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골든 돔’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 위한 1,510억 달러 규모 장기계약 절차 착수

워싱턴발—미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국(MDA)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표적 공약 사업으로 꼽히는 ‘골든 돔(Golden Dome)’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을 위해 본격적인 계약 절차에 들어갔다. 이는 11일(현지시간) 공개된 정부 조달 공고문을 통해 확인됐다.

2025년 9월 11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MDA는 ‘다중 수주형 확장 가능 국토 혁신 통합 방어(SHIELD·Scalable Homeland Innovative Enterprise Layered Defense)’ 계약을 추진하며, 향후 10년간 최대 1,510억 달러(약 203조 원)가 투입될 예정이다.

SHIELD 계약은 미국 본토와 해외 주둔 미군, 동맹 및 우방국탄도·극초음속·순항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방어 역량을 신속 배치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계약이 ‘무기 체계 전 영역’에 걸쳐 연구·개발(R&D)부터 생산, 시험 평가, 유지·보수까지 총 19개 분야를 포괄한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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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돔’과 ‘아이언 돔’의 차이

이스라엘이 운용 중인 ‘아이언 돔(Iron Dome)’은 단거리 로켓·포탄 요격에 특화된 전술 방어 체계다. 반면 골든 돔은 미 본토 전체를 방어하기 위해 위성 기반 조기경보를 포함한 다층·광역 방어 개념으로 설계돼 훨씬 방대하고 복합적이다. 특히 “궤도상 위성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탐지·추적·요격 체계 구축이 핵심 과제로, 이는 기존 지상·해상 레이더망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계약 구조 및 일정

SHIELD는 “무기 체계 일괄계약(blanket contract)” 개념을 도입했다. 이는

“각 과제를 개별적으로 경쟁 입찰하는 대신, 단일·유연한 조달 틀 안에서 수시로 업무 지시(task order)를 발주할 수 있도록 했다”

는 점이 특징이다. 업계는 이를 통해 프로젝트 속도가 대폭 단축될 것으로 예상한다.

제안서 제출 마감일은 2025년 10월 10일이다. MDA는 “자격 요건을 충족하는 모든 업체”를 선정하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으며, 이는 일부 소수 기업에만 수주 기회가 집중되던 기존 조달 관행과 차별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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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참여 후보 기업

미 방산 ‘빅 4’로 불리는 록히드마틴, 노스럽그러먼, RTX(구 레이시온·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스), 보잉이 모두 참여할 전망이다. 이들 기업은 이미 요격 미사일·레이더·지휘통제체계 분야에서 다수 레퍼런스를 보유해 SHIELD 요구 사항을 상당 부분 충족하고 있다는 평가다.

또한 스페이스X팔란티어가 공동 컨소시엄 형태로, 국방 기술 스타트업 안두릴(Anduril)이 단독으로 혁신적 아이디어를 제출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는 “민간 우주·소프트웨어 기업이 대형 국방 사업에 본격 합류하는 상징적 장면”이라며, 민·군 기술 융합이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Indefinite Delivery Vehicle’이란?

공고문에서 언급된 ‘IDV(Indefinite Delivery Vehicle)’은 필요할 때마다 물량·범위를 조정해 발주할 수 있는 ‘유동형 계약’ 구조다. 미 연방 정부는 대규모·장기 프로젝트에서 예산 집행의 유연성위험 분산을 위해 이 방식을 자주 활용한다. SHIELD 역시 IDV 체계를 채택해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춰 단계별 투자를 유도한다.


전문가 해설

방위산업 분석가들은 “극초음속 미사일 위협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광역·다층 방어로 진화하지 못하면 기존 요격 체계가 ‘속도·궤적’ 측면에서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저궤도(LEO) 위성을 활용한 실시간 추적이 타깃의 변칙 기동을 파악하는 열쇠로 꼽히며, 상업 위성 발사 역량을 지닌 스페이스X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예산 측면에서는 10년간 1,510억 달러가 책정됐으나, “추가 연구·시험 비용이 발생할 경우 총사업비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 의회는 국방수권법(NDAA)을 통해 연차별 예산을 심의·승인해야 하므로, 정치적 변수도 향후 사업 속도를 결정짓는 요소가 될 전망이다.


한국·동아시아 안보 지형에 미칠 영향

골든 돔은 미국 본토 방어가 1차 목표지만, 미·일·한 미사일 방어 공조와도 연계될 가능성이 있다. 방산 전문가들은 “미국이 확보한 위성 기반 극초음속 탐지·추적 데이터가 인도·태평양 동맹국과 실시간 공유될 경우, 역내 탐지 자산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MDA는 현재까지 동맹국 참여 범위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향후 주목할 변수

첫째, 기술 성숙도. 현재 극초음속 요격 기술은 ‘개념 입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둘째, 예산 효율성. 미 의회 예산국(CBO)은 장기 국방 사업에서 원가 초과가 빈번하다고 지적한다. 셋째, 산업 생태계 참여 폭. 기존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협업 모델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결론

골든 돔 프로젝트는 美 차세대 국토 미사일 방어 전략의 핵심으로, 방어 범위와 기술 난이도 면에서 전례가 없다. SHIELD 계약 체계가 성공적으로 가동된다면, 미 국방부는 빠른 기술 채택과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복잡한 이해관계와 정치·예산 리스크는 여전히 큰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