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채권 시장] 미국 달러화가 미 국채 수익률(금리) 상승과 함께 다시 힘을 얻었다. 21일(현지시간) 달러 인덱스(DXY)는 전장 대비 0.27% 오른 1주 최고치에서 거래를 마쳤다. 시장 참가자들은 Kansas City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제프리 슈미트가 “인플레이션 위험을 감안할 때 ‘약간 제약적(modestly restrictive)’ 통화정책이 여전히 적절하다”라고 발언한 점을 달러 강세의 주요 근거로 꼽는다.
2025년 8월 2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달러 강세는 8월 S&P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와 7월 기존주택 판매가 예상보다 호조를 보인 영향도 컸다. 동시에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며 안전자산·유동성 수요가 달러로 몰린 점도 강세를 부추겼다.
달러 인덱스(DXY) 1주 추이 – Barchart 캡처
다만 노동시장 냉각 신호는 달러 상승폭을 제한했다.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 대비 1만1000건 증가한 23만5000건(2개월 최고)으로 집계돼 시장 예상치(22만5000건)를 웃돌았다.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3년 9개월 만의 최고치인 197만2000건으로 늘어나, 구직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을 시사했다.
또한 정치적 불확실성도 변수다.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개인 주택담보 대출 논란과 관련해 연준 이사 리사 쿡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가 부각됐다. 이는 달러화에 상반된(혼재된)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유럽 주요 지표
• 필라델피아 연은 제조업지수는 전월 15.9에서 –0.3으로 16.2포인트 급락, 시장 예상치(6.5)를 크게 하회했다.
• 8월 S&P 글로벌 제조업 PMI는 53.3으로 예상치(49.7)와 분기점(50)을 넘어서며 3년 만의 최고 확장 속도를 기록했다.
• 7월 기존주택 판매는 전월 대비 2.0% 증가한 401만 건으로, 감소 전망(–0.3%)을 뒤집었다.
연방기금선물(FF) 가격은 9월 16~17일 FOMC에서 0.25%포인트(25bp) 금리 인하 가능성을 75% 반영하고 있으며, 10월 28~29일 회의에서 두 번째 25bp 인하 가능성은 49%로 가격에 반영돼 있다.
유로화·엔화 동향
유로/달러(EUR/USD)는 0.26% 하락하며 1주 최저치로 밀렸다. 이날 유로존 8월 소비자신뢰지수가 –15.5로 4개월 최저, 시장 예상 –14.7을 하회하면서 낙폭이 커졌다. 다만 유로존 8월 제조업 PMI(50.5)와 합성 PMI(51.1)가 각각 3년·15개월 최고치로 올라 유로 약세를 일부 완충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해서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에는 러시아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하며 일방적 보장은 ‘가망이 없다’”라고 언급해 휴전 기대를 낮췄다. 미국 부통령 J.D. 밴스는 양국 간 종전 협상에서 러시아가 현재 점령하지 않은 우크라이나 영토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달러/엔(USD/JPY)은 0.50% 상승하며 엔화가 1주 만에 약세를 보였다. 미국 지표 호조와 미 국채 금리 상승이 주된 배경이다. 일본 8월 S&P 제조업 PMI가 49.9로 전월 대비 1포인트 올랐지만 50을 밑돌아 여전히 수축 국면임을 나타냈다. 게다가 미국발 대(對)일본 관세 인상 우려가 일본 수출·경기 전망을 짓누르며 엔화 매도를 자극하고 있다.
귀금속 시장
12월물 금 선물은 온스당 1.70달러(0.05%) 하락했고, 9월물 은 선물은 0.337달러(0.89%) 상승했다. 강달러와 글로벌 금리 상승, 그리고 슈미트 총재의 매파적 발언이 금 가격을 압박했다. 반면 주간 고용지표 부진, 연준 독립성 우려, 미·중·우크라이나 지정학 리스크는 금·은의 안전자산 매수세를 떠받쳤다.
특히 은 가격은 미·유럽 제조업 PMI 동시 개선으로 산업용 수요 기대가 살아나며 탄력을 받았다. ETF(상장지수펀드) 내 금 보유량이 2년 만의 최고, 은 보유량이 3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늘어난 점도 투자 수요를 반영한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노동시장에 균열이 확인되자 채권시장은 금리 인하 베팅을 확대하고 있으나, 높은 인플레이션과 견고한 소비·주택·제조업 지표가 동시 존재해 연준의 정책 판단이 더욱 복잡해질 것”
이라는 평가가 월가에서 나온다. 기자가 접촉한 외환 딜러들은 “DXY가 105선 중반을 돌파하려면 고용 둔화가 일시적이라는 증거가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연준 독립성 논란이 확산될 경우 달러 매수세가 제동을 걸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럽에서는 ECB가 9월 11일 회의에서 25bp 인하를 단 2%만 가격에 반영하고 있어, 유로존의 뚜렷한 디스인플레이션이나 성장 급냉 징후가 없다면 정책 변경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용어 풀이
*PMI(구매관리자지수) : 제조업·서비스업 구매담당자에게 신제품 주문·고용·재고 등을 설문해 경기를 0~100으로 수치화한 것.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50 미만이면 위축으로 해석된다.
• DXY : 달러 가치를 6개 주요 통화 바스켓과 비교해 산출하는 지수. 유로가 57.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 FF 금리 : 미국 은행 간 하루짜리 초단기 대출 금리. 연준이 목표 범위를 제시해 통화정책을 집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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