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PPI 급등 여파 속 뉴욕증시 혼조 마감

[뉴욕증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SPX)는 15일(현지시간) 0.09% 상승했으며,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DOWI)는 0.02% 하락, 나스닥 100 지수(IUXX)는 보합으로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9월물 E-미니 S&P 선물은 0.08% 내렸고, 9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은 0.24% 떨어졌다.

2025년 8월 15일, 나스닥닷컴·바차트 공동 보도에 따르면, 장 초반 약세 흐름을 보였던 뉴욕증시는 장중 낙폭을 만회하며 혼조세로 마감했다. 예상치를 훨씬 웃돈 7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와 미 국채 10년물 금리 5bp(0.05%p) 상승이 주식시장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했으나, 일부 기술주 강세가 지수를 지탱했다.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의 발언도 시장에 미묘한 긴장감을 더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의 메리 데일리 총재와 세인트루이스 연은의 알베르토 무살렘 총재는 일제히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50bp 인하는 시기상조”라며 시장의 과도한 완화 기대에 제동을 걸었다. 두 총재 모두 “노동시장이 아직 견조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50bp 인하는 긴급 신호를 줄 수 있다. 현재 노동시장의 강도에 비추어 볼 때 그렇게까지 급할 이유가 없다.” ―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 7월 PPI: 시장 예상을 4배 이상 웃도는 월간 상승률

7월 미국 최종수요 PPI는 전월 대비 0.9%, 전년 대비 3.3% 올라 시장 전망치(각각 0.2%, 2.5%)를 크게 상회했다. 근원 PPI 역시 전월 대비 0.9%, 전년 대비 3.7% 뛰어올랐다. 이는 기업들이 관세‧공급망 비용 상승분을 도매 단계에서 빠르게 전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물가 지표 충격에 따라 연방기금선물(FF) 시장은 9월 50bp 인하 가능성을 사실상 0%로 낮추고, 25bp 인하 확률을 93%로 재조정했다. 이는 8월 1일 부진한 고용 보고서 이전 25bp 인하 확률이 40%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완화적인 기대다.

◆ 노동지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소폭 개선

같은 주 발표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2만4천 건으로 전주 대비 3천 건 감소했고, 계속 청구 건수 역시 195만3천 건으로 전망치를 소폭 하회했다. 시장은 “노동시장 모멘텀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해석을 내놨다.

재무부 vs 연준: 금리 인하 시각차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전일 “현재 금리는 지나치게 제약적이며, 중립금리 모델에 따르면 150~175bp 더 낮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15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는 “연준에 직접적 압박을 가한 것이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베선트 장관의 발언은 시장에 일시적으로 9월 50bp 인하 가능성을 11%까지 끌어올렸으나, 이날 PPI 쇼크 후 해당 확률은 전면 소멸했다.


◆ 관세 이슈: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관세 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미·중 ‘관세 휴전’ 90일 연장을 발표했지만, 동시에 반도체 수입에 100% 관세를 예고했다. 또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이유로 대(對)인도 관세를 25%에서 50%로 상향했고, 의약품 수입 관세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 밝혔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해당 조치가 시행될 경우 미국 평균 관세율이 15.2%로 뛰어 2024년 2.3% 대비 6배 이상 높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 남은 주간 일정

16일에는 트럼프–푸틴 정상회담이 미국 동부시간 오후 3시 30분 시작돼 공동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 같은 날 발표되는 7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6%, 자동차 제외 소매판매는 0.3% 증가가 예상된다. 산업생산·제조업생산(전월 대비 보합)과 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62.0, +0.3p 전망)도 시장 주목 이벤트다.


◆ 금리·채권

9월물 미 10년물 국채선물 가격은 10.5틱 하락했고, 10년물 금리는 4.287%로 5.4bp 올랐다. 물가 연동 국채(BEI) 기대 인플레이션은 2.396%로 2.1bp 상승했다.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2.712%(+3.2bp), 영국 10년물 길트 금리는 4.641%(+5.1bp)로 동반 상승했다.

유로화 이자율 스왑 시장은 9월 11일 유럽중앙은행(ECB) 25bp 인하 확률을 7%로 반영 중이다.


◆ 실적·종목 동향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S&P 500 기업의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해 사전 전망치(2.8%)를 크게 웃돌며 4년 만에 최대폭 성장을 기록 중이다. 82%의 기업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한 실적을 발표했다.

매그니피센트 세븐 중 아마존은 2.9% 올랐고, 테슬라는 1.1% 밀리며 종목 간 희비가 엇갈렸다. 반도체주는 인텔이 7.4% 급등한 반면, AMD·얼라인 테크놀로지·글로벌파운드리스는 1% 이상 하락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4% 가까이 급락하면서 코인베이스·마라 홀딩스 등이 내려갔고, 전략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4.4% 떨어졌다. 반면 라이엇 플랫폼스는 5.7% 상승해 역주행했다.

기업별로는 시스코(-1.5%)가 보수적 가이던스로, 디어(-6.8%)가 농산물 가격 약세와 관세 불확실성 영향으로 급락했다. 반면 다우케미칼(+2.0%)은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리서치의 ‘비중확대’ 상향 덕분에 반등했고, CVS헬스(+2.4%) 역시 베어드가 ‘아웃퍼폼’으로 올리며 강세를 보였다.

◆ 용어 해설*

*PPI(Producer Price Index)는 생산자 단계(도매)에 적용되는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표로,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선행성이 높아 인플레이션 추세 판단에 활용된다. Breakeven Inflation은 물가연동국채(TIPS)와 명목 국채 간 금리 차이로 계산되며, 시장이 기대하는 향후 평균 인플레이션율을 의미한다.

또한 E-미니 선물은 S&P·나스닥·다우 등 주요 지수를 소단위로 거래할 수 있는 파생상품으로, 장외 시간대 투자자 심리를 가늠하는 척도로 활용된다.


◆ 기자의 시각

7월 PPI 급등은 연준의 물가 안정 의제에 새로운 경고음을 울린다. CPI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더라도, 도매 단계 가격 상승이 소비 단계로 전이될 위험이 높아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9월 25bp 인하’ 기대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노동시장 강세와 함께 인플레 재가속 가능성이 공존하는 난해한 매크로 환경을 반영한다. 향후 발표될 소매판매·임금 지표가 연준의 최종 결정을 좌우할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관세 정책정상외교 이벤트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거시 환경에서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술·반도체 업종은 관세 확대와 금리 전망의 ‘샌드위치’에 놓여 있으므로 방어적 포트폴리오 운용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