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FPB, ‘오픈 뱅킹’ 소비자 데이터 규정 전면 재검토 착수

워싱턴 —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 CFPB)이 은행과 핀테크 업계가 수년째 데이터 접근 권한을 놓고 벌여 온 갈등의 핵심인 ‘오픈 뱅킹’ 규정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2025년 8월 21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CFPB는 15년 가까이 지연돼 온 소비자 금융 데이터 공유 규칙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은행권과 핀테크·가상자산(암호화폐) 업계가 보안수수료를 둘러싸고 대립각을 세우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초 백악관에 복귀한 뒤 정책 기조가 급변한 데 따른 것이다.

CFPB는 2010년 ‘도드-프랭크( Dodd-Frank)’ 금융개혁법이 명시한 바에 따라, 은행이 소비자에게 계좌 정보·거래 내역·수수료 자료 등 핵심 데이터를 ‘요청 시’ 무상으로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정을 마련해 왔다. 그러나

“데이터 보안 위험이 과도하다”

는 은행권의 반발에 부딪혀 규정은 번번이 중단됐다. 바이든 행정부 때 이미 최종안이 확정됐으나, 전미은행협회(ABA)를 비롯한 금융권이 소송을 제기해 시행이 보류된 바 있다.


핀테크·암호화폐 업계의 압박과 트럼프 행정부의 ‘유턴’

트럼프 행정부는 당초 은행 측 손을 들어주는 듯했으나, 2025년 7월 말 돌연 입장을 바꿨다. 정부는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시장 내 최근 사건(recent events in the marketplace)을 고려해 바이든 시대 규정을 폐기하고 새안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급선회에는 암호화폐 분야로까지 사업 영역을 넓힌 미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표적으로 타일러 윙클보스(Tyler Winkelvoss)도널드 트럼프 주니어(Donald Trump Jr.)는 소셜미디어에서 JP모건체이스를 공개 비판하며 “고객 데이터 접근에 과도한 ‘통행세’를 부과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open banking

실제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JP모건은 일부 핀테크 업체에 “향후 데이터 API 사용료를 청구할 수 있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같은 달 14일 실적 발표(IR)에서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JP모건 CEO는 “고객 데이터를 안전하게 공유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고 강조했다.


주요 쟁점 및 업계 영향

1) 데이터 수수료 부과 여부
바이든 정부 최종안은 무상 공유를 의무화했으나, 은행권은 비용 부담을 이유로 ‘유료화’를 요구한다. CFPB가 새안에서 비용 문제를 어떻게 규정할지가 핵심이다.

2) 정보 보안 및 표준화
은행들은 고도화된 해킹 위협을 지적하며, 국제표준(Open API) 도입과 일관된 인증 절차(FAPI, OAuth 등)를 강조한다. 반면 핀테크 기업들은 과도한 보안 규격이 혁신 속도를 떨어뜨린다는 입장이다.

3) 시장 경쟁과 소비자 편익
전(前) CFPB 국장 로힛 초프라(Rohit Chopra)는 2024년 10월 브리핑에서 “전화번호 이동제(MNP)처럼 은행도 손쉽게 갈아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규정이 시행되면 소비자는 대출·예금·수수료를 플랫폼에서 즉시 비교할 수 있어 금리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오픈 뱅킹’이란 무엇인가?

오픈 뱅킹(Open Banking)은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통해 금융기관이 제3자 서비스 업체에 고객 데이터를 안전하게 제공, 맞춤형 금융·결제·자산관리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제도다. 유럽연합은 PSD2, 영국은 CMA Open Banking을 통해 이미 상용화에 성공했으며, 한국도 금융결제원 오픈API를 운영 중이다.


전문가 진단

시장 분석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규제 원칙을 재정립할 경우, 핀테크·가상자산 기업의 주가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한편 대형 은행들은 ‘보안·비용’ 이슈를 전면에 내세워 협상력을 높일 공산이 크다. 즉, 소비자 편익·산업 혁신·데이터 보호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절충점 마련이 관건이라고 볼 수 있다.

※ 용어 설명
– 오픈API: 서로 다른 소프트웨어 간 데이터 교환을 가능케 하는 공개 프로그래밍 표준
– 도드-프랭크법: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마련된 미국 금융 규제·소비자 보호 강화법


향후 CFPB가 마련할 ‘새로운 틀’이 미국 금융산업의 경쟁 구도를 뒤흔들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