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8월 29일부터 800달러(약 110만 원) 이하 해외 직구(직접구매) 소포에 적용해 온 면세 혜택(de minimis)을 전면 폐지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eBay·Etsy 등 P2P(개인 간) 전자상거래 플랫폼 이용자들이 상당한 관세 부담을 떠안게 됐다.
2025년 7월 3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저녁 갑작스러운 행정명령을 통해 모든 국가로부터 들어오는 800달러 이하 소포의 면세 지위를 2027년 7월에서 2025년 8월로 2년 앞당겨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펜타닐 등 불법 약물 밀수 차단과 해외 저가 상품 범람 문제를 이유로 미국 내 소매업·제조업계를 보호해야 한다는 압력 단체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이미 5월 초 중국·홍콩발 저가 물품에 대해서는 같은 면세 혜택이 폐지돼 Shein·Temu 등의 물류가 큰 타격을 받은 바 있다.
de minimis란 무엇인가?
라틴어로 ‘하찮은 것’이라는 뜻을 지닌 de minimis는 국제통상에서 특정 금액 이하 소포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제도를 의미한다. 미국은 2016년부터 그 한도를 200달러에서 800달러로 상향해 해외 직구 붐을 견인해 왔다. 이 제도 덕분에 개인 소비자는 복잡한 통관 절차 없이 물건을 받을 수 있었고, 중소 수출·수입 상인은 물류비·세금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었다.
그러나 미 세관국경보호국(CBP)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1억 3,600만 건(1.36 billion)의 소포가 de minimis를 통해 들어왔고, 총 가치는 646억 달러(약 89조 원)에 달했다. 우편·특송 물량이 폭증하자, 업계에선 통관 인력·설비가 부족해 안전·품질 검사가 부실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 면세 제도는 소규모 창작자·공예가·영세 사업자가 국경을 넘어 거래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 왔다.”
— 제프리 주브리키 Etsy 글로벌 공공정책·대외협력 총괄, 2025년 3월 CBP 제출 서면
Etsy의 활성 판매자 560만 명, 구매자 9,000만 명 중 대다수가 미국에 거주한다. Etsy 측은 “de minimis가 사라지면 창작자들이 원·부자재를 수입하거나 해외 고객에게 상품을 보낼 때 비용이 급등해 생계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31일 현재 Etsy는 추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eBay 또한 CBP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de minimis는 미국 소비자에게 중고·빈티지·희귀 수집품 등 국내에서 찾기 어려운 물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전 세계적 시장을 제공한다”며 제도 유지를 요청했다. 31일 새벽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제이미 이아논(CEO)은 “중국 외 지역에도 면세 폐지가 확산되면 매출이 가시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8월 29일 이후 국제우편·특송으로 들어오는 800달러 이하 상품에 대해서는 두 가지 방식으로 관세가 부과된다. 첫째, 해당 원산지국의 평균 관세율을 적용하는 ad valorem 관세. 둘째, 6개월 간 한시적으로 원산지별 관세율에 따라 80~200달러 사이에서 고정 부과되는 특정(specific) 관세다.
이처럼 소액 거래에도 최소 80달러를 내야 할 수 있어, 100달러짜리 빈티지 티셔츠를 영국에서 직구하는 경우 오히려 관세가 상품 가격을 초과할 가능성도 있다. 관세 인상분이 가격에 전가되면 미국 소비자는 일상용품·선물·취미 용품을 비롯해 중고·수집품까지 전반적인 생활비 상승에 직면할 전망이다.
무역 전문 기구인 국제상공회의소(ICC)의 앤드루 윌슨 부사무총장은 “미국과 거래하려는 기업들이 직면한 행정·물류 복잡성이 상상 이상의 수준으로 치솟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관당국이 과연 급증할 관세 징수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통관 지연·적체가 소비자 배송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경 무역은 다음 달부터 엄청난 추가 부담을 떠안게 된다.”
— 앤드루 윌슨 ICC 부사무총장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이후 추진해 온 ‘관세 테이큰(tariff taken)’ 전략의 연장선으로, ▲2024년 중국·홍콩발 소포 면세 종료 ▲23~25%에 달하는 대중(對中) 추가관세 ▲철강·알루미늄 등 특정 품목 세이프가드와 함께 미국 내 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고 평가한다.
요약하자면, 8월 말부터 미국에는 사실상 ‘소액 관세 천국’이 사라지게 되며, 글로벌 중고·핸드메이드 시장을 겨냥해 사업을 꾸려 온 영세 셀러와 소비자가 직격탄을 맞는다. 업계와 소비자 단체는 정책 재고를 촉구하고 있으나, 2024년 미·중 무역분쟁 이후 강경해진 미국 정치권 분위기를 감안할 때 단기간 제도 부활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