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8월 소비 지출 0.6%↑… 고소득층 주도 속 인플레이션도 완만 상승

워싱턴, 로이터통신—미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이 27일(현지시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8월 개인소비지출(PCE)이 전월 대비 0.6% 증가해 시장 예상치(0.5%)를 상회했다. 항공 여행·외식·숙박 등 서비스 소비 확대가 견조한 지출을 이끌었으며, 같은 기간 근원 인플레이션(core PCE)은 0.2% 상승해 2개월 연속 같은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2025년 9월 26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수치는 2분기(4~6월) 이후 미국 경제가 대체로 성장 모멘텀을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해고 건수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기업의 설비투자가 견조한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주 기준금리를 4.00%~4.25% 구간으로 25bp(1bp=0.01%p) 인하했으나, 추가 완화 여부에 대해서는 시장과 엇갈린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고용 시장의 고용 창출은 최근 석 달간 거의 정체 상태에 머물렀다. 무역 정책 불확실성이민 단속 강화가 노동 공급을 제한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대해 하이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칼 와인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보고서에는 스티븐 미런 연준 이사가 주장한 ‘즉각적·대폭적 금리 인하’에 대한 근거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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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비 지출 세부 내역

8월 소비 지출은 ▲교통(항공 포함) ▲외식·주점 ▲호텔·모텔 ▲레크리에이션 서비스가 견인했다. 서비스 부문 전체는 전월 대비 0.5% 증가해 7월과 동일한 증가율을 보였다. 동시에 주택·공과금, 금융서비스·보험, 의료 관련 지출도 확대됐다.

재화 부문에서는 레크리에이션용 제품·차량, 의류·신발, 휘발유·에너지 제품, 식음료에 대한 지출이 늘며 0.8% 급증했다. 이는 7월의 0.6% 증가를 뛰어넘는 수치다.

미국의 ‘부유층(haves)’은 주식시장 호조와 주택 가격 강세에 힘입어 생각보다 더 큰 자산 증가를 경험했다.” — 빌 애덤스 코메리카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2. 고소득층·저소득층 간 소비 격차

PCE 증가세는 노동시장 둔화 속에서도 고소득층이 주도했다. 연준 자료에 따르면 2분기 가계 순자산은 1,763억 달러(약 176조 3,00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저소득층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가격이 오른 수입재 구매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으며, 향후 연방정부 식품 보조 프로그램(SNAP, 일명 ‘푸드스탬프’) 축소가 예정돼 있어 타격이 예상된다.

* PCE(개인소비지출) 물가 지수는 연준이 물가 목표(2%)를 판단할 때 중시하는 지표다. 식료품·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근원 PCE’가 통화 정책의 핵심 참고치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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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소득·저축 동향

8월 개인소득은 0.4% 증가했으며, 이 가운데 사회보장 연금 등 정부 이전 지출이 0.6% 늘어 증가분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임금은 0.3% 상승해 노동시장 둔화를 반영했다. 이에 따라 저축률은 4.6%로 8개월 만의 최저치로 하락, 소비를 위해 저축을 일부 활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질 민간 소비 강세 덕분에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연율 3.8% 성장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GDP 나우(GDPNow)’ 모델은 3분기 성장률 추정치를 3.3%→3.9%로 상향조정했다.


4. 인플레이션 및 관세 영향

8월 PCE 물가 상승률은 전월 대비 0.3%로, 7월(0.2%)보다 확대됐다. 서비스 가격이 0.3% 상승한 반면, 재화 가격은 0.1%만 올라 레크리에이션 용품·차량 가격 1.7% 하락이 상승 폭을 일부 상쇄했다.

전년 동월 대비 총 PCE는 2.7% 상승해 2025년 2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근원 PCE는 2.9% 올라 연준 목표치(2%)를 지속적으로 상회하고 있다.

관세 부과 대상 상품 일부는 이미 가격이 뛰었으나, 기업들은 재고를 활용해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고 있다. Wells Fargo의 섀넌 그라인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영향이 지연되고 있어 소비자물가에 아직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향후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5. 향후 전망 및 정책 변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7일 △브랜드 의약품 100% △대형 트럭 25% 등 새로운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생산자 부담이 소비자 가격에 전가될 경우, 연말 이후 소비 둔화추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리 전망과 관련해, 금융시장은 올해 두 차례 추가 금리 인하를 여전히 기대하고 있다. 다만 소비·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이면서 연준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6. 용어 설명

PCE(개인소비지출) 가격지수: 소비자가 실제 지출한 가격 변화를 반영하는 지표로, CPI(소비자물가지수)보다 변동성이 낮아 연준이 인플레이션 목표를 설정할 때 활용한다.

SNAP(보충영양지원프로그램): 저소득층 식료품 구매를 지원하는 미국 연방정부 복지제도로, 예산 삭감 시 취약계층 소비 여력이 위축될 수 있다.

관세(tariffs): 수입품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부과 대상·세율·시행 시점에 따라 국내 가격과 소비자 물가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 의견: 현재 고소득층 중심의 소비 확장이 미국 경제의 ‘단단한 외피’를 형성하고 있으나, 저소득층 실질 구매력 약화추가 관세·가격 상승이 결합될 경우 소비 성장세가 급격히 식을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이에 따라 향후 연준의 통화 정책연방정부 재정 정책이 ‘소득·자산 양극화 완화’에 초점을 맞출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