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발(Reuters) 미국 국무부가 최근 대대적인 조직 개편 과정에서 Office of Casualty Assistance(이하 OCA)를 전격 폐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직·전직 외교관들 사이에서 안전망 붕괴 우려가 급속히 번지고 있다.
2025년 7월 1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OCA 소속 직원들은 지난주 금요일 이메일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국무부는 같은 날 전 세계 공관과 본부에서 근무하던 1,350여 명에게 구조조정 사실을 일괄 통보했는데, 특히 인원 규모가 크지 않았던 OCA 구성원 전원이 포함되면서 조직 자체가 사라지게 됐다.
OCA는 1999년 케냐·탄자니아 미 대사관 폭탄 테러 이후 유가족들의 요구에 따라 신설된 부서다. 주 임무는 해외 근무 중 사망·중상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시신의 신속한 본국 이송, 장례 절차 지원, 장기적인 유가족 상담 등으로, 국무부 내부에서도 “마지막 보호막”으로 불려 왔다.
그러나 폐지 통보가 내려온 시점, OCA 팀은 멕시코 코아우일라(Coahuila)주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7월 9일 사망한 베테랑 외교관 브라이언 매슈 포넌(Brian Matthew Faughnan) 주몬테레이 미 영사관 근무의 유해 송환 절차를 진행 중이었다. 팀장 커크 리시(Kirk Leash)는 자체 시스템을 통해 사고 조사 및 운구 계획을 조율하던 중
“더 이상 내 업무 계정으로 접근할 수 없다. 오늘부로 직위가 해지돼 사건을 넘겨야 한다”
는 메시지를 현지 공관과 관계 부처에 전달했다.
전·현직 외교관 반발 미국 국무부는 “OCA 기능은 직원 관계국(Office of Employee Relations)으로 이관돼 공백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해당 사무국은 채용·승진·복지 등 포괄적 인사 관리가 주 업무이기에, 해외 사망자 본국 송환이라는 고도의 전문 분야를 즉각 수행하기엔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진 샤힌(Jeanne Shaheen) 민주당 의원은 16일 청문회에서 마이클 리거스(Michael Rigas) 국무부 관리·자원 부차관에게 “포넌 유해 송환을 누가 담당하느냐”라고 따져 물으며,
“유가족 입장에서는 OCA 전원 해고가 결코 ‘선(善)한 구조조정’으로 보이지 않을 것”
이라고 비판했다.
1998년 동아프리카 미 대사관 폭탄 테러로 부친과 동생을 잃은 에디스 바틀리(Edith Bartley) 대변인도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를 내세우는 정부라면, 가장 먼저 공직자와 그 가족을 지켜야 한다”며 현 행정부의 결정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슬림 정부’ 기조와 충돌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연방정부 축소·예산 절감 정책의 일환으로, 국무부뿐 아니라 여러 부처에서 유사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외교관 보호와 같은 필수 기능마저 축소될 경우, 해외 공관 인력의 사기 저하·위험도 증가 등 장기적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카운터파트 부족 해외에서 미군 전사자가 발생할 경우 국방부 산하 DPAA(실종·전사자 확인국)가 전담한다. 반면 외교관은 국무부 단독 책임인데, 그중 OCA가 축적해온 노하우는 ‘특수 전문직’에 가까워 대체 인력을 양성하려면 수년이 걸린다는 것이 내부 평가다.
국무부 내부 관계자는 “테러·사고가 일어나면 48시간 이내에 현지 병원, 항공사, 보험사, 장례식장, 미국 내 관할 공항세관 등 최소 10여 개 기관과 동시 협업해야 한다”며, “단순 행정 경험만으로는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OCA가 해온 일은?
• 초동 대응 – 사망 통보 직후 가족에게 24시간 전담 연락망 제공.
• 유해 운구 – 항공 화물·검역·세관 서류 일괄 처리, 군 의장대 요청.
• 심리·법률 지원 – 유가족 상담, 사망 보험·연금·보훈 절차 안내.
• 장기 케이스 관리 – 폭탄 테러·Benghazi(2012) 사건 등 복합사고 발생 시 수년간 지원.
이 같은 업무는 위기 상황에서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한 시스템으로, 국무부 내부에서도 “외교 현장 안전 생태계의 핵심 축”으로 간주돼 왔다.
전문가 시각 국제 공공정책 싱크탱크 Global Diplomacy Institute의 레이첼 김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조직 효율을 명분으로 인적 안전망을 해체하면 해외 공관 근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며, “결국 미국 외교 역량 자체가 약화되는 역풍을 맞을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반 독자들을 위한 용어 설명
OCA: 직역하면 ‘사상자 지원실’로, 국무부 인사국 내 특수팀이다. 군의 전사자 지원 체계처럼 외교관·영사관 직원 사고 시 전담 창구 역할을 한다.
캐주얼티(Casualty): 군·외교 분야에서 사망자, 부상자, 실종자를 통칭하는 전문 용어다.
Repatriation: 해외에서 사망한 국민의 시신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절차를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현직 외교관들은 “사람을 우선하지 않는 구조조정은 외교의 기본 가치에 반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무부는 “업무 공백은 없다”는 해명을 내놨지만, 실제 절차적 전문성이 결여될 경우 해외 공관 위기 대응 체계 전반이 영향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비판이 거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