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로이터—미국 커피 로스터들이 브라질과의 무역 협상 결과를 기다리며 재고를 빠르게 소진하고 있다. 브라질산을 대체할 만한 원두 가격이 치솟으면서 업계 전반에 수급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2025년 10월 3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가 지난 8월 브라질산 커피에 50%의 수입관세를 부과한 뒤 브라질산 원두는 사실상 미국 시장에서 퇴출됐다. 해당 조치는 무역 문제와 정치적 공방이 얽힌 결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군’으로 불린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브라질 대법원으로부터 부당 대우를 받고 있다며 관세를 밀어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도한 이번 관세는 좌파 성향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정부에 대한 ‘징벌’로 비쳐진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쿠데타 모의 혐의로 유죄 판결까지 받았고, 그 후폭풍으로 미국—브라질 무역관계까지 흔들리고 있다.
34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미국 커피 산업은 관세 여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입업자들은 이미 선적된 브라질산 커피를 미국 항만에서 하역하지 못한 채 ‘유령 화물’처럼 떠안았고, 로스터들은 계약을 파기하기 위해 60㎏(132파운드) 한 포대당 20~25달러의 위약금을 물어야 했다. 소비자들은 아침 한 잔 값이 최대 40%까지 뛴 현실을 체감하고 있다.
재고 고갈 시계, 12월을 가리키다
유럽 대형 무역사의 한 트레이더는 “현재 미국 내 원두 재고는 약 400만 포대(60㎏ 기준) 수준”이라며 “12월이면 250만~300만 포대로 줄어 최저 경계선에 근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은 연간 약 2500만 포대를 소비하며, 이 중 800만 포대를 브라질이 공급해 왔다.
미국 동부의 중견 로스터 다우니스트 커피 로스터스의 마이클 카포스 영업·마케팅 임원은 “
‘우리는 재고가 있지만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고 밝혔다. 그는 일부 브라질산 계약을 취소했으나, 이미 선적된 물량까지는 막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브라질산을 대체하기 위해 콜롬비아산, 멕시코산, 중앙아메리카산 원두가 각광받고 있으나, 수요가 몰리며 가격이 10%가량 상승했다. 반면 브라질산 가격은 5% 하락했으나 관세 장벽으로 실질 혜택을 보기는 어렵다.
“팔수록 손해” — 수입업자들의 딜레마
미 플로리다 소재 수입업체 루카텔리 커피의 스티븐 월터 토머스 대표는 72만 달러에 달하는 브라질산 커피를 관세 부과 이후 선적했다. 현재 잭슨빌(플로리다) 보세창고에 보관 중이지만, 미국 내에서 판매하려면 50% 관세를 내야 한다.
토머스 대표는 “이 관세는 상호주의나 무역 문제가 아니라 완전히 정치적·개인적 처벌이다”라며 “브라질이 내는 것이 아니라 나와 내 고객이 부담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일부 물량을 캐나다로 돌려 관세를 피하고 있으나, 높은 물류비용 탓에 “진퇴양난(catch-22)에 빠졌다”고 표현했다.
스타벅스 역시 원두 비용 급등으로 최근 분기 영업이익률이 크게 축소됐다. 캐시 스미스 최고경영자(CEO)는 “적어도 6개월은 원두 비용 역풍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자극하는 ‘커피 효과’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9월 미국 식료품점에서 판매되는 분쇄·로스트 커피 평균 가격은 파운드(454g)당 9.14달러로 전년 대비 41% 급등했다. 이는 전 세계 커피 가격이 70% 급등한 데다, 관세 효과가 결합해 발생한 결과다.
ICE 선물거래소의 아라비카 원두 선물 가격은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뉴저지주 노스버겐의 캐셔 쉐릴 레진(52)은 “브랜드를 따질 여유가 없어 ‘세일 상품’만 찾는다”고 했고, 여행사 직원 야스민 바스케스(40)는 “네스카페 작은 팩이 예전엔 6~7달러였지만 지금은 11달러”라며 “양도 줄어든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협상 전망…‘속도전’ vs ‘지켜보자’
룰라 대통령은 이번 주 “미국과의 무역 합의가 생각보다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며 낙관론을 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지켜보자”고 말을 아꼈다.
전문가들은 협상이 조속히 타결되지 않을 경우, 미국 내 커피 소매가가 당분간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브라질산 특유의 부드러운 맛을 선호하는 로스터들이 레시피를 바꾸는 데 따른 품질 관리 위험 ▲대체 원두 생산국의 기상 변수 ▲물류비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중장기적 가격 불안이 예상된다.
해당 사안은 단순한 원두 수급을 넘어 국제 정치와 경제가 소비자 장바구니 물가에 직결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커피 체인·로스터뿐 아니라 투자자와 정책 당국도 협상 동향을 촉각 곤두세우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