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 이사 스티븐 미란(Stephen Miran)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 결정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단 한 차례, 매우 짧은 통화를 했을 뿐이라며 어떤 형태의 압력도 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2025년 9월 19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란 이사는 "대통령이 화요일 아침 내게 전화를 걸어 임명 축하 인사를 전했고, 그것이 대화의 전부였다"며 "나는 그에게 어떻게 투표할지, 혹은 경제전망표(SEP) 점(dot)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란 이사는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자는 다수의 결정에 반대하고, 0.50%포인트 인하를 주장하며 소수 의견을 냈다. 그는 "나의 결정은 전적으로 독립적인 판단이었다"고 거듭 밝혔다.
그의 "점(dot)", 즉 연준 위원 개인별 금리 전망치는 19명의 참가자 중 가장 낮은 수준에 위치해 있다. 이는 미란 이사가 연준 자금금리(fed funds rate)가 올해 말까지 보다 완만하게 하향 조정돼야 한다고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연준의 독립성을 둘러싼 의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후 더욱 거세졌다. 그는 제롬 파월 의장을 공개석상에서 "Too Late(너무 늦었다)"라는 별명으로 지칭하며 공격해 왔고, 연준이 보다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해 왔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리사 쿡(Lisa Cook) 연준 이사 해임을 추진했으며, 내년 파월 의장 후임 지명 시 완화적 통화정책에 동의하는지를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란 이사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직을 사임하지 않고 "휴직" 형태로 연준 이사직을 맡은 것이 이해충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나 그는 이를 "조금 우스꽝스러운 주장"이라며 일축했다. 미란 이사는 "내가 채우고 있는 미임기(unexpired term)는 2026년 1월에 끝나며, 그 이후까지 자리를 연장하라는 대통령의 요청이 있으면 즉시 사임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이어 "내 견해가 왜 다른지 세상에 소상히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느낀다"며 "월요일 뉴욕 경제클럽(Economic Club of New York) 연설에서 이를 꼼꼼히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욕 경제클럽은 미국 정·재계 지도자들이 즐겨 활용하는 연단으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연설한 바 있다.
용어 설명
• 점도표(dot plot) : 연준 위원 19명이 익명으로 제시한 향후 기준금리 전망치를 점으로 표시한 그래프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를 통해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한다.
•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 미국의 기준금리 및 통화공급을 결정하는 기구로, 연준 이사회 위원 7명과 지역 연은 총재 5명으로 구성된다.
• CEA(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 대통령에게 경제정책 조언을 제공하는 백악관 직속기구다. 관례상 연준 이사와 겸직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나, 미란 이사는 임시 휴직 형태로 연준에 합류했다.
전문가 시각 : 미란 이사의 발언은 연준 인사에 대한 백악관 압력이 제기되는 가운데, 중앙은행 독립성을 지키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실제로 그의 금리 전망이 다른 위원들과 괴리를 보인다는 점은 11월 이후 정책경로에 대한 내부 의견 대립이 심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장은 월요일 예정된 그의 뉴욕 경제클럽 연설에서 보다 구체적인 완화 시그널이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이번 발언이 즉각적인 정책 변경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트럼프 행정부와 연준 사이의 긴장 관계가 지속될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자들은 연준의 자율적 판단이 유지되는지 여부를 면밀히 관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