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국채 금리 급등이라는 한 가지 변수에 다시 흔들렸다. 25일(현지 시각) S&P500·다우 존스 산업평균·나스닥100 지수는 모두 1주일 만의 저점을 찍으며 장 초반부터 하락 압력에 직면했다. 12월물 E-mini S&P 선물과 E-mini 나스닥 선물도 각각 ‑0.45%, ‑0.52% 떨어지며 위험자산 전반에 매도세가 확산됐다.
2025년 9월 25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예상보다 견조한 미국 경기 지표가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긴축 가능성을 자극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3bp 오른 4.18%까지 치솟으며 3주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이에 따라 주식 투자자들은 ‘할인율(Discount rate)’ 상승을 반영해 위험 노출을 낮췄다.
미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율 3.8%로 상향 조정돼 시장 예상치(3.3%)를 크게 웃돌았다. 개인소비도 2.5%로 수정되며 소비 회복 기대를 키웠고, 근원 PCE 물가는 2.6%로 0.1%p 높아졌다. 같은 날 발표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1만8천 건으로 2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해 노동시장 견조를 재확인시켰다.
기업 설비 투자 선행지표로 쓰이는 8월 국방·항공 제외 핵심 자본재 신규주문도 전월 대비 0.6% 증가했다. 기존주택 판매는 0.2% 감소했으나 연율 400만 호로 컨센서스(395만 호)를 상회해 부동산 침체 우려를 일부 완화했다.
Kansas City 연방준비은행 총재 제프 슈미트는 “현재 통화정책은 ‘약간 제약적’ 수준이며 이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적절하다”라며 조기 금리 인하론에 선을 그었다. 시장은 그의 발언을 매파적(Hawkish) 신호로 해석했다.
가상자산과 기술주 약세가 동반됐다. 비트코인 현물 가격은 월물 옵션 만기를 앞두고 2주 만의 저점으로 ‑2% 급락했다. 파생상품 거래소 데리빗(Deribit) 집계에 따르면 170억 달러(명목가치) 규모 옵션 포지션이 26일 만기를 맞는다.
반도체주 역시 낙폭을 키웠다. ARM, 마벨테크놀로지, 온세미컨덕터가 2% 이상 미끄러졌고,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퀄컴·AMD·램리서치 등 대장주도 1% 넘게 빠졌다. 암호화폐 노출도가 높은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는 4% 하락했다.
개별 종목 중 카맥스(CarMax)는 2분기 매출(65억9천만 달러)이 컨센서스(70억1천만 달러)를 크게 하회하며 22% 폭락, S&P500 내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오클로(Oklo)는 골드만삭스가 ‘중립’ 의견과 117달러 목표가로 커버리지를 개시한 뒤 7% 약세를 보였다.
자빌(Jabil)은 4분기 실적 발표 후 지능형 인프라 부문 마진 압력이 부각되며 6% 밀렸다. 프리포트-맥모란은 인도네시아 그라스버그 광산 산사태로 ‘포스마주어(force majeure)’를 선언한 이후 추가로 4% 하락, 전일 16% 급락분을 확대했다.
매도세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일부 종목은 선방했다. 리튬 아메리카스는 미국 정부가 지분 취득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전일 96% 급등한 데 이어 14% 추가 상승했고, 알버말도 5% 올랐다. HSBC가 양자컴퓨팅 ‘헤론(Heron)’ 프로세서로 채권 가격 예측을 개선했다고 발표하자 IBM은 5% 상승하며 다우 지수를 방어했다. 인텔은 애플에 자사 투자를 제안했다는 보도로 5% 뛰었다.
이 밖에 유나이티드 내추럴 푸즈는 BMO가 ‘아웃퍼폼’으로 상향 조정하며 2% 상승했으며, 씨티그룹이 투자의견을 ‘매수’로 높인 CME그룹도 1%대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노스코스트리서치가 ‘매도’로 하향한 웬디스는 1% 약세를 기록했다.
해외 증시·채권 시장 동향
유럽 스톡스50 지수는 ‑0.40% 하락했고,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보합권인 ‑0.01%로 마감했다. 반면 일본 니케이225는 +0.27% 올랐다. 국채 시장에서는 독일 10년 물 금리가 2.78%까지, 영국 길트 10년 물이 4.74%까지 상승하며 모두 3주 내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로존 8월 신규 자동차 등록 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3% 증가한 67만8천 대로 집계됐다.
12월물 미 10년 국채선물(ZN)은 ‑11틱 하락, 수익률은 4.193%까지 치솟았다. 같은 날 7년 물 440억 달러 규모 입찰을 앞둔 공급 부담과 더불어, 견고한 경기 지표·매파적 연준 발언이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했다.
앞으로 주목할 이벤트
시장 관심은 27일(금) 공개될 8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와 개인소득·소비 통계로 이동한다. 컨센서스는 근원 PCE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2.9% 상승이며, 개인소비와 소득은 각각 0.5%, 0.3% 증가가 예상된다. 미시간대 9월 소비자심리지수 확정치는 55.4로 잠정치와 동일할 전망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10월 28–29일 FOMC에서 25bp 금리 인하 가능성을 16% 수준으로 낮춰 반영하고 있다. 이는 불과 한 달 전 30%를 웃돌던 기대치를 대폭 조정한 결과다.
용어·지표 해설(투자 참고)
T-Note는 만기 2~10년의 미국 재무부 발행 중기 국채다. E-mini는 CME가 거래하는 지수선물의 소형 계약을 의미하며, 레버리지·헤지 수단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PCE 가격지수는 개인소비지출을 기반으로 한 물가 지표로, 연준이 가장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척도다.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정책 금리를 결정하는 연준 내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전문가 시각
본지 취재진은 “GDP·소비·노동시장·자본재 지표가 고르게 상향 조정되면서 ‘소프트랜딩’ 기대가 커진 반면, 채권 금리가 빠르게 오르며 주식 밸류에이션 부담이 확대되는 엇갈린 환경이 조성됐다”라고 진단한다. 또한 “연말로 갈수록 실적 시즌이 본격화되는 만큼, 기업 이익 가이던스 흐름이 금리 변수 못지않게 중요한 변동성 촉매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25일 이후 발표될 어센츄어·코스트코 등 주요 기업 실적, 그리고 7년 물 국채 발행 수요는 단기 방향성을 가늠할 시험대로 거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