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발 – 영국 온라인 슈퍼마켓 및 물류 자동화 기술기업 오카도(Ocado Group)의 주가가 13% 급락했다. 미국 최대 식료품 체인 가운데 하나인 크로거(Kroger)가 로봇 기반 고객 주문 처리센터(CFC, Customer Fulfilment Centre) 확대 계획을 재검토한다고 밝힌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2025년 9월 12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그리니치 표준시(GMT) 11시 40분 기준 오카도 주가는 114.0펜스로 내려앉아 최근 12개월 누적 낙폭이 18%까지 확대됐다. 투자자들이 주목한 발언은 크로거 회장 겸 임시 최고경영자(CEO) 론 새전트(Ron Sargent)가 실적 발표 자리에서 “자동화 풀필먼트 네트워크를 사이트별로 전면 재평가하고 있다”라고 언급한 대목이다.
자동화 풀필먼트 센터(CFC)란 무엇인가?
CFC는 주문부터 포장, 출고까지의 전 과정을 로봇 팔·AI·컨베이어 시스템이 수행하는 대형 물류 창고를 의미한다. 소매업체는 CFC를 통해 인건비를 절감하고 배송 시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막대한 초기 자본이 투입되는 것이 한계로 지목된다.
오카도는 자사 기술 플랫폼 ‘Ocado Smart Platform(OSP)’을 글로벌 유통업체에 라이선스해 매출을 확대해 왔다. 2018년 체결된 오카도–크로거 독점 계약은 양사가 최대 20개 CFC를 미국 전역에 구축한다는 야심 찬 청사진으로 불렸다.
“매장 기반 이커머스 강화”로 무게 추가
그러나 2025년 현재까지 가동된 센터는 8곳에 불과하며,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애리조나주 피닉스 시설 두 곳은 오카도의 2025/26 회계연도(올해 12월 시작) 초에야 문을 열 예정이다.
론 새전트 회장은 “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한 이커머스 배송을 보다 중시할 필요가 있다
”라며, 일부 자동화 시설의 경제성을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월가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투자 보수화 신호’로 해석됐다.
바클레이즈(Barclays) 애널리스트들은 메모에서 “CFC 투자에 대해 신중한 어조가 강해졌으며, 기존 매장 네트워크 활용에 더 초점이 옮겨 간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오카도의 반응과 향후 전망
오카도 대변인은 “크로거가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이커머스 성장·수익성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며 “새로운 로보틱스 기술과 파트너 성공팀 지원을 통해 크로거의 온라인 물류 효율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겠다”라고 밝혔다.
크로거는 3분기 중 전략 검토 결과를 투자자에게 공유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오카도–크로거 독점 조항이 매출 성장 조건에 따라 올해 말 종료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나, 오카도 팀 스타이너(Tim Steiner) CEO는 구체적 언급을 회피한 상태다.
전문가 시각: 미국 시장은 여전히 ‘거대 기회’
팀 스타이너 CEO는 7월 로이터 인터뷰에서 “미국은 오카도에게 거대한 장기 성장 무대”라며 “새전트 체제 아래에서도 크로거의 온라인 사업 확대가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만 실제 투자 속도가 둔화될 경우 매출 및 로열티 흐름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 전반에 퍼져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Euromonitor)에 따르면, 미국 온라인 식료품 시장 규모는 2024년 1,600억 달러에서 2028년 2,300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거대한 파이 속에서 오카도가 차지할 몫이 얼마나 될지, 그리고 물류 자동화와 매장 기반 배송 중 어떤 방식이 주류가 될지가 향후 실적의 관건으로 지목된다.
추가 용어 설명
1 풀필먼트(Fulfilment): 주문 접수부터 배송 완료까지 전 과정을 일컫는 유통·물류 용어다.
2 로열티(Royalty): 기술·브랜드 사용 대가로 지급하는 수수료다.
결론 및 향후 체크포인트
크로거의 전략 재검토가 단순 비용 효율화 차원인지, 아니면 오카도 모델에 대한 근본적 회의인지는 3분기 발표에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1) 추가 CFC 착공 여부, (2) 기존 센터 가동률, (3) 독점 계약 연장 여부를 핵심 변수로 주시하고 있다.
오카도 주가가 이미 상당 부분 악재를 선반영했다는 의견도 있으나, 구체적인 성장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을 경우 추가 변동성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