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항공사가 연방정부의 의무화 조치에 따라 사흘째 운항 편수 감축에 대비하고 있다. 항공 교통관제(ATC) 인력 부족이 심화되면서 토요일(현지시각) 하루에만 수천 건의 항공편이 영향을 받았고, 이에 따라 일요일에도 감축이 이어질 전망이다.
2025년 11월 9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미 연방항공청(FAA)은 안전 우려를 이유로 금요일부터 미국 내 40개 주요 공항에서 일일 운항의 4%※를 줄이도록 항공사들에 지시했다. 이번 조치는 기록적인 연방정부 셧다운 40일째로 접어든 상황과 맞물려 관제 인력 부족을 심화시켰다. 다른 연방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관제사들도 수 주째 급여를 받지 못한 상태다.
FAA는 단계적 감축을 예고했다. 우선 화요일부터 감축률이 6%로 확대되고, 11월 14일에는 감축률이 10%까지 늘어난다. 이는 공역 안전과 운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임시 조치라고 FAA는 설명했다.
FAA는 토요일 기준으로 42개 공항 관제탑과 기타 관제 센터에 인력 부족이 발생해 최소 12개 대도시에서 항공편 지연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영향 지역에는 애틀랜타, 뉴어크,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뉴욕 등이 포함됐다.
항공 운항 차질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토요일에는 1,550편이 결항되고 6,700편이 지연됐다. 금요일에는 1,025편 결항과 7,000편 지연이 기록됐다. 이틀 연속으로 대규모 지연·결항이 이어진 셈이다.
여객기 운항 계획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항공사 내부의 우려도 커졌다. 복수의 항공사 관계자들은 비공개로, FAA가 도입한 다수의 지연 관리 프로그램으로 인해 정시 운항 스케줄 수립과 계획 자체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졌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인력 문제가 악화할 경우 시스템이 어떻게 기능할지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금요일 오전부터 시행된 운항 감축에는 미국 4대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American Airlines), 델타항공(Delta Air Lines), 사우스웨스트항공(Southwest Airlines), 유나이티드항공(United Airlines)의 항공편 약 700편이 포함됐다. 항공사들은 일요일에도 대략 같은 규모의 항공편을 취소할 예정이다.
한편, 연방정부 셧다운 기간 동안 관제사 1만3,000명과 보안 검색요원 5만 명은 무급 상태로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관제 인력의 피로 누적과 사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 교통장관 션 더피(Sean Duffy)는 관제사 결근이 더 늘어날 경우 항공 교통량을 20%까지 추가 감축하도록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데이터를 평가한다. 우리가 공역에서 보는 것에 근거해 결정을 내릴 것이다.”
공화당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Ted Cruz)는 FAA로부터 “셧다운 시작 이후, 조종사들이 피로로 인한 관제사 실수와 관련해 500건이 넘는 안전 보고를 제출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용어와 배경 설명주1·주2
FAA(연방항공청)는 미국의 민간 항공 안전과 항공 교통관제를 총괄하는 기관이다. 항공 교통관제(ATC)는 항공기의 이착륙과 항공로 운항을 안전하게 조정·관리하는 기능으로, 관제탑과 지역 관제 센터, 항로 관제 센터 등이 이를 수행한다.
연방정부 셧다운주1은 의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해 비핵심 정부 기능이 중단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기간 동안 필수 인력은 업무를 지속하지만, 급여 지급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태에서 관제사 및 보안 검색요원이 무급 근무 중이라는 점이 안전 리스크로 지목되고 있다.
FAA가 운용하는 지연 관리 프로그램주2은 공역·공항 수용능력을 초과하는 항공 수요가 발생할 때 이륙·착륙을 분산시키거나 출발 시각을 조정해 혼잡을 줄이는 절차를 말한다. 인력 부족이 장기화되면 이러한 프로그램이 더 자주·더 넓은 범위로 발동돼 항공사 스케줄링 난도가 크게 높아진다.
분석과 전망
핵심은 안전과 수용능력의 균형이다. FAA의 4%→6%→10% 단계적 감축은 즉각적인 안전 완충장치 역할을 하지만, 항공사 운영 측면에서는 네트워크 전반에 도미노 효과를 낳는다. 토·일 이틀 연속의 대규모 지연·결항 수치가 보여주듯, 일정 조정과 승무원 배치, 기단(항공기) 회전율 관리가 동시다발적으로 꼬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뉴욕,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애틀랜타 등 허브 공항이 포함돼 있어 연쇄 지연이 타 지역으로 확산되기 쉽다.
교통장관의 최대 20% 감축 언급은 시장에 정책적 상한선이 더 낮아질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항공사들의 단기 노선·주파수 조정과 수요 관리를 자극할 수 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수익성 방어를 위해 대형 허브의 프리미엄 좌석과 환승 수요를 우선 배정하고, 혼잡 시간대의 슬롯 운영을 보수적으로 재편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승객은 대체편·경유편 활용과 출발 시각 유연화 등을 통해 리스크를 낮출 필요가 있다.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가 전한 500건 이상 안전 보고는 피로 누적이 안전 문화에 미치는 파급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보고 건수의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피로로 인한 오류 가능성이 제기되는 순간 보수적 운항 정책은 불가피해진다. 이 점에서 FAA의 단계적 감축은 선제적 위험 관리로 해석된다.
정리하면, FAA의 단계적 운항 감축과 정부 셧다운 장기화가 결합해 항공망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정책 신호(감축률 상향 가능성)와 운영 신호(지연 프로그램 증가)가 동시에 작동하는 현 국면에서는, 안전을 우선한 보수적 조정이 지속될 공산이 크다. 단기적으로는 항공편 검색·예약 시 허브 경유의 연결시간 확보, 대체 공항 선택, 항공사 공지 주기적 확인이 실질적 대응 방안이 될 수 있다.
주1: 본문에서 언급한 ‘연방정부 셧다운’은 기사 원문이 지칭하는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일반적 정의다.
주2: ‘지연 관리 프로그램’은 FAA 등 관제 당국이 혼잡 완화 차원에서 운용하는 일반적 절차를 지칭하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