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MO ‘순배출 제로’ 해운 배출안 공식 거부…보복 조치 경고

[워싱턴 D.C.] 미국 정부가 국제해사기구(IMO)의 ‘Net-Zero Framework’(순배출 제로 틀) 제안에 대해 단호히 공식 거부 입장을 밝혔다. 이는 국제 해운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을 단계적으로 감축해 2050년까지 실질적 탄소중립을 달성하자는 취지의 국제 협약 초안을 겨냥한 조치다.

2025년 8월 1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 상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에너지장관 크리스 라이트, 교통장관 션 더피 등 4개 부처 수장은 공동 성명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는 IMO 안을 명백히 거부한다”면서 “이 제안이 미국 국민·에너지 공급업체·해운 기업 및 소비자·관광객의 비용을 증가시키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성명은 또 “다른 IMO 회원국 역시 해당 안을 거부해야 하며, 미국의 입장에 반해 이를 지지할 경우 보복 조치나 구제 수단을 모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오는 10월 유엔 산하 해사 전문기구에서 해당 안건이 표결에 부쳐지기 전에 미리 국제사회에 압박을 가하는 셈이다.

넷제로 프레임워크란?
Net-Zero Framework는 선박 연료의 탈탄소화를 유도하고, 국제 항로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메탄·질소산화물 등 온실가스를 2050년까지 ‘0’으로 맞추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IMO 사무국이 작성한 초안에는 탄소 집약도 상한선, 배출권 시장 메커니즘, 친환경 해운 기술 보급 기금 등이 포함돼 있다. 일반 국민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IMO(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는 국제 해상 안전 및 환경 보호를 감독하는 UN 전문기구로, 전 세계 해운 규제의 사실상 표준을 만든다.

미국이 이번에 ‘공식 거부’라는 강수를 둔 배경에는 자국 에너지 산업 보호와 국제 규제 확대에 대한 거부감이 자리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4월 IMO 협상장에서 중도 퇴장하며 다른 회원국에 ‘재고(再考)하라’는 내용의 메모를 돌린 바 있다.

“우리는 국민의 부담 증가를 초래하는 어떠한 조치도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필요하다면 즉각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다.” ― 미국 공동 성명 중

이번 미국의 탈퇴·거부 움직임에 대해 세계해운협의회(World Shipping Council)는 “현 단계에서 공식 코멘트는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해당 협의회는 컨테이너 선사 머스크(Maersk)와 자동차 운반선사 발레니우스 빌헬름센(Wallenius Wilhelmsen) 등 글로벌 운송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전문가 시각
해운·에너지 분야 애널리스트들은 미국이 ‘선제적 압박 외교’를 선택함으로써 10월 IMO 총회 표 대결의 주도권을 확보하려 한다고 진단한다. 또한 미 의회 일각에서는 ‘국제 규범이 자국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경제·무역 파장
만약 미국이 실제로 보복 관세항만 사용 제한 등에 나선다면, EU·일본·한국 등 IMO 안을 지지하는 해운 강국과의 무역 갈등도 배제하기 어렵다. 글로벌 공급망에 직접적인 혼란이 발생할 경우, 물류·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향후 일정 및 관전 포인트
IMO는 오는 10월 런던 본부에서 총회를 열고 ‘Net-Zero Framework’ 채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EU·영국·캐나다·한국 등은 찬성,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중국은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미국의 전면 반대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는 “분명한 글로벌 규칙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하지만, 각국 이해관계가 첨예해 조기 타협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용어 설명
IMO(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 1958년 설립된 UN 전문기구로, 해상 안전·보안 및 해양 환경 보호를 위한 국제 협약을 제정·관리한다.
Net-Zero :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흡수·제거량으로 상쇄해 실질적으로 ‘0’에 가깝게 만드는 개념.
탄소 집약도(Carbon Intensity) : 단위 수송량(톤·킬로미터)당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지표화한 것.

기자 해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자국 산업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에너지 우선주의’ 전략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다만, 해운은 세계 교역량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핵심 인프라라는 점에서, 국제 규칙 불일치가 길어질수록 기업의 규제 리스크와 비용 불확실성이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10월 표결 결과에 따라 해운·물류·정유·조선 각 분야의 투자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질 수 있어, 시장 참여자들은 정책 동향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