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파 전망에 천연가스 선물 7개월래 최고치…공급·수요 지표는 혼조

뉴욕상업거래소(NYMEX) 12월물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31일(현지시간) MMBtu(열량 단위)당 0.168달러(4.25%) 급등하며 7개월 만의 근월물 최고가를 기록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11월 중·후반 미국 중서부와 동부 지역 기온이 평년보다 낮을 것이라는 예보에 따라 난방용 수요가 크게 늘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했다.

2025년 11월 1일, 미국 상품시장 전문 매체 바차트닷컴(Barchart.com)의 보도에 따르면 민간 기상정보업체 바이살라(Vaisala)는 11월 10~14일 사이 미국 중서부·동부 지역 기온 전망이 하루 전보다 더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겨울철 난방용 연료로 주로 사용되는 천연가스 특성상 체감 온도 하락 → 난방 수요 증가 → 재고 소진 가속이라는 전형적인 수급 전개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천연가스 시장 참여자들이 주목하는 또 다른 변수는 생산 및 송출 여건이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 자료에 따르면 10월 31일 기준 미국 본토(하와이·알래스카 제외)의 건식 천연가스(dry gas) 일일 생산량은 1억 890만 입방피트(bcf)1로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했다. 같은 날 내수 수요는 7,900만 bcf(+10.4% y/y)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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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식 천연가스(dry gas)란 천연가스에서 프로판·부탄 등 액체 탄화수소를 제거한 뒤 남은 메탄 중심의 기체를 의미한다. bcf(billion cubic feet)는 10억 입방피트, bcf/day는 하루 10억 입방피트 단위를 뜻한다.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부문에서도 견고한 흐름이 이어졌다. 10월 마지막 주 미국 LNG 수출터미널로 유입된 순가스 물량은 하루 1,740만 bcf로 전주 대비 4.7% 증가했다. 세계적 수급 타이트 현상 속에서 미국산 LNG의 유럽·아시아향 수요가 활발하다는 의미다.


전력 수요·공급 지표

발전 부문의 가스소비 추세도 가격을 지지하고 있다. 에디슨일렉트릭연구소(EEI)는 10월 25일로 끝난 한 주 미국 본토 전력 생산이 7만 2,772GWh로 전년 대비 1.9% 늘었다고 밝혔다. 최근 52주 누적 전력 생산은 4,282,176GWh로 2.9% 증가했다. 발전소 연료 믹스에서 천연가스 비중이 40% 안팎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구조적 수요 강세 요인으로 해석된다.

다만 공급 측면에서 증산 기조가 지속되는 점은 향후 가격 상단을 제한할 수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10월 7일 단기 전망 보고서에서 2025년 미국 천연가스 평균 생산량 전망치를 기존 1억 664만 bcf/day에서 1억 714만 bcf/day로 0.5% 상향했다. 실제로 미국 천연가스 시추장비(리그) 가동률은 10월 마지막 주 기준 125기로 2년 3개월 만의 최고치를 나타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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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Rig)는 유정(油井)·가스전(田)을 시추하기 위해 설치하는 굴착 설비를 가리킨다. Baker Hughes Rig Count는 업계에서 가장 널리 인용되는 지표로, 가동 리그 수가 늘면 통상적으로 향후 생산량 증가 신호로 해석된다.

한편 재고 변수는 중립적으로 작용했다. EIA 주간 통계에 따르면 10월 24일로 끝난 주간 천연가스 재고는 시장 예상과 일치하는 74bcf 증가했다. 그럼에도 총재고(3조 7,546bcf)는 전년 대비 0.5%, 5년 평균 대비 4.6%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유럽연합(EU) 역내 저장고 가득 채우기 비율도 같은 날짜 기준 83%로, 5년 평균치(92%)를 소폭 밑돌 뿐 여전히 양호하다.


시장 반응 및 전망

단기적으로는 기온 하락 전망이 가격상승 촉매로 작용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생산 확대와 넉넉한 재고가 상쇄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다수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다. 파생상품 전문가들은 3달러 중반대 저항선 돌파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기후 예보와 매주 발표되는 EIA 저장량 보고서, Baker Hughes 시추 리그 집계가 향후 가격 방향성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특히 미국 북동부 난방 성수기(12월~2월)에 예상보다 강력한 한파가 닥칠 경우, 작년 겨울 유럽을 강타했던 공급난과 유사한 ‘가격 급등 시나리오’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기온이 평년 수준으로 회귀하거나 천연가스·전력 소비 효율 개선이 뚜렷할 경우, 현재 높아진 기대 프리미엄이 빠르게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투자자들은 옵션 변동성 확대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 1bcf는 약 28.3백만㎥, 10억m³ 단위 환산 시 0.0283bcm에 해당한다.
2 Baker Hughes 집계 기준, 2024년 9월 기록했던 94기 대비 32.9% 증가.

이번 기사에서 언급된 모든 수치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판단에 대한 최종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 본 기사를 작성한 리치 애스플런드는 해당 종목에 직·간접적 이해관계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