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금리 동향 집중 분석】 미국 10년물 국채(이하 ‘T-노트’) 수익률이 상승하면서 달러가 저점에서 반등했다. 10일(현지 시각) 달러지수(DXY00)는 1.5개월래 최저치에서 회복돼 전일 대비 0.36% 상승 마감했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통화 간 금리 차(interest rate differential)가 확대돼 달러에 매력이 높아진다.
2025년 9월 10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장 초반 달러는 미국 고용 통계 수정(bench-mark payroll revisions) 뉴스에 흔들리며 급락했다가, 국채 금리 반등과 함께 매도 포지션을 청산(쇼트 커버)하는 움직임이 겹치며 빠르게 방향을 틀었다.
■ 고용 통계 하향 조정
미 노동부가 발표한 ‘예비 벤치마크 수정’에 따르면 2024년 4월부터 2025년 3월까지의 고용은 종전 집계보다 91만 1,000명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 예상치는 –70만 명이었으나 실제 수정 폭이 더 컸다. 이는 미 노동 시장이 생각보다 부진하다는 신호로, 연준(Fed)의 완화 전환 전망을 강화했다.
“시장은 9월 FOMC에서 50bp(0.50%p) 인하 가능성을 9%로 반영하고 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0%였다.”
현재 기준금리(연 4.38%) 대비 연말까지 총 73bp 인하를 가격에 반영한다. 9월 25bp 인하(기존 예상된 수준) 이후, 10월 회의에서 추가 25bp 인하 가능성은 54%→75%로 급등했다.
■ 연준의 독립성 흔들?
시장 참가자들은 달러 약세 요인으로 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를 거론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리사 쿡(Fed 이사) 해임을 시도하고, 스티븐 미란이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직책을 유지한 채 연준 이사로 임명되길 원하는 것 등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외국인 자금이 달러 자산을 회피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 유로·엔 동향
EUR/USD 환율은 장중 1.5개월 고점을 찍은 뒤 달러 반등에 밀려 0.50% 하락 마감했다. 프랑스 7월 제조업 생산이 전월 대비 –1.7% 감소해 14개월래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한 점도 유로를 눌렀다. 한편 시장은 ECB가 사실상 금리 인하 사이클을 마무리한 것으로 본다.
USD/JPY는 –0.03% 조정받았다. 블룸버그는 “BOJ(일본은행) 내부에서 연내 추가 인상 여지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고 전했다. 8월 일본 기계공작기계 수주가 전년 대비 8.1% 늘며 5개월 최대폭 증가한 점도 엔 강세를 도왔다. 다만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사임할 방침을 밝히면서 일본 정치 불확실성이 커진 점은 엔 강세를 제한했다.
■ 금·은 시세
12월물 금 선물(GCZ2)은 0.13% 상승해 사상 최고가 경신을 이어갔다. 반면 12월물 은 선물(SIZ2)은 –1.34% 급락했다. 연내 금리 인하 기대, 프랑스·일본 정치 리스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이 안전자산 수요를 자극한 결과다. 중국 인민은행(PBOC)이 8월 금 보유량을 6만 트로이온스 증액하며 10개월 연속 매입한 것도 우호적이다.
ETF(상장지수펀드) 자금 흐름도 긍정적이다. 금 ETF 보유량은 2.25년 만에 최고, 은 ETF는 3년 만에 최고치다. 다만 달러 강세와 글로벌 국채 금리 상승은 금 가격 상승폭을 제한했다.
■ 용어 풀이
T-노트란 미국 재무부가 발행하는 2년~10년 만기의 중장기 국채로, 글로벌 자금의 벤치마크 금리 역할을 한다. bp(베이시스포인트)는 금리 0.01%포인트를 의미하며, 50bp는 0.50%포인트다. 벤치마크 수정보고는 매년 통계 오차를 보정하는 절차로, 고용지표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해 시행된다.
◇ 기자 관전평
최근 달러 반등은 ‘금리 차’라는 전통적 요인이 명확히 작동한 결과지만, 동시에 정치 변수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연준의 완화 전환 기대, 행정부의 인사 개입 논란은 장기적 달러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유럽·일본 정치 리스크는 상대 통화 약세를 부추겨 달러 지수 하단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하반기 외환시장은 ‘정책 불확실성 장세’가 이어질 개연성이 높으며, 투자자들은 국채 금리와 중앙은행 커뮤니케이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