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소비자물가(CPI) 둔화 소식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2025년 10월 26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9월 미국 CPI가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자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 인하 여력이 확대될 것으로 판단했고, 이에 위험자산 선호가 급격히 살아났다.
이날 S&P500 지수는 0.79% 상승해 4,900선 중반까지 올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01% 상승했다. 나스닥 100 지수 역시 1.04% 올라 종가 기준 신기록을 세웠다. 선물시장에서도 12월물 E-미니 S&P500(ESZ25)이 0.74% 올랐고, 12월물 E-미니 나스닥(NQZ25)은 1.00% 상승해 현물 흐름을 뒷받침했다.
물가 지표가 핵심 촉매가 됐다. 9월 CPI는 전월대비 0.3%, 전년동월대비 3.0% 상승해 시장 예상(각각 0.4%, 3.1%)을 소폭 밑돌았다. 근원 CPI(식품·에너지 제외)도 0.2% m/m, 3.0% y/y를 기록하며 예상치(0.3%, 3.1%)를 하회했다. ※근원 CPI는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해 기조적 물가 흐름을 파악하는 지표
다만 연 3.0%라는 수준 자체가 연준 목표치(2.0%)를 여전히 크게 웃돈다. Fed 입장에서 금리 인하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도 병존한다.
경기 체력도 무시할 수 없다. 10월 S&P 글로벌 미국 제조업 PMI는 전월 대비 0.2p 오른 52.2를 기록해 예상치(52.0)를 상회했고, 서비스 PMI는 1.0p 급등한 55.2로 시장 전망치(53.5)를 크게 웃돌았다.PMI 50 이상은 경기 확장을 뜻함
반면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10월 최종치)는 53.6으로 전월 대비 1.4p 하락해 예상(54.5)을 밑돌았다. 이는 고금리ㆍ정부 셧다운에 대한 우려가 소비심리에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한다.
정치·통상 이슈도 시장에 변수로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밤 캐나다와 진행해 오던 무역 협상을 전격 중단한다고 밝혔다. 온타리오 주정부가 공개한 ‘반(反)관세’ 광고가 “미국 대법원을 겨냥한 선전”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다. 광고에는 1987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무역자유화를 옹호하며 “관세는 혁신을 저해하고 물가를 올리는 구시대적 정책”이라던 연설 영상이 포함돼 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당 광고가 11월 5일 열리는 대법원 구두변론을 겨냥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s) 권한을 긴급 권한이라고 주장했으나 하급심은 이를 기각한 상태다. 만약 대법원이 하급심 판단을 유지하면, 이미 부과된 관세는 환급되고 트럼프의 관세 발동 권한은 법률상 한계 내로 축소될 전망이다.
온타리오 주정부는 광고 캠페인 중단을 선언했고,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미국이 준비되면 언제든 협상 테이블로 돌아갈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 관계도 관전 포인트다. 트럼프는 “11월 1일까지 합의가 없으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재확인했다. 그는 다음 주 목요일, 한국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할 예정이다.
미 연방정부 셧다운은 4주째 이어지며 노동지표와 각종 통계 발표를 지연시키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64만 명의 연방 공무원이 무급휴직에 들어가 실업수당 청구가 늘고 실업률이 4.7%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3분기 실적시즌도 투자 심리에 긍정적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이미 실적을 발표한 S&P500 기업 가운데 85%가 시장 전망을 웃돌아 2021년 이후 최고 ‘어닝 서프라이즈’ 비율을 기록 중이다. 다만 3분기 이익 증가율은 전년 대비 7.2%로 2년 만에 가장 낮을 것으로 예상되고, 매출 증가율 역시 5.9%로 둔화될 전망이다.
글로벌 증시도 동반 상승했다. 유럽 Euro Stoxx 50 지수는 0.11% 올랐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71%, 일본 니케이225는 1.35% 상승 마감했다.
채권시장에서는 12월 만기 10년물 미 국채 선물(ZNZ5)이 1틱 하락했고, 금리는 3.997%로 0.4bp 내렸다. CPI가 예상치를 밑돌자 매수세가 유입된 영향이다. 10년물 기대 인플레이션(BEI)도 0.6bp 하락해 2.298%를 기록했다.BEI는 명목금리와 물가연동채 금리 차이로 계산되는 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지표
시장에서는 10월 28~29일 FOMC에서 25bp 금리 인하가 단행될 확률을 97%로 반영하고 있다. 정부 셧다운 장기화가 경기 둔화를 초래한다면 연준의 완화 기조는 강화될 여지가 있다.
유럽 채권금리도 상승했다.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4.3bp 상승한 2.626%, 영국 길트채 수익률은 0.8bp 오른 4.432%를 기록했다. 한편 유럽중앙은행(ECB)의 10월 30일 회의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은 1%에 그쳤다.
주요 종목 동향
‘매그니피센트 세븐’ 가운데 테슬라(TSLA)가 3.4% 하락했음에도 알파벳(GOOG)과 엔비디아(NVDA)가 2% 넘게 올라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반도체 업종이 일제히 강세를 시현했다. AMD가 7% 급등했고, 마이크론(MU)은 5% 이상 올랐다. 브로드컴(AVGO), ARM 홀딩스(ARM), 램리서치(LRCX)도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인텔(INTC)은 호실적과 강한 매출 가이던스로 0.3% 상승했다.
가상자산 관련주도 비트코인(+1%)·이더리움(+2.7%) 강세에 동반 상승했다. 코인베이스(COIN)는 JP모건이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상향하자 9% 급등했고, 라이엇 플랫폼스(RIOT) 4.5%, 마라(MARA)가 1.7% 상승했다.
포드는 공급업체 화재 충격 완화 기대와 실적 서프라이즈로 12% 넘게 급등했다. 반면 뉴몬트(NEM)는 2026년 금 생산량이 2025년을 상회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히며 6% 이상 하락했고, 데커스 아웃도어(DECK)는 2026년 매출 전망 부진으로 15% 급락했다.
10월 27일 예정된 실적 발표 기업에는 킬로이 리얼티(KRC), 웰타워(WELL), NXP반도체(NXPI) 등 대형주가 포진한다.
전문가 해설·시장 전망
시장에서는 “3.0%대 CPI 둔화가 금리 인하의 ‘면죄부’일 수는 있지만, 목표치와의 괴리가 여전히 크다”며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특히 곧 다가올 FOMC에서 연준이 ‘인하 시그널’을 명확히 줄 경우, 장기물 금리 하락과 성장주 랠리가 계속될 전망이다. 반대로 CPI가 내년 초 반등할 경우 예상보다 빠른 긴축 종료 기대가 무너질 위험도 존재한다.
“실적시즌 초반 흐름이 양호하지만 매출 성장 둔화가 뚜렷해, 밸류에이션 부담을 완화하려면 기업의 마진 회복이 필수적이다.”
요약하면, 물가 둔화·연준 인하 기대·실적 호조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덕분에 뉴욕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정치·통상 리스크와 정부 셧다운, 완만한 소비 심리 등 잠재 변수도 뚜렷해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 관리가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