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랜도(플로리다)/로이터 — 미국 증시는 22일(현지시간) 혼조세로 마감했다. 일본·호주·프랑스 등 세계 주요 지수가 잇따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이어오던 상승 모멘텀이 주춤한 가운데, 금 가격 급락과 미 연방정부 셧다운 3주 차 돌입이라는 이슈가 투자심리를 흔들었다.
2025년 10월 2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시에서 S&P500과 나스닥은 보합권을 맴돌았고 다우존스지수는 0.5% 상승했다. 반면 금 현물가격이 장중 6% 폭락하며 2020년 8월 이후 일일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고, 은 가격도 8% 급락했다.
이 같은 흐름은 전일 아시아·유럽 시장의 강세와는 대조적이다. 호주·일본·한국·대만·프랑스뿐 아니라 유로존 전반이 신고점을 새로 썼고, MSCI 아시아(일본 제외) 지수는 2021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뉴욕장 개장과 함께 상승 피로 현상이 불거졌다.
주요 지표와 섹터 동향
종목별로는 GM 주가가 15% 급등했고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가 11% 올랐다. 반면 넷플릭스는 3분기 실적 발표 후 시간외 거래에서 7% 급락했다. 업종별로는 산업재(+0.9%), 소비재(+1.3%)가 강세를 보인 반면, 유틸리티는 1% 하락했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가 사흘 연속 상승해 남아공 랜드(ZAR), 태국 바트(THB), 한국 원화(KRW) 대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아르헨티나 페소는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고, 일본 엔화도 새 재무장관 임명 여파로 약세를 보였다.
채권시장에서 미 10년물·30년물 수익률은 각각 3bp 하락했으며, 유가(WTI)는 전일 5개월 최저치에서 반등해 0.5% 상승 마감했다.
투자자 화두 ① 미·중 갈등
주식시장 강세는 미‧중 양국이 ‘체면을 살리는 합의’를 도출해 갈등을 완화할 것이란 기대를 반영한다. 그러나 지난주 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는 희토류 수출 제한과 100% 관세 위협 등 ‘새 국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시장이 ‘상당한 디스인플레이션(갈등 완화)’을 가정한 만큼, 협상 진전이 없을 경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가격은 이미 상당한 완화를 전제하고 있다. 만약 현실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변동성 급등이 불가피하다.” — 워싱턴 연차총회 참석 국제기구 관계자
투자자 화두 ② 금 가격 ‘분수령’
금 가격은 올해 들어 지난주까지 70% 가까운 YTD 상승률을 기록했으나, 이날 6% 급락하며 2013년 이후 두 번째로 큰 일일 낙폭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조정이 불가피했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중앙은행 매입·통화가치 하락 우려·자산 재배분·‘FOMO(기회를 놓칠 두려움)’ 등 급등 근거가 약화되고 있는지를 주시하고 있다.
FOMO는 ‘Fear Of Missing Out’의 약자로 ‘상승장에서 소외될까 두려워 무리하게 매수에 나서는 심리’를 뜻한다. 이와 달리 FOWO(Fear Of Wiping Out)는 ‘투자 손실로 전 재산을 잃을까 두려움’을 의미한다. 변동성이 커질수록 두 심리가 교차하며 시장에 혼재된 신호를 낳는다.
투자자 화두 ③ 일본의 ‘뉴 룩’ 내각
일본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가타야마 사츠키 재무장관 체제로 재편됐다. 첫 여성 총리·재무장관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투자자는 정부와 일본은행(BOJ)의 정책 공조 수준, 추가 재정 부양책, 그리고 BOJ의 점진적 긴축 지속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장 초기 반응은 ‘완화적 정책·주가 상승·엔화 약세’로 요약된다.
특집: 트럼프 행정부, 아르헨티나 페소 ‘이례적 단독 개입’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0월 9일·15일·16일 세 차례에 걸쳐 미 재무부가 직접 달러를 매도하고 아르헨티나 페소를 매입하는 전격적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이는 Bretton Woods 체제 붕괴 이후 미국 정부가 단독으로 신흥국 통화를 매수한 첫 사례로 알려졌다.
미국이 멕시코(1990년대) 등을 지원한 전례는 있지만, 대개 대출·통화 스와프 방식이었다. 이처럼 세금으로 직접 변동성이 큰 통화를 매입한 전례는 없다는 점에서 시장은 ‘정치적 의도’에 주목한다.
거래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 조치를 ‘아르헨티나 경제·금융시장 지원’ 패키지의 일환으로 설명했다. 이에 대해 브래드 세처(CFR 선임연구원)는 “‘이념적 동맹’ 지원 목적이 강하며, 실질적 구조개혁 없이 개입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비판했다.
“페소 매입은 ‘비정상적으로 위험하다’. 준비금 부족과 과대평가된 환율 문제 해결 없이 정치적 우군을 돕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 브래드 세처, 미국외교협회(CFR)
한편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2023년 취임 후 긴축·민영화·규제완화를 단행해 인플레이션을 32%까지 낮췄다. 그러나 현재 페소화는 1달러당 1,476페소로 추락, ‘속칭 크롤링 밴드(완충 구간)’ 폐지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페소 평가절하는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내일 시장을 흔들 변수
• 일본 9월 무역수지 발표
• 인도네시아 기준금리 결정
• 영국 9월 소비자물가
• 미국 20년물 국채 130억 달러 입찰
• 테슬라·SAP·IBM·AT&T 등 실적 발표
기자의 시각
이번 조치는 미국이 달러 패권을 외교·지정학 카드로 활용하는 ‘새로운 기법’을 시사한다. 단, 정치적 동기에 치우친 개입은 손실 발생 시 ‘미 국민 세금’ 부담으로 귀결될 수 있어, 향후 사례가 잇따를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 국제 금융시장도 “미국이 언제든 특정 통화를 지원하거나 압박할 수 있다”는 선례를 인식하게 되면서, 변동성 프리미엄이 재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투자자는 거시 펀더멘털과 정책 의도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읽어야 하는 국면에 직면했다. 셧다운 장기화, 미·중 갈등, 금·원자재 급등락 등 복합적 변수 속에서 리스크 관리와 정보 선별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