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상 규제 강화 대비해 태국, 원산지 증명서 전담 태스크포스 10월 가동

태국 정부가 10월부터 미국의 엄격한 통관 규정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50명 규모의 전담 태스크포스를 출범한다. 이번 조치는 미국 시장으로 향하는 태국산 제품에 대한 원산지 증명서(Certificate of Origin·CO) 발급 건수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2025년 9월 3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동남아 국가들의 우회 수출(transshipment) 관행을 면밀히 조사하면서 태국산 상품에 대한 통상 규제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워싱턴은 중국산 제품이 태국·베트남 등을 거쳐 가공 가치(Value-added) 없이 미국으로 재수출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판단하며, 이에 대한 관세 장벽을 높일 채비를 갖추고 있다.

신규 규정지역 가치 비율(Regional Value Content·RVC)—제품 가치 중 해당 지역에서 창출된 비중—을 엄격히 따진다. 태국 산업통상부 외국무역국(Foreign Trade Department)을 이끄는 아라다 푸앙통(Arada Fuangtong) 국장은 “현재 연간 7만 건 수준인 CO 발급 건수가 수백만 건으로 폭증할 수 있다”며 “이를 소화하기 위해 전담 인력·시스템·업무 프로세스를 전면 재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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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당초 태국산 수입품에 36% 관세를 제안했으나, 최종적으로 평균 19%로 인하했다. 그러나

“우회 수출로 의심되는 제품은 최대 4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는 행정명령도 함께 명시했다. ‘우회 수출’의 정확한 기준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왜 원산지 증명서가 중요한가?

원산지 증명서는 상품 생산국을 공식적으로 입증하는 서류다. 기존에는 기업이 임의로 제출하거나, 세관이 의심 품목에 한해 요구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신규 규정이 발효되면 모든 태국산 대(對)미 수출품에 필수 서류로 자리 잡게 된다. 그동안 태국상공회의소·태국산업연맹(FTI)도 일부 CO를 발급해 왔으나, 새 규정 초기에는 외국무역국이 단일 발급 기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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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십먼트(transshipment)란?

국제 물류에서 트랜스십먼트는 화물이 경유지를 거쳐 최종 목적지로 운송되는 행위를 의미한다. 문제는 특정 국가(중국) 원산 품목이 경유지에서 단순 재포장·라벨 변경만 거쳤음에도 가공 국가를 달리 표기해 관세를 회피하는 행태다. 미국 관세청(CBP)은 “단순 재포장은 실질적 변형(substantial transformation)이 아니”라고 못 박았으며, 조립(assembly)의 경우에도 공정 복잡성에 따라 원산지 판정이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규정 해석이 모호한 상황에서 태국은 ‘투명성’과 ‘속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태국은 2024년 미국에 550억 달러 규모를 수출해 총 수출의 18.3%를 차지했다. 미국은 태국 최대 단일 수출 시장으로, 정치적 변동 및 경기 부진 속에서 수출 의존도는 더 커졌다.


산업 구조와 공급망 영향을 짚어보다

태국은 중국산 중간재 의존도가 약 40%에 달한다. 특히 태양광 패널, 전자 부품 산업은 중국 발(發) 소재·부품 비중이 절대적이다. SCB 경제정보센터(EIC)의 빠왓 싸웽삿(Pawat Sawaengsat) 이코노미스트는 “2018년 미·중 무역전쟁 이후 중국 기업의 동남아 이전이 가속화되며 태국이 생산·환적 허브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CO 물량 폭증이 필연적으로 병목현상(bottleneck)을 야기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태국국가선적위원회(TNSC) 부회장 수팝 수완피몬쿤(Suparp Suwanpimonkul)은 “통관 지연이 현실화하면 기업 현금흐름과 납기 관리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피차이 춘하와지라(Pichai Chunhavajira) 태국 재무장관은 “현지 부가가치가 50% 미만인 경우가 많아 전체 수출에는 제한적 영향”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제3국 원재료 비중이 높으면 리스크가 커진다고 인정했다.


전담 태스크포스 운영 로드맵

외국무역국은 10월 1일부터 50명 규모의 CO 전담반을 정식 가동한다. 업무는 △전자 발급 시스템 개발 △업종별 RVC 데이터베이스 구축 △미국 세관(CBP)·USTR와 실시간 정보 교환 등으로 세분화된다. 아라다 국장은 “별도 팀 편제를 통해 기존 수출 흐름을 최대한 방해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태국 상공회의소·산업연맹과의 역할 분담도 재정립해, 민간 창구와 공공 창구를 이원화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CO 도입이 장기적으로 투명성·속도·비용을 개선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다만 중소 수출업체가 IT 인프라·인증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가 변수다.


향후 관전 포인트

첫째, 미국이 ‘실질적 변형’ 기준을 얼마나 엄격히 적용하느냐가 관건이다. 둘째, 태국이 중국산 중간재 의존도를 다변화하지 못할 경우, 향후 관세폭탄 위험이 상시화될 수 있다. 셋째, ASEAN 역내에서는 원산지 규정 차별화가 경쟁 우위를 좌우할 가능성이 커, 베트남·말레이시아와의 공급망 재편 경쟁도 심화될 전망이다.

종합하자면, 태국은 규제 대응 속도가 수출 생존을 좌우하는 절체절명의 기로에 서 있다. 정부·기업·업계 단체가 데이터 투명성공정 자동화를 통해 병목을 최소화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여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