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랠리,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앞두고 시험대 올라

뉴욕발(NEW YORK) — 미국 S&P 500 지수가 올해 들어 7% 이상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에 1% 남짓 접근한 가운데, 시장은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일부 투자자는 기록적 랠리 이후 조정 가능성을 경고하며 포지션을 재점검하고 있다.

2025년 8월 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월가 전략가들은 “거의 네 달 동안 쉼 없이 올라온 주가가 계절적으로 변동성이 큰 8~9월 구간에 들어섰다”고 진단한다. 투자은행 도이체방크와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역사적 고평가 구간에 진입한 만큼 단기 후퇴가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주 화요일(현지시간) 공개될 7월 CPI연 2.8% 상승(로이터 설문 중간값)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예상치를 웃도는 결과가 나오면 금리 인하 기대감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계심이 높다.

도미닉 파팔라르도 모닝스타 웰스 수석 멀티에셋 전략가는 “시장 아래에는 우려가 끓어오르고 있다”며 “작은 악재도 조정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네 달 만에 20% 급등… 밸류에이션 부담 커져

S&P 500은 4월 저점 대비 20% 이상 오르며 베어마켓 회복 기준선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러나 주가수익비율(P/E)12개월 선행 기준 22.4배로, 장기평균(15.8배)을 크게 상회한다. 이는 LSEG 데이터스트림 기준 최근 4년 내 최고치다.

주가수익비율(P/E)은 기업의 주가를 향후 1년 예상 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숫자가 높을수록 ‘비싸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20배를 넘어가면 고평가 가능성이 언급된다.

● 계절적 약세 구간 진입

‘스톡 트레이더스 알마낙’에 따르면 지난 35년 동안 S&P 500은 8월 평균 -0.6%, 9월 평균 -0.8% 하락했다. 이는 연중 유일하게 음(-)의 평균 수익률을 기록한 두 달이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 전략가는 “부진한 고용지표와 관세 충격 우려가 맞물리면 3분기 중 조정(correction)이 발생할 수 있다”며 “다만 12개월 전망은 여전히 상승적이므로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 관세·물가·고용, 연준 통화정책의 삼각퍼즐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주 10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평균 관세율을 끌어올렸다. 특히 반도체·의약품 등 전략 품목에도 신규 관세가 예고돼 인플레이션 2차 충격이 우려된다. 미·중 관세 휴전 연장 여부는 13일 발표될 전망이다.

관세 인상분이 실제 소비자 가격에 전가될지 확인하기 위해 시장은 CPI 세부 항목 중 재화가격을 주목한다. 6월 CPI에서도 일부 항목에서 관세 효과가 관측됐다. 에드워드 존스의 안젤로 쿠르카파스 수석 전략가는 “CPI가 시장 기대를 넘어선다면 연준(Fed)이 생각보다 덜 완화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연방기금선물, 9월 90% 금리인하 베팅

최근 부진한 고용보고서 이후 연방기금선물 시장은 9월 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90% 이상 가격에 반영했다. 올해 안에 두 차례 인하도 이미 시장에 녹아 있다(LSEG 데이터). 하지만 CPI가 예상보다 뜨겁게 나오면 ‘연착륙 시나리오’가 흔들리면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만약 CPI가 시장의 앞서 나간 기대를 교정한다면 단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우려보다 나쁘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 연준 정책 전환 기대는 오히려 강화될 것” — 안젤로 쿠르카파스, 에드워드 존스

● 무역마찰 리스크 과소평가?

영국계 헤지펀드 맨그룹의 매트 로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이 관세를 ‘무풍지대(non-event)’로 간주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세가 기업 투자와 소비를 압박하는 데는 시차가 존재한다”며 “경제 충격이 본격화되기 전 시장 낙관론이 과도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알기 쉬운 용어 해설

관세(Tariff): 정부가 수입 상품에 부과하는 세금. 보호무역 수단이지만, 소비자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FOMC: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ederal Open Market Committee)의 약칭으로, 기준금리 결정 기구다.

연방기금선물(Fed Funds Futures): 시장 참가자들이 연준 정책금리 전망에 베팅하는 파생상품. 수익률을 통해 시장의 금리 인하·인상 기대를 읽을 수 있다.


전망 및 체크 포인트

주요 기관들은 “단기 조정은 매수 기회”라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다만 물가·관세·고용이 얽힌 복합 변수를 감안할 때, 8~9월은 변동성 장세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투자자들은 CPI 발표 이후 연준 스피커 발언, 8월 잭슨홀 심포지엄, 9월 FOMC 등 이벤트 리스크를 면밀히 살펴야 할 전망이다.