월 수출 -0.5% m/m, 수입 -1.3% m/m로 예상을 밑돌면서도, ECB 9월 의사록은 상방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이유로 금리 동결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섹터별·종목별 동향

반도체 및 AI 인프라 업종이 낙폭을 주도했다. 델 테크놀로지스는 -5%, 마이크론·마벨은 -2% 넘게 떨어졌다. 이 밖에 글로벌파운드리스, 퀄컴, 마이크로칩, 엔엑스피, 램리서치, 온세미컨덕터, 텍사스인스트루먼츠가 -1% 이상 하락했다.

주택 건설주도 약세였다. CFRA가 투자의견을 ‘매도’로 낮춘 결과, 풀티그룹 -4%, 톨브러더스 -3% 이상 하락했고, DR호턴·레나 역시 큰 폭으로 밀렸다.

에너지 업종은 WTI 유가 -1% 하락 여파로 APA코퍼스다이아몬드백에너지가 -3% 이상 떨어졌다. 하리버튼, 코노코필립스, 데번에너지, 셰브런, 옥시덴털페트롤리엄도 -1~2% 범위의 낙폭을 보였다.

반면 알베말(리튬 생산)은 TD 코웬의 목표주가 상향(70→85달러)으로 5% 이상 급등했다. 델타항공·펩시코·코스트코 등 실적·가이던스 호조 종목도 강세를 이어갔다. 희토류 관련주인 Critical Metals(+25%), Ramaco Resources(+12%), MP Materials(+2%)는 중국의 추가 수출 제한 소식에 동반 상승했다.

이 외에도 Serve Robotics는 도어대시(배달 플랫폼)와의 파트너십 확대로 29% 폭등했고, Akero Therapeutics는 노보 노디스크의 47억 달러 규모 인수 합의로 16% 올랐다. 남미 이커머스 대장 메르카도 리브레는 브라질 규제 당국과의 약국 제품 판매 협의 소식에 4% 상승했다.


용어 풀이 및 투자 팁

롱 리퀴데이션(Long Liquidation)은 투자자가 보유 중이던 매수(롱) 포지션을 정리하는 행위를 뜻한다. 통상 수익 실현 목적이지만, 금리 급등·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일시적으로 포지션을 축소하기도 한다.

10년물 BEI는 명목 국채금리와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 차이로 계산되며, 향후 10년간 시장이 예상하는 평균 기대 인플레이션율을 보여준다. BEI가 상승하면 중앙은행의 정책 경로와 무관하게 물가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기자 해설 및 전망

국채 수익률 반등이 증시를 흔들고 있지만, 연준이 사실상 10월 인하를 예고하면서 장기 랠리의 추세선은 아직 유효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다만 ▲셧다운 장기화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정책 압박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 등은 방심을 금물로 만든다. 향후 실업률서비스 물가의 방향성이 연준의 최종 결정을 좌우할 전망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단기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현금 비중을 늘리거나, 방어적 배당주·고품질 채권으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고려해볼 만하다. 동시에 AI·클라우드·친환경 소재(리튬·희토류) 등 중장기 모멘텀 섹터에 대한 분할 매수 전략도 유효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