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0% 관세 초읽기…남아공, 막판 ‘강화 제안’ 마련해 방어 나서

요하네스버그발 로이터 통신—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정부가 미국의 30% 관세 부과를 불과 하루 앞두고, 이를 피하기 위한 ‘강화(enhanced)된’ 신규 무역 제안을 마련하고 있다.

2025년 7월 3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파크스 타우(Parks Tau) 남아공 무역산업경쟁부 장관은 이날 현지 라디오 방송 702와의 인터뷰에서 “마감 직전 새로운 제안을 다시 제출하라는 미국 측 권고가 있었으며, 우리도 솔직히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남아공 정부는 이미 5월 초 트럼프 행정부에 1차 무역 제안을 전달하고 6월에 한차례 수정안을 보냈지만, 아직까지 워싱턴으로부터 공식 회신을 받지 못한 상태다. 이번 ‘강화 제안’은 종전 내용에 추가 인센티브를 포함한 것이지만, 구체적 조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30% 관세가 덮칠 경우의 경제적 파급

남아공 중앙은행 총재는 만약 30% 관세가 8월 1일부터 발효될 경우, 국내에서 최대 10만 개의 일자리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향이 가장 큰 업종으로는 농업자동차 부문이 꼽힌다.

“특히 미국 시장에 의존도가 높은 감귤류·와인·완성차 수출업체가 직격탄을 맞을 것”

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현재 미국은 중국에 이어 남아공의 두 번째로 큰 양자 무역 파트너다. 남아공은 2024년 기준 미국으로 약 153억 달러 규모의 상품을 수출했으며, 그중 자동차·부품이 37%, 농산물이 19%를 차지한다.


‘마지막 전화’…워싱턴과 프리토리아의 물밑 접촉

타우 장관은 7월 30일 밤, 주(駐美)남아공 대사관은 물론 워싱턴 주재 미국 무역대표부(USTR)까지 이중 채널을 가동해 긴급 통화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측은 ‘강화한 제안을 다시 제출하라’고 권면했지만, 관세 ‘시한폭탄’이 해제될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정치·외교적 쟁점도 교착을 심화시키고 있다. 남아공 외교부 고위 소식통은 이틀 전 “미국이 요구하는 국내 긍정적 차별(affirmative action) 정책 수정이 협상 난항의 주된 원인”이라고 토로했다. 이는 남아공의 흑인경제권한법(BEE)Black Economic Empowerment—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잔재 해소를 위해 기업지분·고용·조달 부문에서 흑인 참여를 의무화한 제도—과 직접 충돌한다는 이유다.

여기에 더해 남아공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기한 ‘이스라엘 집단학살(gencide) 제소’가 미국·이스라엘과의 외교 갈등을 고조시키며, 경제·통상 분야로까지 불똥이 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 시각: 관세보다 불확실성이 더 큰 위협

남아공 스텔렌보스대 국제무역연구소 트레시 웰링스 연구원은 본지 통화에서 “관세가 발효되면 국내 총생산(GDP)을 0.4%p가량 갉아먹을 수 있다”면서도, “더 심각한 것은 기업들이 불확실성을 이유로 이미 투자·고용 계획을 보류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남아공 랜드화(ZAR) 가치가 협상 진전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며, “단기 투기세력 유입으로 외환시장 변동성이 3배 이상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미·중 사이, 남아공의 선택지는?

일각에선 미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중국·인도·아세안과의 다변화를 촉구하지만, 자동차·와인 등 고부가가치 품목의 비관세 장벽과 물류비가 높아 단기간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반면 남아공 정부 내부에선 “BEE에 손대지 않는 선에서 세제·투자 확대 등 우회적 인센티브로 미국 측 요구를 상당 부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실무 보고서가 검토 중이다. 그러나 실제로 미국이 이를 ‘수용 가능한 양보’로 평가할지는 미지수다.


추가 설명: BEE와 Affirmative Action 차이

BEE는 인종차별 정책이 공식 폐지된 1994년 이후,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위한 법적·제도적 틀이다. 기업 지분·고용 비율, 공급망 계약 등에서 흑인·유색인종 참여를 일정 비율 이상 의무화한다. 반면 미국이 주장하는 ‘affirmative action’ 수정 요구는, 기업이 자유로운 시장 경쟁을 통해 인종 다각화를 달성하도록 유도하라는 의미로, 사실상 법적 강제성을 완화하라는 압박으로 해석된다. 두 정책 모두 사회통합을 목표로 하지만, 실행 방식과 법적 구속력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향후 시나리오와 시장 대응

관세 철회·유예: 미국이 강화 제안을 받아들이면, 24시간 내 백악관 통보로 관세 발효가 ‘보류’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랜드화 강세·채권금리 안정·요하네스버그 증권거래소(JSE) 자동차·농산물주 반등이 예상된다.

부분 관세: 농업·자동차 중 특정 품목에 한시적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남아공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카드로 맞대응할 여지가 있다.

전면 관세: 30% 관세가 예고대로 발효되면, 남아공 무역수지는 연간 37억 달러 적자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자 노트

관세 문제는 단순히 경제 지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외교, 인권, 국내 정치가 복잡하게 얽힌 ‘다층적 지렛대’로 작동하고 있다. 특히 선거가 임박한 트럼프 행정부가 대외 강경 노선으로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국면에서, 남아공 사례는 ‘표적 관세’의 전형적 사례로 분석된다.

시장은 단기적 관세 리스크보다도 ‘협상 타결→미국 내부 승인 여부’라는 정치 일정을 더 예의주시하고 있다. 투자자라면 전개 속도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원자재 수출주·소비재 내수주 간 포트폴리오 재조정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