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6월 기존주택 판매, 예상보다 큰 폭 감소…높은 모기지 금리와 경기 불확실성 영향

미국 주택시장이 다시 한 번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6월 기존주택 판매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며 침체 국면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2025년 7월 23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6월 미국 기존주택 판매가 계절조정 연율 393만 채로 전월 대비 2.7%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로이터가 집계한 이코노미스트 컨센서스(400만 채)를 하회하는 수치다.

연율 지표란? ‘계절조정 연율’(seasonally adjusted annual rate)은 특정 월의 시장 활동을 연간 기준으로 환산한 통계다. 즉, 6월의 판매 속도가 1년 내내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연간 판매량이 얼마나 될지를 보여준다. 이 방식은 계절 요인을 제거해 월별 비교가 가능하도록 돕는다.


판매 부진의 핵심 원인: 고금리

NAR 수석이코노미스트 로렌스 윤(Lawrence Yun)은 “높은 모기지 금리 때문에 주택 판매가 사이클 저점 근처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평균 고정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가 6%로 내려가면 약 16만 명의 세입자가 첫 주택을 매입하고, 기존 주택 보유자의 거래도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연초 이후 7% 선을 밑돌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금리 인하를 일시 중단한 가운데, 높은 차입 비용과 경기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수요를 위축시키는 양상이다.

“사람들이 집을 살 수 없는 건 제롬 파월이 멍청이(numbskull)이기 때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연준 의장 제롬 파월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정치적 이유로 금리를 지나치게 높게 유지한다”고 주장했다.

정책 전망 연준은 다음 주 예정된 FOMC에서 기준금리를 4.25~4.50%로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세 차례, 마지막으로 12월에 금리를 인하한 이후 추가 완화는 멈춘 상태다.


건설·투자 지표도 악화

미 상무부가 지난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단독주택 착공은 11개월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고, 향후 공급을 가늠하는 주택건축 허가도 2년 반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주거 투자(브로커 수수료 등을 포함)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에 여전히 마이너스 요인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주택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이지만, 가구·가전·건축 자재 등 연관 소비가 크기 때문에 장기 부진이 확산될 경우 미국 경제 전반으로 파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격·재고·거래 조건

판매 부진으로 재고는 다소 늘었다. 6월 말 기준 기존주택 재고는 전년 동월 대비 15.9% 증가한 153만 채다. 현재 판매 속도를 감안할 때 재고 소진에는 4.7개월이 걸린다. 일반적으로 4~7개월 재고면 ‘수급 균형’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중위 주택가격은 전년 대비 2% 오른 43만5,300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그러나 공급 증가로 상승세는 점차 둔화되는 분위기다.

주택이 시장에 머문 기간은 평균 27일로 작년(22일)보다 길어졌다. 6월 첫 주택 구매자 비중은 30%(작년 29%), 현금 거래 비중은 29%(작년 28%)로 각각 소폭 증가했다. 압류·차압 등 ‘디스트레스 거래’는 3%로 1%포인트 확대됐다.


전망과 전문가 시각

시장 전문가들은 모기지 금리가 가시적으로 내려가거나 고용·임금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연말까지 판매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특히 연방정부 지출 삭감과 대규모 구조조정 여파가 집중된 워싱턴 D.C. 광역권에서 거래 위축이 두드러져 수도권 주택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한편 일부 애널리스트는 재고 증가가 가격 상승세를 제어하면서 2026년 이후 소비자 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가계 재정 부담 완화가 소비 심리를 지지할 수도 있지만, 주택 가치 하락이 자산 효과(wealth effect)를 약화시켜 소비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 모기지(Mortgage) : 주택 등 부동산을 담보로 장기간 대출을 받아 갚아 나가는 방식의 주택담보대출을 의미한다. 고정형은 상환 기간 동안 금리가 변하지 않고, 변동형은 일정 기간 이후 시장 금리에 따라 변동된다.

전문가들은 “미 주택시장이 장기간의 고금리 충격을 흡수하는 과정에 있다”며 “연준의 통화정책, 노동시장 둔화 여부, 그리고 대통령 선거와 같은 정치 변수까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