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시장에 ‘가격 최고치-거래 위축’이라는 엇갈린 신호가 포착됐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주택가처럼 전국적으로 거래는 둔화되는 반면, 매매가는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5년 7월 23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6월 기존주택 판매가 전월 대비 2.7% 줄어 연율 기준 393만 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컨센서스였던 –0.7% 감소보다 큰 폭으로 줄었으며, 전년 동월과는 동일한 수준이다.
이 통계는 거래완료(closing) 기준이므로 실제 계약은 4~5월에 체결된 물량이 반영된다. 30년 고정형 모기지 평균 금리가 당시 여러 차례 7%를 상회했고, 6.8%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는 점이 판매 위축의 직접적 배경으로 지목된다.
“높은 모기지 금리가 주택 거래를 순환적 저점에 묶어 두고 있다.”
— 로런스 윤(NAR 수석이코노미스트)
윤 수석은 분석 시나리오에서 모기지 금리가 6%까지 내려간다면 세입자 16만 명이 첫 주택을 구입할 수 있고 기존주택 거래도 급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모기지뉴스데일리(MND)에 따르면 7월 현재 평균 금리는 6.77%로 좀처럼 하락 기미가 없다.
공급은 늘지만 여전히 ‘타이트’
6월 말 기준 매물은 153만 건으로 전년 대비 15.9% 증가해 4.7개월치 재고를 형성했다. 일반적으로 6개월 재고가 매수·매도 균형선으로 간주되므로, 수급은 아직 판매자 우위에 속한다.
가격 24개월 연속 상승…6월 사상 최고치 경신
6월 기존주택 중간가격(Median)은 $435,300으로 전년 대비 2% 뛰어 24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을 이어갔다. 윤 수석은 “장기간 공급부족이 가격 신기록을 밀어올리고 있으며, 건설 공급이 인구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첫 주택 구입자의 진입장벽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난 5년간 평균 주택 보유자의 자산가치는 약 $140,900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가격대별·현금거래별 시장 분포
고가주택 시장이 여전히 거래를 주도하고 있다. • $10만 미만 주택 거래는 연율 5% 감소했다. • $10만~$25만 구간은 5% 증가했고 • $100만 초과 고가주택은 무려 14% 급증했다. 반면 거래 완료까지 평균 체류일수는 27일로 작년 6월의 22일보다 늘어, 매물이 시장에 더 오래 머무르고 있다.
특히 첫 주택 구입자 비중은 전체의 30%로, 전통적인 평균치 40%를 여전히 밑돈다. 현금거래 비중은 29%로 팬데믹 이전 20% 안팎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가 짚은 ‘핵심 용어’
계절조정 연율(Seasonally Adjusted Annual Rate·SAAR)은 월간 거래를 계절 요인을 제거한 뒤 12개월로 환산한 수치다. 이를 통해 불규칙적인 계절 편차를 줄이고 추세를 평가한다. 중간가격(Median)은 고가·저가 왜곡을 피하기 위해 전체 거래가격을 중앙에서 끊어 측정하는 방식이다.
금리 동향과 향후 관전 포인트
미국 연준(Fed)이 물가 상황을 주시하며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저울질하는 가운데, 모기지 금리가 6%대 중반에 ‘고착’돼 있는 것이 주택 수요를 억누르는 가장 큰 요인이다. 투자은행들은 하반기 금리 하락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억눌렸던 수요’가 급격히 풀리면서 거래량 회복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실수요·투자수요 모두에 주는 시사점
• 실수요자: 금리 하락 전까지 월별 상환액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 투자수요: 고가주택은 상대적으로 빠른 매각이 가능하지만, 중저가 시장에서는 체류 기간 증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종합하자면, 주택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다시 쓰고 있지만, 거래량은 금리 부담으로 눌려 있는 ‘가격 강세·거래 약세’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향후 모기지 금리 변화가 미국 주택시장의 ‘방향타’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