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주요 주식시장이 1일 혼조세를 보였다. 미국이 예고한 추가 관세 발효 시점을 불과 몇 시간 앞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위험 노출을 줄이려 하면서 변동성이 확대됐다. 특히 한국 정부의 세제 개편안은 현지 증시에 급격한 매도세를 불러왔다.
2025년 8월 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상호주의 관세(Reciprocal Tariffs)’를 도입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해당 명령은 8월 1일 0시(미 동부시간)부터 발효되며, 한국산 제품에 15%, 대만산 20%, 태국산 19%, 인도산 2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의 행정명령을 통해 캐나다산 제품에 대한 기존 25% 관세를 35%로 인상했다. 그는 “캐나다 정부가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밀반입을 막기 위한 노력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대해 시장 참가자들은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보복 관세 가능성을 우려하며 관망세를 유지했다.
주요 지수 등락 현황
관세 변수에 대한 노출 정도와 수출품 구성 차이에 따라 아시아 증시는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일본 Nikkei 225는 0.4% 하락했으나, 대형주 중심의 TOPIX는 0.4% 상승했다.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 지수는 0.3% 올랐고, 호주 S&P/ASX 200은 0.8% 하락했다.
중국 본토 시장은 전일 급락 이후 숨 고르기를 이어갔다. 상하이종합지수와 CSI 300은 보합권에서 등락을 반복했으며, 홍콩 항셍지수 또한 큰 움직임이 없었다. 인도 Nifty 50 선물은 횡보세였고, 말레이시아 KLCI는 1% 상승했다.
“관세 구조가 단편적으로 설계돼 국가별·업종별 영향이 상이하다 보니,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면서도 확실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 서울의 한 글로벌 자산운용사 전략가
한국: 세제 개편 충격
서울 증시는 정부의 세제 개편안 발표 직후 급락했다. KOSPI는 장중 한때 3.2% 하락했으며, KOSDAQ도 4% 가까이 밀렸다. 기획재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4%에서 25%로 높이고, 모든 과표구간 세율을 1%포인트씩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증권거래세는 KOSPI 종목에 대해 0.05%에서 0.1%로, KOSDAQ 종목은 0.15%에서 0.2%로 각각 상향된다. 거대주주 판단 기준도 5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대폭 낮춰 양도소득세 적용 대상이 크게 늘어난다. 정부는 “경기 둔화로 줄어든 세수를 보완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서는 투자 심리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지표 발표
같은 날 발표된 중국 7월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는 50.0을 밑돌며 예상 밖 위축을 나타냈다. 수출 주문 감소와 내수 부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일본 제조업 PMI도 3개월 만에 재차 50 아래로 떨어지며 경기 회복 기대를 꺾었다.
한국 7월 수출은 반도체 수요 호조와 관세 회피 목적의 선출하 효과로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요 강세가 이어진 데다, 미국 관세 부과 전에 주문이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주 2분기 PPI(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1.2% 상승에 그쳐 2019년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물가 압력이 약화됨에 따라 시장은 호주준비은행(RBA)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60% 이상으로 반영하고 있다.
용어 풀이
PMI는 Purchasing Managers’ Index의 약자로, 기업 구매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해 제조업·서비스업 경기를 50을 기준으로 확장·위축을 판단하는 선행지표다. PPI(Producer Price Index)는 생산단계에서 거래되는 상품·서비스 가격 변동을 측정해 향후 소비자 물가 흐름을 가늠케 한다.
전망 및 분석
전문가들은 미국발 관세 파장이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동시에 한국의 증세 조치는 외국인 투자 흐름을 위축시켜 주식·채권 동시 자금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반도체·배터리 등 전략품목 수출이 견조하게 유지된다면 하방 압력을 일정 부분 상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관세 현실화 이후 낙폭 과대주 중심의 저가 매수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관세율이 단계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을 고려하면, 당분간 방어적 업종과 현금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월가에서는 이번 관세 조치가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입 가격 상승이 소비자 물가로 전가되면,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 완화 여력이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달러 강세와 위험자산 변동성 확대가 중·단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