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8월 CPI 발표 앞두고 달러 지수 강보합… 안전자산·연준 완화 기대 사이에서 등락

달러 인덱스(DXY)가 10일(현지시간) 0.03% 상승하며 사실상 보합권에서 거래를 마쳤다. 시장 참가자들은 폴란드 영공에 진입한 러시아 무인기(드론)를 폴란드군이 격추한 사건으로 유럽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자 달러를 비롯한 안전자산에 일시적으로 매수세를 보냈다. 그러나 미국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치를 하회하며 미 국채 금리가 하락하자 달러 강세는 대부분 반납됐다.

2025년 9월 1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의 시선은 하루 앞으로 다가온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에 집중되고 있다. CPI 결과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향후 통화정책 경로를 가늠할 핵심 변수로 부각되면서 외환시장은 관망세로 전환한 상태다. 특히 다음 주(16~17일) 개최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단기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날 안전자산 수요와 완화정책 기대가 엇갈리며 달러의 추가 상승폭은 제한됐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PPI 발표 직후 하락 전환했고, 이에 따라 달러 매수 동력이 축소됐다. 시장은 이미 9월 회의에서 25bp(0.25%p) 기준금리 인하를 100% 반영하고 있으며, 50bp 인하 가능성도 12%로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말까지 누적 74bp 인하가 가격에 내재되어 있어, 달러 강세 논리는 점차 희석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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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PI 부진·연준 독립성 우려가 달러 상단 눌러

미 노동부가 발표한 8월 PPI 최종수요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해 7월치(3.1%)와 컨센서스(3.3%)를 모두 하회했다.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도 2.8%로 예상치(3.5%)를 크게 밑돌아 인플레이션 둔화 신호를 보냈다. 이에 따라 “9월 금리 인하 확정→10월 추가 인하 유력”이라는 시나리오가 더욱 공고해졌다.

한편 시장 일각에서는 연준 독립성 훼손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리사 쿡 이사를 해임하려 하고, 스티븐 미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이 현직을 유지한 채 연준 이사를 겸임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해외 투자자들이 ‘정치화된 연준’을 우려해 달러 자산을 축소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달러 매수 심리를 제약하고 있다.


● 유로화·엔화 움직임 및 ECB·BOJ 전망

같은 날 유로/달러(EUR/USD)는 0.09% 하락했다. 폴란드가 “침략 행위”로 규정한 드론 격추 사건 이후 유럽 지정학 리스크가 커지자 투자자들은 유로화 비중을 줄였다. 다만 달러 약세 전환, 그리고 시장이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금리 인하를 사실상 종료한 것으로 평가한다는 점에서 낙폭은 제한됐다. 스왑시장은 9월 11일 ECB 회의에서 금리 동결을 100% 반영하고 있다.

달러/엔(USD/JPY)은 0.02% 내렸다. 전날 블룸버그가 “일본은행(BOJ)이 올해 추가 금리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한 데 따른 긍정적 영향이 지속됐다. 미 국채 금리 하락도 엔 강세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일본 정치권 변동성은 엔화 상승폭을 제약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중·참의원 보궐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확장적 재정 기대가 확대되자 일부 투자자는 엔 매수를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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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금리차(캐리 트레이드) 축소 기대가 엔 강세 요인이지만, 정치 불확실성이 교차해 단기 방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금·은 가격 혼조… 안전자산·주식 강세 간 ‘줄다리기’

12월물 금 선물은 0.01%(0.20달러) 하락, 같은 달 은 선물은 0.63%(0.259달러) 상승 마감했다. 연준 완화 기대와 유럽 지정학 리스크는 귀금속에 우호적이었다. 특히 폴란드 드론 격추로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됐으며, 중국 인민은행이 8월에 6만온스를 추가 매입해 금 보유량 7,402만온스를 기록했다는 소식도 지지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재차 경신하며 위험자산 선호가 유지된 점은 금 가격 상승폭을 억제했다. ETF 수급은 견조하다. 금 ETF 보유량은 전일 2.25년 만에 최고치, 은 ETF는 3년 만에 최고치를 각각 경신해 펀드매니저들의 귀금속 비중 확대 기조가 확인됐다.


● 용어 해설 및 배경

PPI(Producer Price Index)는 생산자 단계에서 형성되는 상품·서비스 가격 변동을 측정한 지표로, 미래 소비자물가(CPI)의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CPI는 최종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 수준을 나타내며,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

FOMC는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기구로, 매 회의 후 성명과 기자회견을 통해 금리·유동성 정책을 발표한다. bp(basis point)는 금리 단위(1bp=0.01%p)이며, 25bp 인하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는 조치를 의미한다.

또한 안전자산(safe-haven)은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때 자금이 몰리는 자산(달러, 금, 스위스프랑 등)을 뜻하며,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통화로 자금을 조달해 고금리 통화 또는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을 말한다.


● 시장 전망

전문가들은 “8월 CPI가 연준 목표치에 근접하거나 하회할 경우 달러 약세와 위험자산 랠리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난다면 채권·주식·외환 모두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가 소비자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9월 11일 발표 결과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ECB, BOJ, 영국은행(BoE) 등 주요 중앙은행의 동시다발적 통화정책 이벤트가 9월 중순부터 하순까지 예정된 가운데, 달러와 금의 동반 강세 혹은 동반 약세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 과정에서 “정책 신뢰도”와 “정치적 독립성”이 핵심 변수로 부각될 전망이다.

종합하면, 지정학 리스크(러시아·우크라이나, 프랑스·일본 국내 정치)와 통화정책 기대(연준·ECB·BOJ)라는 양대 축이 교차하며 달러·유로·엔·귀금속 시장이 복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거시지표 발표 일정정책 결정 리스크를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