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매단가를 가늠하는 주요 지표인 생산자물가지수(Producer Price Index·PPI)가 8월에 전월 대비 0.1% 하락하며 예상치를 크게 빗나갔다. 월스트리트 이코노미스트들은 0.3% 상승을 전망했으나, 실제로는 올 들어 세 번째로 마이너스 물가가 확인됐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도 0.1% 떨어졌고, 식품·에너지·무역 서비스를 제외한 근원 지표는 0.3% 올랐다.
2025년 9월 10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수치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빠르게 잦아들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
방금 발표: 인플레이션이 없다!!! ‘이미 늦었다’ 금리를 지금 당장, 크게 낮춰야 한다. 파월 의장은 완전 재앙이다, 아무것도 모른다!!!
”라는 강경한 글을 올리며 파월 의장을 압박했다.
1) 물가 하락의 배경과 의미
경제학에서 PPI는 파이프라인 가격 압력—즉,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향후 소비자물가(CPI)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가늠하는 선행지표—으로 간주된다. 8월 수치가 마이너스를 기록함으로써 ‘공급망 전반의 비용 상승세’가 둔화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서비스 부문 PPI가 0.2% 떨어졌는데, 서비스업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80%를 차지하는 핵심 부문이어서 물가 안정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관세에 민감한 재화 부문도 0.1% 상승에 그쳤다.
2) 시장 반응은 ‘차분’…변곡점은 CPI
물가가 진정세를 보였음에도 뉴욕증시는 소폭 상승에 그쳤고, 미 국채금리 역시 제한적인 하락에 머물렀다. PPI 자체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지표가 아닌 데다, CPI 발표(현지시간 11일 오전 8시 30분)가 하루 앞으로 다가와 있어 투자자들은 ‘관망’ 모드를 선택했다. 컨센서스에 따르면 CPI 역시 전월 대비 0.3% 상승이 예상되고 있으며, 이는 연준이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의 약 80%를 구성한다.
3) 연준 통화정책 전망
9월 17일 개최 예정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시장은 ‘25bp(0.25%포인트) 인하’를 거의 확신한다. 시티그룹의 앤드루 홀렌호스트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
PPI가 시사하는 바는 전반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미미하다는 점이다…9월 25bp 인하는 물론, 이후 회의마다 25bp 인하가 이어질 것이라 본다.
”고 평가했다.
E-트레이드 모건스탠리의 크리스 라킨 매니징 디렉터는 “
내일 CPI가 더 큰 무게를 지니겠지만, 오늘 PPI가 사실상 연준의 레드카펫을 깔아줬다. 이미 지난주 고용지표가 약했던 터라 당장 투자심리에 미칠 단기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고 말했다.
트레이드스테이션의 데이비드 러셀 전략 대표 역시 “
인플레이션 최악의 시나리오는 나타나지 않았다. 연준 비둘기파(doves)는 전년 대비 상승률이 3% 아래로 내려간 것을 반길 것이다. 다만 내일 소비자 물가가 속도와 강도를 결정지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4) 쉽게 풀어보는 핵심 용어
PPI(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 생산자가 판매하는 상품·서비스의 평균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표다. 제품이 공장·서비스업 현장을 떠나 도매시장에 도착하는 ‘공급망 전 단계’ 가격이기 때문에 ‘도매물가’라고도 부른다. 일반 소비자가 직접 체감하는 CPI(소비자물가지수)보다 선행성이 있어, ‘파이프라인(price pipeline)’ 효과를 가늠하는 데 유용하다.
근원 PPI는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해 추세를 파악하기 위한 지표이며, 근원 PPI — 무역서비스 제외는 여기에 운송·소매·도매 마진까지 뺀 값이다. 연준(Fed)은 이런 ‘핵심 지표’를 통해 정책 방향을 정한다.
5) 향후 관전 포인트
연준은 통화정책 정상화 이후 데이터 의존적(data-dependent)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직전 고용보고서에서 실업률이 소폭 오르고 신규고용이 예상보다 부진했던 만큼, 물가 안정+고용 둔화라는 ‘황금 조합’이 완성될 경우, 시장은 올해 말까지 누적 75bp 이상의 인하 가능성까지 가격에 반영할 수 있다.
다만 일부 인플레이션 매파는 “서비스 부문에서 일시적인 디플레이션이 나오더라도, 임금 인상률이 여전히 높아 장기적 물가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는다. 실제로 서비스 PPI 마이너스는 계절성·모멘텀 둔화가 결합된 결과일 수 있어, 다음 달 반등 여부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결국 CPI 결과가 완만한 상승에 그친다면, 연준은 ‘보험성’ 금리인하에 나서면서 경기연착륙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반면 CPI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올 경우, 시장은 ‘롱엔드 국채 금리 상승 → 달러 강세 → 증시 변동성 확대’라는 3단 변수를 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