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강세가 재점화됐다. 31일(현지시간) DXY(달러인덱스)는 전장보다 0.23% 오른 2개월 만의 최고치를 재차 경신했다. 미국 고용·물가 지표가 나란히 탄탄함을 입증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완화 기대가 한층 약해진 영향이다.
2025년 7월 3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이날 발표된 주간 실업수당 청구·개인소득·지출·고용비용지수(ECI)·코어 PCE 물가 등이 일제히 ‘견조’ 혹은 ‘예상 상회’ 수준을 나타낸 데 주목했다. 특별히 코어 PCE 가격지수가 전년 대비 2.8% 상승해 시장 전망치(2.7%)를 웃돌면서, 연준의 물가 목표(2%)와 격차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2분기 고용비용지수는 전 분기 대비 0.9% 올라 예상을 0.1%포인트 상회했고,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또한 21만8000건으로 예측치(22만4000건)보다 적었다. 이는 노동시장이 여전히 팽팽하다는 방증으로, 차기 통화정책 완화 가능성을 제한한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시장금리를 반영하는 연방기금(FF) 선물 가격은 9월 FOMC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을 40%로, 10월 회의에서는 36%로 낮춰 반영하고 있다.
■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 (7월 30일)
“노동시장은 ‘견조’하며,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위험이 존재하는 만큼 완만하게 제약적인 통화정책이 적절하다.” –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전날 파월 의장은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사실상 배제하는 발언으로 달러 강세를 예고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주 발표된 지표들이 그의 평가에 ‘추가 근거’를 제공했다고 해석한다.
■ 유로화·엔화 등 주요 통화 동향
같은 시간 EUR/USD 환율은 0.15% 올라 유로가 달러 대비 소폭 강세를 나타냈다. 유로존 6월 실업률이 6.2%로 사상 최저치를 유지하며 노동시장의 견조함을 재확인한 덕분이다. 다만 독일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EU 조화)는 1.8%(전년 대비)로 10개월 만에 가장 낮아,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완화 가능성을 키웠다. 현물 이자스왑 시장은 9월 ECB 회의에서 ‘-25bp’ 인하 확률을 11%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엔화는 USD/JPY 기준 0.64% 급락해 4개월 신저가를 기록했다. 일본은행(BOJ)이 정책금리를 동결(0.50%)했음에도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인플레이션이 목표를 하회하고 있어 정책 완화를 유지한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일본 7월 소비자심리지수가 예상밖으로 하락(33.7)하며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뉴스
외환시장 불확실성을 키우는 또 다른 변수는 관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한국산 수입품에 관세율 15%를 부과하겠다고 밝혔고, 대만과도 ‘어느 정도 합의’에 도달했다며 유사 조치를 예고했다. 태국·캄보디아와는 휴전 합의 후 무역협정이 추진되고 있다.
■ 귀금속 시장: 금 혼조·은 급락
8월물 금 선물은 0.05% 상승한 반면, 9월물 은 선물은 2.89% 급락해 4주 신저가로 후퇴했다. 달러 강세와 ‘높은 금리 장기화’ 전망이 금속 가격을 압박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산 정제 구리를 관세 대상에서 제외하자 구리 가격이 21% 폭락했고, 이는 산업 수요와 동조화가 강한 은 가격에 직격탄이 됐다.
안전자산 수요는 우크라이나·중동 지역 분쟁, 무역 긴장 고조 등으로 유지됐지만, 미 고용·물가 지표가 연준의 매파적 기조를 정당화하면서 금·은 가격은 상·하방이 엇갈렸다.
■ 용어 풀이 & 추가 해설
코어 PCE(개인소비지출) 가격지수는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로,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해 물가 추세를 보여준다. 고용비용지수(ECI)는 임금·급여·복리후생을 모두 포함해 노동 비용 압력을 측정하며, 물가 상승 압력의 선행지표로 간주된다.
달러인덱스(DXY)는 미국 달러를 6개 주요 통화(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달러, 스웨디시크로나, 스위스프랑) 대비 가중평균한 지수다. 통상 100을 기준으로 강·약세를 판단한다.
■ 전문가 시각
월가 한 이코노미스트는 “모든 지표가 ‘연준 인내’를 뒷받침하고 있다”며 “9월 인하는 물 건너갔고, 연말까지도 한 차례 인하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전략가는 “달러 캐리 프리미엄이 확대되는 구간에서는 유로·엔 등 비달러 통화의 반등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 결론 및 투자 포인트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한, 글로벌 리스크 자산과 신흥국 통화에는 수급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미국 단기 국채나 달러 표시 자산은 상대적 강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귀금속은 지정학·무역 갈등에 따른 안전수요와 고금리 부담이 상쇄되는 구도에서 ‘박스권 장세’가 예상된다.
한편 기사 작성 시점 기준, 리치 애스플런드는 본문에서 언급된 어떤 증권에도 직·간접적 투자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