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가 미 국채 금리 상승에 힘입어 다시 강세를 보였다. 18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 지수(DXY)는 전장 대비 0.50% 오른 1,078.25(가정치)로 마감했다. 이는 전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을 재확인한 데 이어, 이날 발표된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와 필라델피아 연은 제조업지수가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상승한 영향을 받은 결과다.
2025년 9월 19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파월 의장의 발언을 ‘매파적(hawkish)’으로 해석하며 *달러화 매수 강도를 높였다. 그는 “재화 가격 상승이 물가 전반으로 전이되고 있으며, 내년에도 물가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시장은 이미 전날 25bp(0.2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 이후에도 연내 추가 두 차례(총 50bp) 인하 가능성을 점치고 있었으나, 파월 의장이 긴축적 스탠스를 유지한 만큼 금리 인하 폭이 제한될 수 있다는 관측이 커졌다.
이에 따라 미국 10년 만기 재무부채권(이하 T-노트) 수익률은 장중 4.50% 선을 터치하며 달러화 강세를 가속했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전주 대비 3만 3,000건 감소한 23만 1,000건으로 집계돼 시장 예상치(24만 건)를 하회했다. 같은 날 공개된 9월 필라델피아 연은 제조업지수는 23.2로, 전달(-0.3) 대비 23.5포인트 급등하며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경제 지표가 연준의 추가 완화 여력을 제약할 수 있다는 점이 달러화에 직접적인 호재로 작용했다.” – 뉴욕 소재 대형 투자은행 환율 데스크
다만 달러는 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라는 역풍도 맞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리사 쿡(Fed 이사)을 해임하려 하고,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소속인 스티븐 미란이 현직을 유지한 채 연준 이사직을 겸임하려는 움직임이 전해지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달러 자산을 축소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유로/달러(EUR/USD) 환율은 0.20% 하락한 1.0657유로를 기록했다. 독일 재무청이 4분기 국채 발행 규모를 기존 계획보다 20% 늘려 905억 유로(약 1,070억 달러)를 조달하겠다고 발표한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독일 정부는 인프라 및 국방 예산 확대를 위해 추가 차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재정 악화 우려가 유로화 약세를 부추겼다.
그러나 시장은 통화정책 차별화(central bank divergence) 측면에서 유로화 낙폭을 제한하고 있다. ECB(유럽중앙은행)은 이미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우세한 반면, 연준은 연말까지 두 차례 추가 인하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여전히 유효하다. 금리스와프 시장은 10월 30일 ECB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 인하 확률을 2%로만 반영하고 있다.
엔/달러(USD/JPY) 환율은 0.59% 오른 148.30엔을 기록하며 1주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니케이225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갈아치우며 위험자산 선호가 강화된 데다, 미국 지표 호조로 T-노트 금리가 올라 엔화의 안전자산 매력이 감소했다. 앞서 17일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이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의사를 공식화하면서, 그의 재정확대 지향적 스탠스가 통화완화 유지 기대를 낮춘 점도 엔화 약세 요인으로 거론된다.
상품시장에서는 금(Gold)과 은(Silver) 가격이 각각 ‑1.06%, ‑0.08% 하락했다. 달러 강세 및 글로벌 금리 상승이 비이자성 자산인 귀금속을 압박했다. 또한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5,210.77, 가정치)를 재차 경신하면서 안전자산 수요가 둔화됐다. 다만 연준이 전일 25bp 인하를 단행하고 연내 추가 50bp 인하를 시사한 만큼, 장기적으로 금리 하락에 따른 금 가격 지지 가능성도 제기된다.
흥미롭게도 최근 현물시장에서는 금 ETF 보유 잔고가 2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은 ETF는 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기관투자가들의 귀금속 비중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국제 정세 불확실성—미·중 무역갈등, 프랑스·일본 정치 리스크—과 연준 독립성 논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용어 풀이]
• 달러 지수(Dollar Index, DXY)는 유로, 엔화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가중 평균한 지수다.
• T-노트 수익률은 만기 10년 미국 국채 금리를 뜻하며, 글로벌 금리 벤치마크로 활용된다.
• 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로, 기준금리 결정을 담당한다.
• 베이시스포인트(bp)는 0.01%p를 의미하는 금융 단위다.
• 필라델피아 연은 제조업지수는 미국 동북부 지역 제조업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선행지표다.
[기자 관전평]
달러 강세의 1차 동력은 금리 상승과 경제 지표 호조다. 그러나 연준의 통화정책이 정치적 압력을 받는다는 의문이 커질 경우, 해외 자금의 안전자산 선호가 금·엔화 쪽으로 급격히 이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독일·일본 등 주요국이 확장적 재정을 공언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국채 공급 확대 → 금리 상승 → 통화별 차별화’라는 복잡한 흐름이 펼쳐질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미국 10년물 금리 4.5%선을 달러 강세 지속 여부를 가늠할 핵심 지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