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업계, 공항 보안검문소 안면인식 제한 법안에 집단 반발

[워싱턴 D.C.] 주요 미국 항공사와 여행·공항 관련 단체가 미 연방 상원에 계류 중인 안면인식 기술 제한 법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은 해당 법안이 공항 보안 검색 절차를 지나치게 지연시켜 전국적인 체증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2025년 7월 28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American Airlines, ▲United Airlines, ▲Delta Air Lines, ▲Southwest Airlines 등을 회원사로 둔 업계 단체 ‘Airlines for America(A4A)’는 미 상원 상무위원회(Commerce Committee)에 보낸 서한에서 “해당 법안이 모든 공항 보안검문소에서 신원 확인 속도를 상당히 저하시킬 것“이라며 즉각적인 폐기를 요구했다.

문제가 된 법안은 민주당 제프 머클리(Jeff Merkley) 상원의원과 공화당 존 케네디(John Kennedy) 상원의원이 초당적으로 발의했다. 법안의 핵심 내용은 ① 승객이 안면인식 검사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명문화하고, ② 거부자에 대한 차별적·불이익적 검색을 금지하며, ③ TSA(미 교통안전청)의 생체정보 수집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다.

머클리 의원은 5월 성명에서 “국가적 감시 사회(national surveillance state)로의 비약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고, 케네디 의원 역시 “TSA가 무분별하게 일반 국민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항공업계는 정반대 논리를 편다. A4A와 미국여행협회(U.S. Travel), 전미·국제공항협의체(AAAE·ACI-NA)는 공동 서한에서 “안면인식 제한은 국가안보에 역행하는 조치”라며 “TSA 예산의 75%가 여전히 인력 비용에 묶여 자동화 투자가 중단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TSA 안면인식 시스템은 어떻게 작동하나?

TSA는 2018년부터 ‘CAT-2(Camera Authentication Technology)’ 장비를 도입해, 여권·탑승권과 승객 얼굴을 실시간 매칭하는 생체인증 절차를 시범 운용 중이다. 안면 데이터는 암호화된 상태로 24시간 내 삭제된다고 설명하지만, 시민단체의 불신은 여전하다.

업계는 해당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평균 검색 소요 시간을 30~40% 단축했고, 인적 오류 및 신분 위조 적발률도 크게 개선됐다고 주장한다. 반면 인권단체는 “알고리즘 편향으로 유색인종·노년층 인식률이 낮다”고 지적한다.

▣ 법안 통과 시 예상되는 영향

  • 승객은 수동 신분 확인을 선택할 수 있으나, 인력 배치가 늘어나면서 대기열 증가가 불가피하다.
  • TSA가 추진 중인 E-게이트(e-Gate), PreCheck Touchless ID비접촉·자동화 프로젝트가 지연된다.
  • 항공사 자체 생체인증 탑승 서비스(Delta SkyWay, United Bag Drop Shortcut 등)도 동시에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항공 컨설팅사 인터비존(InterVision)의 추산*비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안면인식 제한으로 인한 연간 경제 손실은 최대 12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공항 운영비 증가·승객 지연 비용·관광 소비 위축을 모두 합산한 수치다.

▣ 프라이버시 vs. 효율성, 어디에 무게를 둘 것인가

대중 여론은 양분돼 있다. 미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Pew Research)가 2025년 6월 실시한 설문에서는 57%가 “공항 안면인식에 찬성”했으나, 38%는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를 이유로 반대했다.

전문가들은 ‘옵트아웃(opt-out) 권리 보장’이 절충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본 법안은 아예 TSA 권한을 제한해버리기 때문에, 기술 발전 속도를 늦추는 역효과가 클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검색 효율을 떨어뜨리면서도 안전은 담보할 수 없다면, 결국 승객 모두가 불편을 떠안게 된다.” (A4A 서한 중)

▣ 향후 절차와 전망

상원 상무위원회는 7월 30일(현지시각) 예정된 전체회의에서 표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위원회 통과 후에도 본회의·하원·대통령 서명 등 긴 입법 절차가 남아 있어, 실제 시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법안 발의자인 머클리·케네디 의원은 로이터 측 질의에 아직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는 협상 여지를 남겨두기 위한 전략적 침묵으로 해석된다.

▣ 기자 시각: 기술 규제의 숙명적 균형

안면인식은 이미 스마트폰 잠금 해제, 금융 거래 인증 등 일상 곳곳에서 활용되는 기술이다. 공항 보안처럼 고밀도 인파가 몰리는 환경에서는 특히 ‘속도’와 ‘정확성’이 직결되며, 이는 곧 경제적 파급력으로 이어진다. 입법자는 시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하지만, 기술 혁신의 흐름을 무작정 가로막아선 안 된다는 점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결국 관건은 ‘투명성’이다. TSA가 데이터 저장 주기·알고리즘 정확도·오류 발생 시 구제 절차 등을 공개적으로 설명하고, 독립적인 시민감시 기구가 이를 상시 점검한다면 ‘프라이버시 vs. 효율’ 논쟁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항공업계와 의회의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종 승자는 신뢰할 만한 정보 공개상호 검증에 기초한 ‘균형 잡힌 규제’가 될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