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 금리 상승·연준 매파 발언에 달러 지수 2.25개월 최고치

달러화가 위험 회피·유동성 수요가 겹치며 강세를 보였다. 10월 9일(현지시간) 미국 달러 인덱스(DXY)는 전장 대비 0.63% 상승한 채 마감해 2.25개월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 국채 수익률 급등과 주식시장 약세가 겹치면서 투자자들이 달러를 선호한 결과다.

2025년 10월 9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채권 금리 상승뿐 아니라 연방준비제도(Fed) 당국자들의 매파적 발언도 달러 매수를 부추겼다. 마이클 바 연준 부의장은 이날 ‘추가 금리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며 ‘관세 정책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의 발언 직후 달러화 랠리는 한층 가팔라졌다.

달러 인덱스 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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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불확실성 역시 달러 강세 요인이다. 프랑스와 일본의 정치 리스크가 각각 유로화와 엔화 가치를 끌어내리며, 상대적으로 달러가 더욱 부각됐다. 프랑스에서는 개각 과정에서 총리가 전격 사임했고, 일본에선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 당선으로 통화정책 정상화가 지연될 것이란 관측이 확산됐다.


연준 인사 발언과 시장의 금리 인하 베팅

바 부의장은 ‘향후 관세 인상이 물가를 끌어올리면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더 오래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 연준의 존 윌리엄스 총재는 ‘경제가 예상대로 둔화해 실업률이 현재 4.3%에서 더 상승하고 물가가 3% 안팎에 머물면 올해 안 금리 인하에 동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시장은 10월 28~29일 FOMC에서 25bp(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95%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연준 관계자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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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엇갈리는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채권시장은 ‘경기 둔화 대비용 선제 인하’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바 부의장의 매파적 언급은 ‘속도 조절’을 예고해 장·단기 금리 스티프닝(장단기 금리차 확대)을 유발했다.


유로화·엔화 동반 약세…정치 변수의 그림자

EUR/USD는 -0.64% 하락해 2.25개월 저점을 찍었다. 독일 8월 수출이 전월 대비 -0.5%로 예상치(+0.2%)를 하회하고, 수입도 -1.3%로 부진해 경기우려가 부각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은 9월 회의록에서 ‘상방 인플레이션 위험이 현실화되면 추가 인하 대신 현 금리 유지가 적절하다’고 밝혀 다소 매파적이었으나, 시장은 10월 30일 ECB 회의에서 1% 미만 확률로만 인하를 점치고 있다.

엔화는 달러 대비 +0.30% 급락, 7.75개월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카이치 총재 당선으로 일본은행(BOJ)의 YCC(수익률 곡선 제어) 조기 해제가 늦춰질 것이란 전망이 퍼졌기 때문이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1.701%로 17년 만의 고점을 경신했으나, 미 국채금리 급등 폭이 더 컸던 만큼 금리차 확대가 엔화 약세를 이끌었다.

달러-엔 환율

한편, 일본 9월 공작기계 수주가 전년 대비 9.9% 증가해 6개월 만에 최대폭을 기록, 엔화 낙폭을 다소 제한했다. 이는 제조업 설비투자 심리가 아직 견조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금·은 가격 7주 랠리 후 급락…달러 강세·위험 완화 탓

12월물 금 선물은 온스당 -97.90달러(-2.41%) 하락, 12월물 은은 -1.85달러(-3.76%) 급락했다. 달러 인덱스 급등과 글로벌 금리 상승이 귀금속 매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이스라엘-하마스가 휴전에 합의하며 지정학적 안전자산 수요가 일시적으로 후퇴했다.

앞선 7주 동안 금 가격은 사상 최고치 4,049.20달러(근월물 기준)에 도달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미 연방정부 셧다운, 프랑스 정치 혼란, 일본 재정확대 전망 등 복합적 위험 요인이 결합된 결과였다. 중국인민은행(PBOC)과 폴란드 중앙은행이 금 보유를 꾸준히 늘린 것도 상승 모멘텀을 제공했다.

금 가격 그래프

그러나 바 부의장의 매파 발언과 달러 강세가 단기 차익실현 압력을 키우며, 이날 귀금속 시장은 ‘롱 포지션 청산’ 장세로 돌아섰다.


전문가 해설: 용어·지표 한눈에 보기

DXY(달러 인덱스)는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가중 평균한 지수다. T-note는 만기 10년 미국 재무부 채권을 뜻하며, 글로벌 기준금리에 준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기관이며, ‘bp’는 0.01%포인트를 의미한다.

Swap 금리는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향후 금리 변화를 얼마나 예상하는지를 반영하는 파생상품 가격이다. 이 글에서 언급된 ‘95% 베팅’은 수치상으로 금리 인하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는 의미다.


기자 분석 및 전망

현재 시장은 ‘연준은 결국 인하할 것’이라는 컨센서스를 유지하면서도, 일부 매파적 발언에 일희일비하고 있다. 필자는 11월 중순 발표될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 후반 이상으로 재가속할 경우, 연준이 올해 인하를 미루거나 소폭(15bp) ‘세미 인하’에 그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달러화 상승과 장기 국채 수익률 고공행진을 정당화해 귀금속·비달러 통화에는 부정적일 수 있다.

반대로 실업률이 5%를 향해 빠르게 높아진다면, 윌리엄스 총재의 시나리오처럼 연준은 10월이나 12월 회의에서 전격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달러 랠리는 숨 고르기에 들어가고, 금 가격이 4,000달러 선을 재차 테스트할 수 있다.

결국 향후 1~2개월간 미국 노동시장·물가 지표가 달러·채권·귀금속 시장을 좌우할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